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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2와 미국 70년대 문화

중국풍이 아니라 쿵후 영화의 영향입니다

by 자그니

이거 무슨 우기야? 싶더니- 다시 열대야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무더위를 피하기 좋은 곳은, 역시 극장이죠. 그래서 미니언즈2를 보고 왔습니다. 극장에서는 한산을 열심히 밀어주는 분위기인데, 사극은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영화요? 재밌습니다. 어른 감성은 아니지만, 귀여운 거 좋아하시면 정말 재밌게 즐기실 겁니다. 영화 보고 나오는 데, 마지막에 나오는 관객 두 분이 그러시더군요. 귀여워서 또 보고 싶다고.


아, 평일 심야 상영 보러 간 거라 어린이 관객은 없었습니다. 4D로 볼까도 했는데, 하루 한 번 상영에다 미니언즈에 굳이 4D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좌석도 일부러 맨 앞을 잡았네요. 발 뻗고 볼 수 있거든요. 정말 좋은 피서였습니다.


* 글에 쓰인 영화 사진은 네이버 영화 미니언즈2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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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겐 더 재미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미니언즈야 원래 귀엽고, 얘들이 장난치는 것도 재밌어요. 영화 자체는 미니언즈 2라기보다는 슈퍼 배드 프리퀄에 더 가깝지만, 아무튼 액션도 장난 아니고 미니언즈답게 허무하기도 합니다만- 저처럼 레트로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또 재밌게 보실 겁니다.


배경 날짜가 1976년 미국 독립 기념일 근처라서 그런 지, 1970년대 미국 문화를 많이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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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초반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애완 돌(Pet Rock). 실제로 70년대에, 미국에서 꽤 큰 인기를 끌었던(대체 왜?) 애완 물건입니다(...). 4달러 정도에 150만 개 정도 팔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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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초반에, 슈퍼 악당을 꿈꾸는 어린이 그루가 악의 세력에게 초대받는 미디어는 8 트랙 테이프입니다. 한국에서 이거 아시는 분은 드물죠. 카세트테이프 이전에 쓰이던 물건으로, 주로 자동차에서 음악을 듣는 용도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물론 영화처럼 홀로그램이 나오거나 하는 기능은 없어요. 있으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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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에 오토를 샌프란시스코로 데려다주는 형님의 오토바이는, 영화 이지라이더에서 따왔을 겁니다. 오토바이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영화죠. 당시 반문화가 꽤 큰 세력을 얻는 가운데, 실제로 이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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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에 나오는 타파웨어 파티도 마찬가지. 우리로 따지면 락앤락? 밀폐용기? 하여간 그런 플라스틱 용기를 판매하기 위한 파티였는데요. 당시 꽤 많이 행해지던, 일종의 문화였다고 합니다. 밀폐 용기 쓰려면 공기를 빼야 하는 데, 처음엔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서 그 기능을 알리면서 판매하기 위해 시작했던 주부들 모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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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및 LP 문화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일단 악당들 기지가 레코드샵 지하에 있습니다. 미니언즈도 당연한 듯 턴테이블을 잡고 디제잉을 하고요. 지금은 이런 녹음된 음악을 트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나름 새로운 방식에 새로운 음악이었답니다. 백 투 더 퓨처 파트 1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댄스파티에는 음악 밴드를 부르는 게 정석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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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인 빌런의 디자인은, 역시 70년대에 인기를 끈 액션 영화 주인공 스타일과 비슷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역시 70년대에 인기를 끈, 쿵후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가 곳곳에 들어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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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가 쿵후를 배울 때 입은 복장이야 당연히 이소룡이고- 권법 수행이나 미니언즈 밥(BOB)의 머리가 얼마나 단단한 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성룡의 '취권'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주성치가 떠오르는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바로 쿵후 사범 누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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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 데, 딱 이 분이 떠오르더라고요. 성격이나 이런 건 완전히 다르지만, 사자후를 날린달까. 속세에 묻혀 사는 쿵후 고수. 생각해 보니 미니언즈가 쓰는 쿵후도, 이소룡이나 성룡보단 주성치 영화에 나온 쪽이랑 더 가깝겠네요. 음, 미니언즈가 진짜 무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미국 문화에 쿵후 영화가 끼친 영향에 관심 있으시면, 넷플릭스에서 '쇼브라더스의 쿵후 신드롬'을 보시면 좋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꽤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일단 시원해서 좋았고요(...). 미니언즈들이 귀여워서 계속 깔깔거리며 봤네요. 특히 눈이 초롱초롱하게 뭔가를 바라는 모습은, 옛날 둘째 조카 필살기랑 똑같아서, 심쿵했네요. 보니까 미니언즈 하는 짓이 그냥 다 조카들 하는 짓(?)과 비슷하네요... 어쩐지 미니언즈가 뭔가 친숙하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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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슬프게도, 굿즈는 제게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미니언즈 항공기 조종사 모자 쓴 피겨를 갖고 싶은데요, 혹시 이런 거 어디서 파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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