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안녕, 오오에도 온센 모노가타리

피치항공으로 떠난 1박 4일 도쿄 여행기 #4 (마지막)

by 자그니

이제 이 길고도 짧았던 여행, 어쩌면 여행 같지 않은 여행의 끝을 낼 순간이다. 짧은 여행은 이래서 사람 미친다(응?). 뭐 하나라도 좀 하려고 하면 바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버리니... 하긴, 그러니까 더 아쉬움이 남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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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이바에서 건담을 만나다


아름다운 오다이바 노을 풍경을 뒤로 하고, 건담을 보러 갔다. 도쿄에 올 때 마다 버릇처럼 들리는 곳이다. 사실 별 것은 없다. 엄청나게 큰 크기의 '건담'이 있을 뿐이다. 이 정도 크기라면 건담이 아니라 공룡...이 전시되어 있었어도 화제를 모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이런 것을 볼 기회가 인생에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올 때 마다 보러 간다. 어떤 '실감'을 위해서다. 자동차 모형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모형의 원본을 보면 기뻐하는 것처럼, 오다이바 건담도 건프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드디어 원본...은 아니지만 '원본 같은 것'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물론 볼 때 마다 어떤 '대단함'과 더불어, 절대 실제 무기로 만들어지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을 같이 하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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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저녁이 되면 조명과 영상 상영을 통해 만들어지는 건담쑈...도 한번은 봐둬도 나쁘지 않다. 여러 번 볼 만한 쇼는 절대 아니지만- 건담 머리라도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찬스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건담 바로 아래 쪽에서 한번 위를 쳐다보길. 건담에게 당하는 병사의 심정이 어떤 것일지, 조금은 느껴볼 수 있을테니까(이벤트 성으로 가끔 다리 사이 공간을 오픈하곤 한다.).


한정판 건담은 1층 샵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건담 뒤에 서 있는 건물인 다이버 시티 5층이던가?에 있는 건담 프론트-의 건담 기념품 샵에서 구입할 것을 권한다. 종류도 많고, 프라 전시장도 있고,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건담 프론트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가시길.



오오에도 온센 모노가타리, 그리고 귀국


건담을 보고 건프라를 사고, 천천히 오오에도 온센으로 걷는다.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걸리는데, 가면서 그냥 모노레일 타고 가는 것이 나았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엄청나게 피곤하다. 잠도 못잤는데 많이 걷는 것- 대부분의 여행에서 봉착하게 되는, 아주 기초적인 난관.


9시 온천 도착. 오오에도 온센으로 마지막 여행 코스를 잡은 것은, 피곤한 몸을 조금이라도 쉬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왠만한 온천에는 다 있는 '릴렉스 룸', 그러니까 눕힐 수 있는 의자가 있거나 누워 쉴 수 있는 다다미방을 발견하지 못했다. 예, 휴식에는 이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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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족탕에서 별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담소나 나누다가 와도 좋겠지만, 혼자 여행객에게 그런 낭만이 있을리 없을터. 게다가 예전에 왔을 때와 비교해,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다. 완전히 관광객 전용 온천으로 탈바꿈한 느낌이랄까. 사람이 많아서 뭔가를 먹지 않으면 의자에 앉아있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 별로 쉬지를 못했다.


11시에 온천에서 아웃. 그동안 즐거웠다 오오에도 온센. 이젠 볼 일이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하네다 공항행 모노레일을 찾아 몸을 날렸다. 셔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지하철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서 모노레일로 갈아탄다. 하네다 공항 도착 시각 11시 30분. 빨리도 왔다...;;


1박 4일 여행을 마치다


12시 탑승수속 시작. 사람이 적어서 빨리 빨리 진행된다. 역시 여행은 비수기에 하는 것이 좋다. 12시 30분에 출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쉬면서 출국을 기다린다. 2시, 정시에 비행기가 출발한다. 4시, 서울에 도착했다. 집 앞으로 가는 공항 버스 첫 차는 5시 33분에 있다. 공항 카페에 들어가 잠깐 또 쉰다.


아아, 정말 빠르게 흘러간 1박 4일이었다. 피곤했냐 물으면, 피곤했다고 대답한다. 내가 20대였어도 피곤했을 것 같다. 그래도 다음에 또 하겠냐고 하면, 또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면, 나름 꽤 재밌었거든. 어차피 일본은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그냥 멍 때리며 하루 종일 있을 만한 곳도 있는 곳이니까.


다만, 1박이라도 숙박은 좀 제대로 된 곳, 최소한 비지니스 호텔 이상급에서 잘 생각이다. 내겐 아침에 늦잠 자는게 정말 중요한데, 호스텔은 그게 뭔가 좀 힘들다. 또 2박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3박 이상은 권하지 못할 것 같다. 오래 있어도 짐이 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나는 쇼핑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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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더라. 길의 끝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고. 여행도 마찬가지다. 한번 나가기가 어렵지 한번 나가면 계속 나가게 된다고, 첫 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가 그랬는데, 진짜 그렇게 되어 버렸다. 여행의 끝에서 항상 여행은 다시 시작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가 여행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잠깐 어디에 들린 건지 모를 지경이 되어 버릴 때가 많다. 긴장감이 사라지고, 친숙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사실 우리 집에선 인천이나 수원에 놀러가는 것이 오사카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고, 대전에 가는 것이 도쿄에 가는 것보다 더 시간 걸린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 주에 오사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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