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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Mar 03. 2022

2022년 IT 전망을 논해보자

소비자 기술을 중심으로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는 혼란스럽다. 이런 와중에 한 해를 전망했던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몇달 전에 쓴 전망 글을 백업해 놓는다. 2022년 연말, 이 글을 보면서 내 자신의 어리석음에 땅을 치며 울기 위함이다.


2022년, 세상을 뜨겁게 만들 기술?


지난 2021년은 갈팡질팡하던 한 해였다. LG전자는 롤러블 폰을 공개하고 바로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삼성과 애플은 공급망 문제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PS5와 Xbox X, 스위치 OLED 같은 신형 게임기도 부족하긴 마찬가지. 반도체는 일년내내 수요를 채울 수 없었고, 암호화폐 채굴로 인해 폭등한 그래픽 카드 가격은 내려올 줄 몰랐다. 애플이 공개한 M1 맥북 프로와 맥스만 제대로 나왔달까.


하드웨어 생산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관심을 받은 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다. 연초부터 시작한 메타버스 붐은 여전히 꺼질 줄 모른다. 숱한 사기 사건을 낳은 암호화폐 투기도 뜨겁고, 여기에 NFT와 놀면서 돈 번다는 P2E 게임까지 가세했다. 웹 3.0에 대한 논쟁은 어떨까? 아직 이른 듯하지만, 메타버스나 웹 3.0이란 말 자체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


온갖 사고도 일어났다. 2021 연초에는 뜬금없이 밈스톡으로 게임스탑 주식이 떴다. 2021년 5월 랜섬웨어 공격에 미 석유 공급망이 마비된 사건은 사이버 테러다. 코로나19로 인해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더 커지자, 이들의 부도덕함을 내부 고발하는 일도 이어졌다.


앱스토어를 통해 돈을 거두는 방식을 놓고, 애플/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과 에픽 같은 콘텐츠 회사의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에선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구글과 애플은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중국은 IT 기업과 게임 산업에 칼을 댔다. 규제가 강해지면서 중국 IT 기업들은 일제히 사업 방향을 바꾸거나, 포기했다.


2022년은 어떨까? 소비자 기술을 중심으로 한번 예상해 보자.






1. 스마트폰, 폴더블폰 붐업이 일어날까?


갤럭시Z 플립3가 인기를 끌면서, 예상대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속속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예상 시장 전망은 1,700만 대 정도로, 2021년 대비 두 배 정도 될 거라고 여긴다. 댓수로 따지면 크진 않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이 고가임을 생각하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2022년에 출시될 폴더블 스마트폰 몇몇은 이미 공개됐다. 화웨이가 내놓을 제품은 P50 포켓. Z플립 디자인에 동그란 외부 보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오포에서 공개한 Find N은 Z폴드를 닮았다. 메인은 7.1인치, 외부에는 5.49인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접었을 때 18:9, 폈을 때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을 가지고 있다. 2019년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5G를 선보인 모토로라도,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3를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 유행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되살아날 거라 보는 이도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가 정말 사고 픈 제품이 아니면 지갑을 닫을 거라 보는 이도 있다. 부품 공급 부족 & 부품가 인상과 함께, 전체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갈 예정이라,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더 크다. 기대는 하지 말기로 하자.


One More Thing – PC와 전자제품 수요도 사그라들 예정이다. 이유는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부품 가격 인상 및 공급난으로 인해 가격은 오르는데, 필요한 제품은 지난 2년간 거의 다 구매했기 때문에, 더 살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가격 인상으로 인해 매출은 생각만큼 안 떨어질 지도...


2. 진짜 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열릴까?


제품 수요는 줄지만, 서비스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아놓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많은 기업과 소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일과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고 있다.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는 기업이 등장하고, 메타버스에 관심 가지는 이가 늘어나는 이유다. 임시로 채택했던 화상 회의와 원격 학습 도구는 훌륭했지만,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올해부터 모든 사람이 VR 헤드셋을 쓰며 가상현실 세계로 뛰어들 거란 말은 아니다. 메타가 만든 오큘러스 퀘스트2 같은 VR 헤드셋은 참 좋은 제품이지만, 전에 나온 제품과 비교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쓰기 편한 제품이 되기엔 아직 멀었다. 차라리 42인치 대형 모니터를 쓰는 게 피로가 훨씬 덜하다.


대신 동물 아바타 가상 회의 플랫폼 스키티시나 8bit 게임을 닮은 게더 타운 같은 서비스가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원격 학습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학습, 온라인 실시간 교육과 또래 스터디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VR/AR 헤드셋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전문적인 기술 훈련 등에 초점을 맞춘 고급형 VR 헤드셋이나, 대형 모니터를 대체하는 AR 글래스 등이 나올 예정이다. 다만 이런 제품이 스마트폰처럼 많이 팔리리라 생각하긴 어렵다. 직업 훈련이나 오락용으로 쓰일 거로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이전과는 달리 온라인을 우선하거나, 최소한 기본으로 여기고 오프라인과 함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의 중심축을 바꾸면, 일과 생활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


One More Thing – 메타버스가 뜨면 NFT와 P2E 게임도 함께 뜰 거라 얘기하기도 한다. 나중에 이을 수는 있겠지만, 서로 다르다. 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은 ‘그게 없으면 안 되는’ 기술이지만, 블록체인을 비롯해 관련 기술은, 아직 그게 없으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3. 로봇과 함께 초자동화 시대가 열릴까?


소비자 기술이 확산하는 흐름은 비슷하다. 먼저 B2B나 B2G 사업에 적용해 기술을 개선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운다. 규모가 커지면서 가격이 내려가야 소비자에게도 팔리기 시작한다. 소비자 기술에서 가격은 정말 중요하다. 때론 기업이나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보조금을 줘가며 제품을 보급하는 이유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돈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셈이다.


로봇 산업은 팬데믹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용 시장이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지를 실험하고 있다고나 할까. 드론 배송, 배달 로봇, 서빙 로봇 등 언론의 시선을 끌었던 새로운 로봇은 아직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반면 수술 로봇이나 바리스타 로봇 등, 기존에 쓰이던 로봇을 개량한 제품이 여전히 잘 팔린다. 부족한 성능도 문제지만 비싼 가격이 큰 걸림돌이다. 반면 소프트웨어,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서비스는 이미 여럿 출시됐고,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진다.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는 계속 실증 실험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반면 소프트웨어 자동화는 많이 적용될 전망이다.


기능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동으로 SNS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예약 전화를 대신 받아준다거나, 자동 회의록 작성 서비스, 작곡이나 이미지 제작 서비스 등 꽤 많은 분야에서 관련 서비스가 이미 출시됐다. 많은 경우 기업용 서비스로 이미 제공되는 제품들이기도 하다.


One More Thing – 로봇 기술이 보급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다만 무인 가게는 좀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자판기 가게라고 해도 좋다. 이미 코인 세탁방을 비롯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널리 퍼졌고, 커피머신을 이용한 무인 카페, 무인 스터디 카페, 무인 밀키트 판매 가게도 많이 생겼다.




2022년에 예상되는 흐름은 2020년/21년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미·중 갈등, 인플레이션, 빅테크 규제, 기술 빙자 투기, 일론 머스크 등 코로나19 시즌3다. IT는 덕분에 좋은 시절을 맞이했다가 한계를 드러내고, 이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과연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글쎄. 예언을 할 수는 없으니, 그저 지켜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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