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변화가 생기긴 했는데...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는 국제 가전박람회가 열렸다. 줄여서 IFA라고 부르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다. CES나 MWC와 함께 3대 IT 전시회로 손꼽히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 CES가 IT 산업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MWC가 모바일 기기에 특화된 전시라면, IFA는 가전제품에 좀 더 집중한다.... 뭐, 한때 스마트폰이 IFA를 휩쓸었던 시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트렌드라면 ‘스마트 커넥티드 가전’이 할 수 있다. 전에 있었던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로봇 트렌드가 점점 하나로 합쳐지고 있달까. 그러니까 이번 IFA에서는, 가전제품들이 점점 똑똑해지는 모습을 분명히 목격할 수 있었다. 놀랄만한 변화는 없지만, 어? 이 정도면 쓸만한데?라고 느낄만한 그런 제품들이 많이 나왔달까.
예를 들어 밀레에서는 G7000 식기 세척기를 출시했다. 대단한 기능은 없지만, 파워 디스크라는 세제가 담긴 원통형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기 세척기가 그릇이 얼마나 더러운지 자동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정확히 필요한 세제를 투입한다. 오토 모드를 이용하면 씻을 때마다 시작 버튼을 눌러줄 필요도 없다. 세제나 물도 아낄 수 있다. 앱을 이용하면 파워 디스크를 주문하는 것도 쉽다. 귀차니스트를 위한 식기 세척기라 할만하다.
보쉬에서는 전에 선보인 제품을 좀 더 개량한 스마트 키친 시스템을 내놨습니다. 이제 냉장고 안에 달린 카메라는 보관된 야채와 과일을 스스로 인식해, 어떤 것이 있는지 앱에 정리를 해준다. 인덕션 레인지는 요리하고 있는 재료를 인식해 알아서 온도나 요리 시간을 조절해 주고, 레인지 후드는 냄새를 감지해서 알아서 작동을 한다. 주방에 달린 프로젝터는 요리법을 보여준다.
간단히 말하자면, 라면을 끓일 때 딴짓을 해도 알아서 라면이 다 끓으면 불을 끄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뭐, 따지자면 진짜 별거 아닌 듯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지멘스에서는 아우디, 이아프와 협력해 드라이브투샵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용자가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고르면, 먼저 냉장고가 어떤 재료가 모자란 지 체크해서 알려준다. 필요한 재료를 근처 슈퍼나 마트를 검색해서 확인하고, 찾으면 사겠냐고 알려준다. 거기서 결재를 마치면, 차에 장치된 내비게이션이 그 마트에 들리는 것을 감안해서 퇴근 경로를 짜준다. 그다음 퇴근길에 해당 가게에 들리면 미리 준비된 재료를 트렁크에 실어준다.
다시 말해, '나 이거 요리하고 싶어', '찾아보니 이런 게 모자란데, 저기서 살래?' '응' '오케이. 결재 끝. 있다가 퇴근길에 찾아가'... 이런 거다.
삼성과 LG는 8K, 7680x4320 이란 엄청난 해상도를 가진 TV를 선보였다. 정확하게는 첫 번째 상용 8K TV 라인업(삼성)과 8K OLED TV(LG)를 선보였다. 8K TV 자체는 4년 전에 LG에서 선보였으니까. 두 회사 다 프리미엄 가전제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자. 유럽 계열 가전 회사들은 단순 프리미엄 가전을 넘어서, 서비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왜 벌써 8K냐 물으면 아직 답할 말은 별로 없다. 콘텐츠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제작 장비 보급도 안되어 있다. 다만 VR 영상 제작 시 8K가 가장 선명하다고 알려져 있고, 65인치 대형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서, 앞으로 8K 해상도를 못 받아들일 환경은 아니다. 몇십 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초고해상도는 분명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비싼 제품 살 때는 제대로 된 제품 사고 싶은 법이니까.
여기서 삼성은, 영리하게 콘텐츠 화질 개선에 AI를 이용한 업스케일링 기술을 넣었다고 발표했다. 사실 수많은 기조 발제에서 다들 '인공지능'을 외쳤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비자가 작동 원리를 알기 어려운 기술명을 계속 외쳐봤자 '나 잘났음'에 대한 어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다만 이렇게 뒤에서 돌아가는 기술로 잘 활용한다면, 좋은 일이다. 일단 얼마나 화질이 좋아질지 봐야 평가 내릴 수 있겠지만.
LG는 클로이 수트봇이란 이름의 외골격 로봇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뭐, 사랑이야 소니 아이보가 다 가져갔지만, 아무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신체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스타일의 로봇이다. 사실 여러 회사에서 이미 연구 개발/ 현장 테스트 중인 형태의 로봇이긴 하다. 다만 앞으로 LG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궁금해진다.
그 밖에 신형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컴퓨터와 게이밍 기어도 여럿 선보였다. 일단 스마트폰은 다른 글로 따로 정리한다.
http://news.egloos.com/4159589
제품은 하나도 출시하지 않았지만, 올해 눈에 띄는 참가자라면 역시 구글이다. 여러 구글 어시스턴트 지원 기기들도 있지만, 이번엔 앞으로 출시될 신형 구글 웨어 OS를 장착하게 될 스마트 워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카시오를 비롯해 스카겐, 디젤 같은 기존 시계 회사 중심이란 것도... 특이한가? 작년에도 이러긴 했는 듯 하지만. 아무튼 하반기에 구글 워치 vs 애플 워치 구도가 다시 한번 생기긴 하겠다.
특이한 것은 누비아에서 출시한 손목시계형 스마트폰이다. 누비아 알파라는 이 제품은, 콘셉트이긴 하지만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카메라 같은 것도 달려있긴 하지만, 사실 현재 나와 있는 앱은 거의 쓸 수 없을 듯하다. 과연 진짜 나오긴 나올지, 나오면 얼마나 팔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컴퓨터 제품도 여럿 선보였지만, 레노버에서 선보인 듀얼 디스플레이 노트북, 레노버 요가북 C930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한쪽은 LCD 화면, 다른 한쪽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전자 잉크 부분은 디스플레이, 키보드, 태블릿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키보드 칠 때 느낌이 진짜 키보드와는 다르기에, 지난 제품의 단점을 얼마나 극복했을지가 궁금하다.
게이밍 기기도 여럿 선보였지만 눈에 뜨인 건 역시 에이서에서 내놓은 게이밍 콕핏, 프레데터 쓰로노스다. 트리플 모니터를 부착한 게임용 의자로, 편하게 누워서 좋아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데... 왜인지, 저런 의자에 앉아 글 써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건 나뿐일까?
좀 더 깊은? IFA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