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
지난 여름 방콕에 갔을 때,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장소가 있다. 방콕 중심가인 시암, 그중 칫롬역 근처에 있다는 '오픈 하우스'라는 서점이다. 건물 꼭대기에 책과 레스토랑과 놀이터가 어우러져 있다는, 지난 2012년에 문을 연 그 서점이 보고팠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가, 서점이라고만 생각했다. 영국 건축회사 'AL_A'가 만든 '센트럴 앰버시'라는 건물에 있는 서점. 다이칸야마 T 사이트를 디자인한 '클라인 다이삼 아키텍트'가 방콕까지 찾아가 만든 서점. 방콕에 있는 별마당 서점, 아니 별마당 서점보다도 뭔가 훨씬 자연스러워 보이는 서점이라니, 멋지잖아.
이게 다 아래 영상을 보고 가보고 싶다 생각했던 탓이다.
이 장소를 디자인한 클라인 다이삼은, 서점과 여러 레스토랑, 카페 같은 공간들을 하나처럼 자연스럽게, 엮고 싶었다. 놀이와 사교와 독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길 원했달까.
카페에 가다 보면 서점을 만나고, 서점에서 책을 보다 보면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레스토랑에 앉아있다 보면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노랫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다시 책이 보인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하나이면서 여럿인 듯 잘 짜여져 있다.
구조는 잘 짜여 있는데, 책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뭔가 부자연스럽다. 공간은 마음에 드는데 분위기가 마음에 걸린다. 왜 불편한 느낌이 드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책은 많은데 책을 보는 사람이 없다.
밥 먹는 사람, 키즈 놀이터에서 노는 애들, 공부하는 학생들,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는 친구들은 봤는데, 책을 보는 사람이 안 보인다. 분명히 여긴 서점과 레스토랑을 씨줄 날줄로 엮은 공간인데, 디자이너 의도가 이용자들에게 무시당하는 느낌.
뭐, 무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정말 미묘한 기분이라 말로 찾아내기 힘들었다. 사람이나 장소 탓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카페에서 책 보는 사람 보기 힘들다. 다만 나는 여기를 '식당가'로 여기지 않고 '서점'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 있는 '서점'이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명제와 식당가 같은 분위기가 충돌해, 내 안에 위화감을 낳은 셈이다. 그냥 식당가에 서점이 들어와서 분위기가 좋아졌네?라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
오픈 하우스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다음에 한번 방문해서 일해볼 생각이다. 방콕 시대에는 이런 코워킹 스페이스가 정말 많은데, 언제 한번 다 돌아다니며 일해봐야겠다. 테라스가 있는 식당들도 있으니, 가끔 여유 있게 쉬고 싶은 분들은 한번 찾아가 봐도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가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