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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May 29. 2024

Founder's burnout

스타트업 #13 - 멘탈관리

스타트업의 성공은 운인가 실력인가? 다른 의견들이 많이 있겠지만 나는 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운이랑 로또 당첨 같은 갑작스러운 행운이라기보다는 예상할 수 있는, 기대하고 있던 '기회'를 의미한다. 이전에도 소개했던 남태희 대표님의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라는 책에서 '기회란 늘 우리 주변에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찾아온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찰나의 순간인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항상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운에는 꾸준함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꾸준함과 관련되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그러다 운과 노력이 만나면 번창의 길로 들어선다. 그땐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는 큰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 다른 곳에서 봤던 공감 가는 내용은 번아웃이 일이 많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온다고 했다.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나는 초반부터 지금까지 물론 쉬기도 했었지만 주당 80시간씩은 꾸준히 일하고 있는 것 같다. 보통 9시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10시 조금 넘어서 일을 시작하면 밥 먹는 시간, 중간에 조금 쉬는 시간 빼고 보통 밤 12시나 2시쯤에 끝난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 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주말들이 가끔 찾아오긴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쳐버리는 번아웃은 아니었다. 하루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 없이 누워있다 보면 아직 주말이 하루 더 남아있지만 빨리 또 일을 하고 싶어 진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한 실천을 하고 그래서 결과를 보는 것에 항상 설렘이 따른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간 번아웃이 올 뻔한 적이 있다. 이전 글에서 올렸던 샵톡이라는 전시회 참가 전까지 우리 팀이 하는 일을 공감받지 못하는 것 같았고, 우리 프러덕을 실제로 사용하면 얼마나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 불확실했었다. 3년 차가 되어가는 이 프러덕이 실제 고객 사용에 아무런 임팩트가 없으면 어떡할지에 대한 다음 스텝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팀 내부에서 몇 명은 완전한 피벗팅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작은 비즈니스도 인공지능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한다는 미션 그 자체가 흔들리던 순간이었다.


그때마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다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에 혼자 넘어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투자유치 이후 성과 없이 수개월의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창업자로서 참기 힘든 기간이었다. 이 미국이란 나라에 와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가치가 있는 건지 의심이 들던 찰나, 아는 형님에 출연한 김연경 선수 역시 타지 선수시절 왔던 이 심리적 슬럼프에 대해 언니가 해줬던 조언을 공유해 줬다.

네가 처음에 왜 배구를 시작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는지 잊지 마


나는 2019년도에 이 서비스를 기획했다. 미국 유학시절 집에 화이트보드를 사서 지금의 서비스를 기획하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 설레었었다. 이런 사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만 가져도 나에게는 큰 행운이라 생각했다. 창업을 결심했던 2021년에는 더 했다. 고객이 생기길 간절했고 미국 법인으로 투자를 유치할 때에는 한 10년 갈아 넣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내가 이토록 힘들 수 있는 건, 과거의 내가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15년짜리 계획엔 왕도란 없다. 꾸준함과 정도로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지치고 힘들다면 무언가 변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처럼 막막하다면 되려 아무도 못 가는 멋진 길을 걷고 있다는 뜻이다. 창업자이던, 초기 멤버이던, 스타트업 종사자이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분 모두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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