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2 - 샵톡(Shoptalk) 부스 전시 후기
2024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자상거래와 자사몰들을 위한 전시회 샵톡(Shoptalk)이 개최되었다. 금액이 금액인지라 우리가 전시회 참가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하는데만 2주 넘게 걸렸다. 어차피 팀원들이 미국에 넘어와 있으니 어찌 보면 비용 일부는 줄인 샘이지만 그래도 3m x 3m짜리 부스를 4천만 원이나 주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나 고민했던 순간이 무색할 만큼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쳤고 유효한 세일즈 리드도 꽤 많이 확보했다.
샵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이커머스 컨퍼런스 중 하나로, 다양한 산업의 이커머스 전문가들이 모여 오늘날의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공유한다. 이커머스를 직접 운영하는 비즈니스들부터 우리처럼 그런 비즈니스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들, 컨설팅, 마케팅 에이전시 등 수만 명이 참가하고 수백 개의 회사가 전시 및 연사를 한다. 미국에서 이커머스를 한다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부스 비용도 비싸지만 일반 참가자들도 최소 천 몇백 불(한화 약 2백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입장한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회들과 비교해 보면 그 규모나 참가자들이 얼마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성과도 좋을 거라는 기대는 빠르게 저버리는 것이 좋다. 이번 샵톡의 메인 키워드는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될 만큼 모든 회사가 AI를 앞세워 자신들의 서비스가 우월하다 주장했다. 사실 각자 뜯어놓고 보면 다 다른 서비스들이지만 비전문가인 고객들이 보기에는 다 비슷해 보일 것이다. 마치 강남역에서 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삼겹살집들도 각자의 차별을 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팀도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가 내세운 '초개인화'라는 키워드는 SEO, 마케팅, 디자인, 전략 등 어디든지 갖다 부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SNS 팔로우 이벤트, 선물 등 다양한 걸 준비했지만 별로 큰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다행히 Plan B도 있었는데 별건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을 끌고 들어와서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참가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우선순위에 없던 우리 서비스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10명 중 거의 10명은 우리의 호객 행위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에도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캣치 프레이즈(Catch phrase)뿐만 아니라 몇 백번 거절당할 용기가 있는 파워 E의 성격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 팀에 이런 파워 E가 두 명이 있었다. 사실 한 명은 현장에서 만들어진 파워 E인데 바로 나였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삼체처럼 내 눈앞에도 어떤 숫자들이 나타나 지워지지 않았는데 그 숫자들은 바로... 40,000,000원...
옆 팀들과 비교했을 때 보통 하루에 5명에서 10명 정도가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던 방면 우리는 이틀간 100명 넘는 사람과 대화했다. 우리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를 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유효한 리드들도 꽤 많이 확보하였고 이 중 많은 브랜드들이 지금 우리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범주에서 비용을 집행하기는 어렵다. 미국 전시참가라 하면 그래도 호텔, 항공, 식사나 출장비 등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에겐 쉽지 않았다. 아마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 고생스러운 출장이었다.
우선 차로 이동했다.. LA에서 라스 베이거스까지 차로 약 4시간 정도 걸리는데 하필 내 차가 테슬라여서 한번 쉬어가야 했다. 비행기로 50분이면 가는 이 짧은 거리를 차에 모든 짐을 싣고 빽빽한 좁은 공간에 4시간 동안 함께 이동했다. 호텔도 방 한 개만 잡았다. 심지어 전시장이 있는 컨퍼런스의 호텔이 아닌 차로 5분 거리의 인근에 있는 비즈니스호텔이었다. 남자 세명이라 소파베드까지 활용했다. 식사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샵톡에서 제공해 주는 간단한 아침과 점심을 먹고 그리고 저녁만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심지어 방문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선물도 비용을 조금 더 아끼기 위해서 날것 그대로 받고 몇 시간 동안 우리가 직접 포장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최소 몇 백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문 절약한 비용만이 좋은 점의 전부는 아니었다. 절약한 아침과 점심시간들로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직접 포장한 선물들이 우리의 진심을 더 잘 전달해 주었다. 함께 이동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얘기할 수 있었던 우리는 전시회에 필요한 좋은 전략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마지막 날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획득했던 유효 리드들을 팔로업 할 완벽한 스토리까지 싱크를 맞출 수 있었다.
단 한마디의 불만도 없이 엄청난 고생 속에서 유효한 리드 한명을 확보할 때마다 함께 기뻐했던 우리 팀원들이야 말로 진정한 A+ 플레이어들이다. 미국에 있던 팀원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밤낮으로 지원해 준 나머지 팀원들 덕분에 이루어낸 성과이다. 그래서 이 스토리는 나의 것이기보단 먼 훗날 우리가 큰 성공을 이루어 냈을 때 우리 팀원 각자의 영웅담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