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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May 12. 2016

씨노트를 사고 싶었다, 포기했다

사고 싶은 물건을 만났을 때는 이유를 만들게 된다지만...

얼마 전부터 살짝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기가 있다. 씨노트(See note)라는 이름의 전자 잉크 메모지다. 디지털 포스트잇을 목표로 하는 제품이라지만, 실제론 전자잉크 알림판 역할에 가깝다. 그날 약속, 메모, 잊지 말아야 할 정보들을 표시해 준다. 예를 들어 날씨를 체크해서 비가 오면, 우산 잊지 말라고 표시해 주는 형식이다. 연결은 와이파이, 리튬이온 배터리 내장형이다. 


전자 잉크의 깔끔함이 마음에 들었는데, 가격이 걸린다. 99달러. 굳이 스마트폰으로도 다 볼 수 있는데, 따로 돈 들이기 아깝다. 게다가 이젠, 냉장고 등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엄마가 아들에게 카톡을 보내는 시대다. 스마트폰을 이용 못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전자 잉크 기기를 이용하지도 않을 테고. 


한마디로, 예쁘고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은데 시대가 변했다. 단순히 알림 디스플레이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이라면 가격이 더 싸져야만 하고. 



그래도 예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꼭 필요하진 않은데 필요할 것 같은 이유...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을 마주쳤을 때, 괜한 핑계를 대며 '그래, 실은 내가 전부터 이런 제품을 꼭 사고 싶었어'라며 자기 최면을 거는 과정이다. 이 제품이 내게 필요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없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바뀌면 쓸만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의 알림톡과 연결이 된다면 (개인이 쓴다는 전제하에) 택배 배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알림장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한테 보낸 중요 메시지만 표시해주는 기능이 있어도 좋고. 오늘 우리 동네 마트 특가 세일 정보나, 카카오 네비와 결합해 지하철이나 버스 도착 정보를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더불어 화분에 물을 줘야 한다거나, 휴지통이 꽉 찼다거나, 우편함에 편지가 왔다거나... 그런 것들을 확인해서 표시해도 좋겠다. 거기에 나중에 알렉사 같은 음성 인식 어시스턴트들과 합쳐지면 ... 중얼 중얼 중얼...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에 모든 것을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하지만, 점차 세상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는 길로 갈 것이다. 스마트폰은 허브로 여전히 쓰이긴 하겠지만. 그럴 때에 전자 잉크 기기들은, 좋은 알림장이 되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전원도 적게 먹고, 발열도 없다. 올 데이 디스플레이로는 딱이다. 


...라지만, 이렇게 생각해도, 씨노트-를 구입할 이유는 되지 못하군요. 그래서 포기.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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