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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Jul 27. 2022

미니언즈2와 미국 70년대 문화

중국풍이 아니라 쿵후 영화의 영향입니다

이거 무슨 우기야? 싶더니- 다시 열대야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무더위를 피하기 좋은 곳은, 역시 극장이죠. 그래서 미니언즈2를 보고 왔습니다. 극장에서는 한산을 열심히 밀어주는 분위기인데, 사극은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영화요? 재밌습니다. 어른 감성은 아니지만, 귀여운 거 좋아하시면 정말 재밌게 즐기실 겁니다. 영화 보고 나오는 데, 마지막에 나오는 관객 두 분이 그러시더군요. 귀여워서 또 보고 싶다고.


아, 평일 심야 상영 보러 간 거라 어린이 관객은 없었습니다. 4D로 볼까도 했는데, 하루 한 번 상영에다 미니언즈에 굳이 4D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좌석도 일부러 맨 앞을 잡았네요. 발 뻗고 볼 수 있거든요. 정말 좋은 피서였습니다.


* 글에 쓰인 영화 사진은 네이버 영화 미니언즈2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제겐 더 재미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미니언즈야 원래 귀엽고, 얘들이 장난치는 것도 재밌어요. 영화 자체는 미니언즈 2라기보다는 슈퍼 배드 프리퀄에 더 가깝지만, 아무튼 액션도 장난 아니고 미니언즈답게 허무하기도 합니다만- 저처럼 레트로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또 재밌게 보실 겁니다.


배경 날짜가 1976년 미국 독립 기념일 근처라서 그런 지, 1970년대 미국 문화를 많이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먼저 초반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애완 돌(Pet Rock). 실제로 70년대에, 미국에서 꽤 큰 인기를 끌었던(대체 왜?) 애완 물건입니다(...). 4달러 정도에 150만 개 정도 팔았다고 하네요.





역시 초반에, 슈퍼 악당을 꿈꾸는 어린이 그루가 악의 세력에게 초대받는 미디어는 8 트랙 테이프입니다. 한국에서 이거 아시는 분은 드물죠. 카세트테이프 이전에 쓰이던 물건으로, 주로 자동차에서 음악을 듣는 용도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물론 영화처럼 홀로그램이 나오거나 하는 기능은 없어요. 있으면 곤란해(...).






중반에 오토를 샌프란시스코로 데려다주는 형님의 오토바이는, 영화 이지라이더에서 따왔을 겁니다. 오토바이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영화죠. 당시 반문화가 꽤 큰 세력을 얻는 가운데, 실제로 이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타파웨어 파티도 마찬가지. 우리로 따지면 락앤락? 밀폐용기? 하여간 그런 플라스틱 용기를 판매하기 위한 파티였는데요. 당시 꽤 많이 행해지던, 일종의 문화였다고 합니다. 밀폐 용기 쓰려면 공기를 빼야 하는 데, 처음엔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서 그 기능을 알리면서 판매하기 위해 시작했던 주부들 모임이었다고.





디스코 및 LP 문화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일단 악당들 기지가 레코드샵 지하에 있습니다. 미니언즈도 당연한 듯 턴테이블을 잡고 디제잉을 하고요. 지금은 이런 녹음된 음악을 트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나름 새로운 방식에 새로운 음악이었답니다. 백 투 더 퓨처 파트 1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댄스파티에는 음악 밴드를 부르는 게 정석이었거든요.






영화 속 메인 빌런의 디자인은, 역시 70년대에 인기를 끈 액션 영화 주인공 스타일과 비슷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역시 70년대에 인기를 끈, 쿵후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가 곳곳에 들어가 있더군요.






미니언즈가 쿵후를 배울 때 입은 복장이야 당연히 이소룡이고- 권법 수행이나 미니언즈 밥(BOB)의 머리가 얼마나 단단한 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성룡의 '취권'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주성치가 떠오르는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바로 쿵후 사범 누님이십니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 데, 딱 이 분이 떠오르더라고요. 성격이나 이런 건 완전히 다르지만, 사자후를 날린달까. 속세에 묻혀 사는 쿵후 고수. 생각해 보니 미니언즈가 쓰는 쿵후도, 이소룡이나 성룡보단 주성치 영화에 나온 쪽이랑 더 가깝겠네요. 음, 미니언즈가 진짜 무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미국 문화에 쿵후 영화가 끼친 영향에 관심 있으시면, 넷플릭스에서 '쇼브라더스의 쿵후 신드롬'을 보시면 좋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꽤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일단 시원해서 좋았고요(...). 미니언즈들이 귀여워서 계속 깔깔거리며 봤네요. 특히 눈이 초롱초롱하게 뭔가를 바라는 모습은, 옛날 둘째 조카 필살기랑 똑같아서, 심쿵했네요. 보니까 미니언즈 하는 짓이 그냥 다 조카들 하는 짓(?)과 비슷하네요... 어쩐지 미니언즈가 뭔가 친숙하다고 했어요...





다만 슬프게도, 굿즈는 제게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미니언즈 항공기 조종사 모자 쓴 피겨를 갖고 싶은데요, 혹시 이런 거 어디서 파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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