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13.3인치 전자잉크 기기 DPT-RP1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전자 잉크 관련 기기들은 조금씩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전자책 리더기로도 많이 쓰이지만, 때론 벽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시계가 되기도 하고, 때론 흑백 모니터 대용이 되기도 하면서 아무튼 꾸준하게 연구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소니가 개발하고 있는 전자잉크 태블릿 역시 마찬가지다. 몇 년 전에 전자잉크 태블릿 DPT S1을 업그레이드한 이 제품은, 종이를 쓰지 않는 업무 환경을 목표로 만들어진 기기다. 일반적인 태블릿과는 다르다. 리더기라면 리더기라지만, 실제론 '종이'를 대체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리더기면서 노트다.
화면 크기는 A4 용지와 비슷한 13.3인치. 해상도는 1650 X 2200이다. 무게는 349g으로 가볍다. 두께는 A4용지 30장을 겹쳐놓은 것과 비슷. 최장 3주간 사용이 가능하다. 용도는 오로지 PDF 파일을 읽고, 그 위에 뭔가를 쓰는 것. 그러니까 PDF 파일이 프린트된 문서고, 그 위에 펜으로 뭔가를 적는다.
화면과 주변 배젤의 경계가 없어서 맘 편하게 글을 쓸 수가 있다. 손을 올려놔도 문제없이 메모를 할 수 있는 것은 기본. 2 화면으로 나눠서 볼 수도 있다. 와이파이가 탑재되어 있어서 컴퓨터에서 PDF 파일 전송을 할 수도 있고, 클라우드 서버에 바로 문서를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장 용량은 16G인데 11G만 사용 가능하다. PDF 파일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용량이다. 예상 가격은 8만 엔으로 6월 5일 출시 예정이다. 글을 쓰는 느낌은, 전작인 DPT-S1 경우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가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PDF 파일만 읽고 메모할 수 있는 기기 특성을 활용해, 기기를 공책처럼 활용할 수 있는 PDF 파일을 제공한다는 것. 공책 같은 화면이 인쇄되어 있어서 노트 필기하는 용도나 메모하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 물론 적은 내용은 다시 PC로 백업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한 것은 좋은데, 솔직히 개인을 위한 제품은 아니다. 보고서를 손으로 쓰는 시대도 아니고, 단순히 PDF 파일을 읽고 메모할 목적으로 사기에는 가격도 너무 비싸다. 이 가격이면 아이패드 프로 중고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
그래도 끌리는 것은, 전자잉크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소박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뭐랄까. 기기가 나에게 명령하지 않는, 내가 필요할 때 꺼내서 읽고 쓸 수 있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전자잉크의 매력.
이 기기를 본 순간 딱 떠오르는 생각도, 무인도에 이 기기에 PDF 파일만 가득 담아가지고 들어가 한 일주일 정도 그냥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자고 걷고 가끔 수영도 하다가 세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하는 (소니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희망이었으니까.
아 진짜 가격만 적당했어도 당장 샀을 텐데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