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구글이 가는 비슷하지만 다른 길
투자하는 사람 중에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와줄 정보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열심히 뉴스를 읽는다. 게시판이나 댓글에 쓰인 글을 보며 다른 이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덤이다. 포털 1면에 실린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 순위, 검색 화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글은 그래서 권력이다. 네이버 하루 이용자 3천만 명이 대부분 거쳐 가는 특 A급 명당자리라서 그렇다.
우리는 특히 포털을 통해 뉴스를 많이 읽는 사람이다. 2017년에 나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한국 뉴스 독자의 77%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미국은 23%, 프랑스는 36%, 일본은 63% 다. 실제로 그날 이슈는 포털 메인 화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가끔 메인 화면이 그날 이슈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 자리를 둘러싼 사업도 생겼다. 포털에서 내건 광고 말고도, 메인에 글을 올려주겠다고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고, 그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서 기삿거리를 만드는 사람도 꽤 된다. 때론 거기서 빠지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왔어도 그런 경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러 바꾸지 않으면 네이버 앱이나 다음 앱 첫 화면에선 뉴스가 보인다. 화면이 작아진 만큼 다섯 줄 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 다섯 줄이 1면의 절반을 차지한다. 보이는 것은 줄어들었지만 집중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이제까지 그 다섯 줄에 어떤 것을 올릴지 결정하는 사람은 운영자였다. 포털 처지에서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언론 입장에서 보면 편집장 위에 편집장이 있는 셈이다. 주요 언론사에서 ‘드루킹 사건’을 다루면서 계속 네이버를 때렸던 이유다.
그래서일까?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은 우리가 보는 첫 번째 페이지를 바꾸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는 다음 앱 첫 화면을 ‘추천’ 탭으로 바꿨고, 구글은 ‘구글 뉴스’와 ‘구글 플레이 뉴스스탠드’를 통합 개편해 개개인에게 맞춤 뉴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화면을 재편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밑에 깔린 공통분모는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화’다. 따지자면 예전부터 개발하고 있던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지만, 숨은 뜻은 만만치 않다.
‘개인화’는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정보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맞춤 정보에 대한 욕망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1995년에 나온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에서는 모든 신문을 읽은 다음 내게 맞는 기사만 뽑아내 편집된 ‘맞춤형 전자 신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존은 처음부터 책을 고르면 더 읽어보면 좋을 책을 추천해줬다. 2005년 탄생한 ‘iGoogle’은 개인을 위한 맞춤 정보로 만들 수 있는 ‘개인화 포털’이었다. 2007년부터는 ‘웹 2.0’ 붐을 타고 퍼진 개인화 포털은, 날씨/주가/주요 뉴스/이메일/일정/교통상황 같은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만 모아서 한눈에 보여주는 웹브라우저 첫 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가 많은 것을 직접 해야 했기에, 지금은 포털 사이트 기능 일부로 흡수된 것을 빼면 사라졌다.
최근 포털에서 개발하는 개인화는 2가지다. 하나는 검색 결과 개인화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검색하는 ‘팬서(영화 블랙 팬서)’와 동물에 관심 많은 사람이 검색하는 ‘팬서(산사자)’는 다르다. 이런 다름을 미리 파악해 검색 결과를 바꿔서 보여주는 기술은 이미 다들 적용했고, 개선하는 단계다. 다른 하나는 내가 좋아할 만한 정보를 미리 묶어서 보여주는 일이다. 네이버의 AI 콘텐츠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와 다음의 ‘추천 엔진’이 그 기술이다. 구글은 ‘개인화 검색’ 기술을 예전부터 적용해 왔다.
개인화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은 어렵지 않다. 이용자가 PC나 모바일에서 읽고 보고 들은 내용을 확인해, 그와 비슷한 콘텐츠를 리스트로 묶어서 보여준다. 다른 방식은 ‘좋아요’나 별점을 매긴 자료를 분석해, 그와 비슷하게 점수를 매긴 다른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방법도 있다(협업 필터링이라 부른다.). 이미 감상한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를 찾아 보여주기도 한다(콘텐츠 기반 필터링이라 부른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에, 이런 방식으로만 추천해서는 사용자가 만족하는 추천이 이뤄지기 힘들다. 최근에는 한 사람이 왜 콘텐츠를 좋아하는지를 추측해 그에 기반을 둔 맞춤 콘텐츠 목록을 제시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모델 기반 협력 필터링이라 부른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가 이런 콘텐츠에는 이런 점수를 줄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을 이용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기술은 이미 일상적으로 퍼져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늦은 셈이다. 유튜브를 이용해 본 사람은 다들 클릭해 봤을 ‘다음 동영상’ 재생 목록이 그렇고, 넷플릭스에서 보여주는 추천 영상도 그런 개인화 기술에 기반해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이는 추천 상품이나, 어딜 가도 우리를 따라다니는 배너 광고조차 이런 개인화 추천 기술을 사용한다. 구글은 앱을 열면 검색창 밑에 보이는 추천 뉴스를 비롯해 메일을 읽어 자동으로 일정을 등록해 주고, 등록해둔 일정에 따라 어디까지 가려면 지금 출발해야 한다는 알림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해외로 이동하면 그 도시에서 친구들이 들렸던 장소나 맛집을 모아서 보여준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갑작스럽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콘텐츠를 모바일앱 1면에 배치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네이버와 다음앱 뉴스 배치를 둘러싼 구설수에서 벗어나고, 그 때문에 생기는 책임을 인간이 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각자 취향에 따라 모두에게 다른 첫 화면이 보인다면, 첫 화면 기사 배치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더 의미 있기 힘들다. 사용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찾아서 봐야 했던 내가 주목하는 기업에 대한 소식이나 취미에 관련한 소식들을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바로 볼 수 있게 됐으니까. 좋은 뉴스를 만든다고 자부했던 미디어 기업에도 좋다. 이용자들이 직접 미디어를 보겠다고 선택한다면, 핵심 구독층에 충실히 읽히는 언론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첫 화면에서 뉴스를 뺐으면서도 뉴스 탭을 그대로 두는 것은,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보여줘야 할 첫 화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화면 편집에 따른 논란은 싫든 좋든 계속된다. 로그인한 사용자에게서 얻은 취향에 대한 정보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타깃 광고를 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추천 기술이 발전하게 된 이유가 이용자가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만들고, 추천 상품의 판매율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정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일이다. 내가 투자할 회사의 정보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내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할 가능성을 더 높여주기 때문이다. 정보 사각지대는 손실을 불러온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 언론 정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외신이나 해외 기업에서 내는 보고서를 기를 쓰고 찾아 읽거나, 그를 번역/요약해주는 글/사람을 많이 찾는 이유다. 이런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서 보기 힘들다.
분명 포털과 검색엔진은 예전보다 나아졌고, 앞으로 더 나아진다. 개인화 역시 나도 잘 모르는 내 경향성을 찾아가며 점점 나에게 최적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 남들이 많이 읽는 정보, 나도 남들도 잘 모르지만 가끔 ‘발견되는’ 정보. 정보는 이 3가지가 함께 모여야 온전한 형태를 이룬다. 지금도, 앞으로도 개인화 서비스가 내 필요성을 온전히 만족시킬 가능성은 적다. 그 기술은 ‘포털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릴’ 정보를 찾아 정리해주는 일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각지대를 메꾸기 위해, 여전히 우리는 정보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그건 아마, 내 안에 나만의 개인화 페이지, 또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