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가 않다

스타트업 #23 - J커브?

by 임영재

올바른 사람들을 배에 태우자, 우리는 드디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객 특성상 세일즈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브랜드들이 이미 리텐틱스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기존 고객들은 인상된 가격에도 기꺼이 동의해주고 있다. 주춤하던 MRR 그래프는 기대도 안 했던 새 해 시작부터 곧 치솟기라도 할 듯 다시 상승곡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창업자의 직감은 섬세하다. 하루 종일, 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까지도 회사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다 보니, 많은 책에서 창업자의 직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근데 요즘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직감에 휩싸여 있다.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MVC를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리텐틱스의 세일즈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자, 투자 유치에 대한 흐름이 빠르게 바뀌었고, 그 순간 나는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옳은 사람을 데려와 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퇴근보다 출근이 더 기다려지는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먼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간결한 핵심가치에 담았다. MRR 월평균 30% 증가, YoY 잔존율 99%, 세일즈 전환율 65%, 약 20억의 투자 유치를 나 포함 단 여섯 명의 팀원에서 만들어냈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새로운 멤버가 오면 어떻게 일해줬으면 좋겠는지 전 멤버들과 생각을 나누며 모두가 동의하는 핵심가치를 만들었다.


다음은 비전과 미션이었는데, 짐 콜린스 교수님의 BE 2.0이라는 책에서 프레임워크를 가져와 우리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정리했다. 왜 이 프러덕을 시작했고, 지금 시장은 어떤 상태이며 우리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 서비스를 한번 쓰면 이탈하지 않는지 등을 정리하며 비로소 우리가 무엇을 꿈꾸는지와 어떻게 이 시장에 기여하고 싶은지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비전과 미션이 모든 팀원에게 바로 공감을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느리더라도 결국에는 팀원 모두가 이 비전과 미션에 공감하게끔 만드는 것이 내가 앞으로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


오래된 낡은 차를 운전할 때와 잘 만들어진 비싼 차를 운전할 때 승차감은 다르다. 결국 바퀴가 굴러간다는 기능적인 면에서는 똑같겠지만 우리가 명차를 타면 느끼는 그 미세한 차이들이 있다. 나는 지금 이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너무 하고 싶은 게 있어 내가 결제를 해 드리기도 전에 모든 걸 준비해 놓는다. 때로는 '이런 분이 우리 팀에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A+ 팀이란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져보지 못했던 팀이다.


지난 4년간, 나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회사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회사의 성공은 내가 아니라 팀이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역할은 그런 팀을 만드는 것이었고 이제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리텐틱스의 성장은 정해진 결말처럼 느껴진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좌절이 있겠지.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아니, 오히려 기대된다. 그 어려움을 또 우리 팀이 어떻게 멋지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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