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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Aug 10. 2018

알리페이보다 신용카드가 낫다

먼저 무엇이 왜 필요한 가를 물어야 한다 

에스티마 님의 글 '베이징에서 접한 신기한 문물 – 인터넷 커피, 무인 상점'을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신기하게 보는 걸 넘어, 한국에 대한 자조적 태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지난 1년간 중국에서 본 새로운 사업들은, 미디어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리 달콤해 보이진 않았다. 


청두에서 봤던 무인 가게는 특정 앱이 없으면 못 들어가게 아예 문이 잠겨 있었다. 홍차오 기차역에서 봤던 한 사람은 자판기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한참을 헤매다가 내가 지폐를 넣고 음료수를 사는 걸 지켜봐야 했다. 어떤 학생(?)은 잔금이 모자랐는지 위챗 페이를 열고 택시 기사와 다툼을 하고 있었다. 


중국에 갈 때마다 한 번쯤은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한국 택시에선 '카드로 결제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틱-하고 찍으면 끝나는 택시비가, 중국에선 모바일 결제하겠다고 하고, QR코드 찍고, 가격 입력한 다음, 비밀 번호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러서 보여줘야 한다. 거참, 이런 것이 편하다고?




편의점이나 스타벅스에선 그냥 QR코드를 보여주면 되지만, 한국 신용카드 시스템과 비교하면 여전히 불편하긴 하다. 딱히 폄하할 생각은 없다. 중국에는 모바일 페이가, 한국에서는 신용카드 시스템이 정착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니까. 다만 딱히 찬사를 보낼 생각도 없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게 왜 필요했는가'다. 


전에 아마존 고 홍보 비디오를 보면서 놀란 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쇼핑하는 흐름을 망치지 않으면서 '불편함'만 줄였다는 사실이었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계산해서 나온다-가 일반적인 흐름이고, 많은 경우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마존 고에선 '고르고 나온다'로 끝난다. 얼마나 좋은가?


무인 편의점을 보며 미디어에선 '일하는 노동자가 없어도 된다!'고 빽빽 거리는 모양이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찾는 기술은 소비자/노동자가 좀 더 편하게 소비할 수/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그래서 매출/이익을 늘리는)이 기술이지, 인건비를 무작정 줄이려는 기술이 아니다.  




좋은 기술은 문제를 해결한다. 새로운 사업과 좋은 사업의 차이는 거기에서 갈린다. 중국에서 관심을 끈 (문을 잠가두는) 무인 편의점, (다양한 음료를 마실 수 없는) 천연 주스 자판기, (앱으로만 주문할 수 있는) 커피숍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사업이 우리가 가진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까? 


그런 의미에서 다른 나라에서 선보이는 여러 비즈니스 모델은 참고 모델이지 롤 모델이 아니다. 그걸 대단히 멋진 것처럼 보여주려는 시선도 경계한다. 어떤 것을 배우면 좋을지, 그걸 서로 말하고 토론해 보는 걸로 충분하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왜 필요한가-이고,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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