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을 만났다
그동안 피트니스 트래커의 상징은 바로 우레탄이었다. 때론 다양한 색상을 입히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이미지는 광택 없는 고무 질감, 굉장히 튼튼해 보이지만 멋은 없는 그런 제품이었다고 해도 좋다. 조깅할 때 한번 차고 얼른 떼어버리고 싶은, 21세기형 만보계라고 이름 붙여도 별로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
여기 또 하나의 피트니스 트래커가 선보였다. 피트니스 트래커인데, 아름답다. 얼핏, 아니 자세히 들여다봐도 피트니스 트래커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흰색 또는 검은색의 주얼리처럼 여겨진다. 목걸이로도, 팔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화미의 피트니스 트래커, 어메이즈핏이다.
문제는 딱 하나, 이렇게 아름다운 제품을 왜 나 같은 아저씨가 차게 만들었냐는 것 -_-; 리뷰 제품을 처음 보고, 많이 당황했다.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흰색 가죽 밴드가 달린 아름다운 제품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 나는, 아저씨인데...;;;
어메이즈핏은 샤오미 생태계의 핵심 회사 중 하나인 화미에서 만들었다. 가성비갑의 대명사로 불리는 샤오미에게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제품은 포장부터 고급스럽다. 마치 좋은 만년필을 선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포장을 찢을 때도 조심스러워진다.
조심스럽게 포장을 찢으면, 그 안에는 예쁜 주얼리가 먼저 얼굴을 내민다. 흰색 가죽 줄이 달린, 이번에 선보인 문빔 어메이즈핏과 이쿠에이터 어매이즈핏 중에 '문빔' 모델이다. 참 예쁘다. 가죽 밴드를 달지 않고 그냥 들고 다녀도 좋을 정도로 예쁘다. 세라믹을 곱게 다듬어 만들었다.
상자 안에는 무선 충전기와 사용 설명서도 함께 들어있다. 아쉽지만 리뷰용 제품은 중문 설명서가 그대로 담긴 채 도착했다. 덕분에 조금 고생했는데, 정식판엔 한글 설명서가 담겨 있다니 다행이다. 그리고 설명서에 담긴 QR코드를 스캔해(네이버 앱으로 스캔하면 된다.), 어메이즈핏 앱을 다운로드했다.
예쁘긴 한데, 그때부터 조금 고생했다. 먼저 충전을 시키려고 하는데, 도무지 가죽 밴드에서 어매이즈핏 코어를 떼낼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설명서 그림대로 눌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설명서의 중문을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확인했는데도,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긴가 민가 하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이리저리 만져봤더니, 그제야 코어가 밴드에서 분리된다. 알고 보면, 진짜 간단하고 쉬웠다. 그냥 틈새에 손톱을 집어넣고 조금 힘줘서 벌려주면 되는 거였다. 아무래도 화미는 설명서 쓰는 방법을 이케아한테 배워야만 할 것 같다.
두 번째 고난은 앱에서 찾아왔다. 처음엔 쉽게 어매이즈핏을 인식하는 것 같더니, 다시 동기화를 해보려고 했더니 인식되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서 고생하다가, 스마트폰을 껐다 켰더니(?) 그다음부터는 잘 되는 편이다.
다만 앱에서 어매이즈핏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즉각적으로 동기화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때론 동기화하라고 명령했는데도 멍청하게 가만히 있을 때가 있다. 대부분 가만히 잊고 기다리면 동기화가 되어 있다. 잘 되긴 하지만, 불편하다. 이 문제는 앱 업데이트를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마트폰과 연동이 끊기더라도 데이터는 모두 어메이즈핏에서 가지고 있다는 것. 나중에라도 동기화를 하면 데이터는 그대로 들어온다. 잠시 스마트폰을 잊고 나갔을 때도 기록은 계속된다.
다행히 기본적인 기능은 잘 작동했다. 내 행동을 추적하고, 얼마나 운동했는지 확인하는 것. 처음 앱을 등록할 때 간단한 신상 정보를 입력하면 기본적인 소모 칼로리를 제시해주고, 일상 활동을 통해 소모되는 칼로리를 합쳐서 보여준다. 당일 기록도 볼 수 있고, 일주일간의 기록을 볼 수도 있다. 앱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도 움직이는 것으로 기록하던, 초기 피트니스 트래커들의 오류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수면 상태도 의외로 정확하게 체크를 해서 알려준다. 덕분에 언제쯤 자고 언제쯤 일어나며, 하루에 몇 시간을 푹- 자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항상 팔에 차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앱 형식의 피트니스 트래커들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배터리는 대략 8일 정도 가는 것 같다. 4일이 지난 후에 체크해보니 54% 정도가 남아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충전해주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충전 시간도 빠르다. 남은 배터리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충전이 끝나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샤워하기 전에 충전해 주는 것으로 스케줄을 맞춰놨다. 하지만 하루 종일 충전할 때도, 신기하게 배터리가 100%로 차는 것은 보지 못 했다.
알람이나 전화가 왔을 때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지만, 진동이 약해서 잘 느끼지 못 했다. 내가 둔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 차고 다니면서, 그거 '여자 팔찌 아니냐'라는 질문을 참 많이 들었다. 웬만한 사람들이 보기에도 남자가 차고 다닐 물건은 아니라고 보였나 보다. 뭐 괜찮다. 난 로즈 골드 칼라가 나오기 10년 전에 벚꽃처럼 하늘하늘한 분홍색의 노트북을 썼던 남자니까.
...왜 다들 나한테만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해외에는 다양한 형태의 어메이즈핏 액세서리들이 함께 나와있는데, 아직 한국엔 흰색 가죽 밴드의 문빔과 남성용 이큐에이터, 소가죽 팔찌 정도만 출시되어 있는 상태다. 목걸이처럼 걸 수 있는 액세서리도 빨리 발매되기를 바란다. 목에 걸고 다니면 조금은 덜 부끄러울 것 같으니까. 물론 셔츠 안에 넣어서 안 보이게. 아니면 이큐에이터용 메탈 팔찌 액세서리를 따로 발매해주던가.
기능은 맘에 드는데 '너무 예뻐서' 계속 차고 다닐 엄두가 나질 않는다(물론 이미 일주일 넘게 차고 다니긴 했다.). 음, 혹시 몰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대충 운동량을 체크해주긴 해서 신기했다. 정 안되면 정말 주머니에 넣고 다닐 예정이다. 아참, 흰색.. 정확하게는 아이보리에 가까운 가죽 밴드는 관리에 조금 신경 써줘야 한다. 가죽 특성상 차고 다니다 보면 옆 면에 때가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튼, 가성비가 강조됐던 기존 샤오미 제품들과는 다르게, 어메이즈핏은 완성도가 높은 피트니스 트래커다. 미안하지만 샤오미...란 브랜드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제품 자체만으로도 예뻐서, 여름을 대비해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해주면 좋아할 것 같다. 다른 피트니스 밴드들과 비교해서 가격도 적당하다.
다만 남자가 차고 싶다면, 꼭 블랙을 고르길 바란다. 진짜 '여자 팔찌를 왜 차고 있냐?'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가지고... 다음에는 친구가 하는 공방에 가지고 나가볼 생각이다. 한국 총판 코마 트레이드에서 내줄 생각이 없다면, 실력 좋은 친구의 힘을 빌려서라도 목걸이를 만들던지 팔찌를 새로 만들든지 해야 할 것만 같다.
...기기가 예뻐서 내가 고생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해당 제조/유통사가 제공한 것입니다. 제품 리뷰를 원하는 기업은 happydiary@gmail.com 로 이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