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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Jan 30. 2024

스타트업이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일까?

스타트업 #11 - 인재상

어느덧 3년 차 CEO가 되었다. 많은 멤버들을 거쳐가면서 어느 정도 채용에 관한 나만의 철학이 생겨서 기록해두려고 한다. 아마 1년 뒤에는 생각이 바뀔 수 있겠지만, 상당히 오래 느껴왔고 나의 경험에 빗대어 꽤 확신이 가는 내용들이라 적어 놓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80% 능력을 발휘하는 1군 vs. 110% 능력을 발휘하는 2군

나와 함께 미시간에서 공부했던 풋볼 광팬 형님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눴다. 미시간 풋볼팀에 야구로 치면 1군에 해당하는 5 스타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절반도 없다는 것이다. 근데 미시간이 올해 학교 풋볼 대회 1등을 하며 무패라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5 스타 선수들을 두세 배나 더 가진 팀들과 붙어 이번 시즌에 단 한 번도 진적이 없다. 그 이유를 해석한 게 더 재미있는데 5 스타 선수들은 몸을 사리며 자신의 능력의 80% 정도를 펼치는 반면 4 스타, 3 스타 선수들은 더 오르기 위해 110% 노력한다는 것이다. 사실일 수도 있고 주관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은 어차피 잘 안된다.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다른 팀에서 잘 됐었거나 인정받았던 방식들이 우리 팀에 들어온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서 조금 더 잘하고 조금 덜 잘하는 것은 대세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얼마나 더 많은 시도를 하고 거기서 반짝이는 시그널의 근거를 찾아 다음 액션으로 빠르게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이 과정을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스타트업은 정말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런 프레임워크를 공식처럼 대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야구로 치면 타율보다 얼마나 많이 타석에 나가는가가 중요하고 그러려면 물리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하다. 물리적인 시간 투자야 말로 팀의 속도를 높이고 많은 시도 속에 가장 설득력 높은 시그널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만약 초기 스타트업이 타율에 집중한다면 거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을 넘어설 방도가 없다.


스스로 동기부여 하는 사람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수년 전 직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만으로 분류되던 시절에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말도 안 되는 결과들을 만들었고 그 과정을 함께 했던 초기 멤버들이 지금 엄청난 부자가 된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로또 같은 기대를 안겨주었다. 이때 각자 좀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면 10년 뒤 아니 어쩌면 5년 뒤에 그렇게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일만 했을 정도로 그 당시 그들에게 중요했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이루어낸 결과이다. 그 창업자들 혹은 공동 창업자들이 그렇게 까지 했던 이유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당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숭고한 미션과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는 채용 면접에서 항상 왜 스타트업에 지원하시는지 여쭤보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 스타트업에 가면 더 많은 목소리를 내면서 프러덕 개발에 적극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점을 말씀하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시장적합성을 찾지 못한 스타트업이라면 프러덕의 방향성이 곧 회사의 생존인데 이걸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거나, 혹은 자신의 직무에서 더 깊을 순 있을지언정 단편적인 한 부분만 고려하는 멤버가 결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시선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겠지만 그게 회사 방향성마저 결정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멤버들은 개개인이 창업자들만큼 깊게 이해하고 넓게 봐야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 위해서는 다시, 물리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목표가 맞는 사람

그럼 어떻게 해야 110% 노력하고,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나의 시간을 더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뭐.. 우리도 사람인지라 금융치료가 제일 좋겠지만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가난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회사의 방향성이 나의 목표와 일치할 때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잘 될 가능성을 판단하는 건 의미가 없다. 만약 당신이 정말 잘 될 회사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VC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프러덕의 컨셉이 바뀔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끝까지 못 갈 수도 있으니 그 회사가, 즉 창업자들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자기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 봐야 한다. 만약 그 문제에 동감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설렘을 느낀다면 다른 것들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들 어릴 때 한 번씩 프로게이머를 꿈꿔본 적이 있지 않는가? 나는 중학교 때 이렇게 하루종일 게임만 할 수 있다면 미래에는 돈도 직장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게임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그런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이 스타트업에서 핵심 멤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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