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축복이 될까 저주가 될까
* 2007년 1월 컬처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하며 읽으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온통, 나와 당신(You)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06년의 인물도 바로 당신(YOU)이었고, 뉴욕타임즈도 2007년을 예측하는 기사에서 ‘생각있는 소비자와 그들로 인해 탄생할 소비 문화’를 중요한 흐름으로 꼽았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을 서핑하다보면 지겹도록 유시시(UCC) 이야기와 마주치게 된다. 많은 포탈 사이트들은 경쟁적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이용자가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리라고 난리다.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검색업체 구글은 이용자 제작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16억 5천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UCC를 통해 가수를 뽑는다, 누구는 음반을 발표했다, 영화에 출연할 배우를 뽑는다고도 한다. 그 가운데 코미디 프로그램 패러디 동영상등이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고, 교실 왕따 학생 폭력 동영상등이 올라와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실은 나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느새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 있었다.
하지만 UCC(User Created Contents)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쓰던 글, 올린 사진과 동영상, 자신이 분류한 정보들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비롯, 블로그, 싸이월드 미니홈피등을 통해 이용자들은 예전부터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왔다. 그것이 최근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이용 패턴에 있어서 이용자 주도권의 확실한 등장, 새로운 UCC의 형식의 탄생, 그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변화는 인터넷의 대중화와 디지털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 그리고 그것에 익숙하고 이용할 줄 아는 이용자의 등장을 배경에 깔고 있다. 이들은 과거와는 다르다. 이 시대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검색해서 찾는’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기업/미디어의 일방적 이야기 전달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기의 발달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새로운 방법,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나누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다.
이런 변화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유시시의 첫 번째 특징은 집단적 참여를 통해 정보를 조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참여와 분류, 공유를 통해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일종의 인터넷 정보 필터로서 역할을 했던 초기의 블로그나,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그리고 그 모태가 되었던 WiKi라는 홈페이지 운영 방식), 메타 블로그, 북마크 공유 사이트, 태그를 통한 분류 작업, 인터넷 책 서평의 공유들이 모두 그런 예이다. 자신들의 집단 참여를 통해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고 보다 편하게 공유하기 위해,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가장 특이하게 성공한 예에 속한다.
이들은 기존의 사회적 관계도 재구성해 나갔다. (지금은 망한) 아이러브스쿨등의 인터넷 동창회와 인터넷 메신저, 싸이월드 미니홈피, 다음 카페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전에는 외국에 나간 친구들과는 서먹서먹해지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일상적으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는다.
반면에 인터넷을 하지 않거나 휴대폰이 없는 친구와는 금방 뭐하고 지내는 지도 알기 어렵게 된다. 사람이 어디 간 것도 아닌데 사회적 관계망에서 실종되는 것이다. 대신 그 자리를 새로운 관계가 메꾸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들의 관계는 특정 시기에는 무척 친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멀어지는, 치고 빠지는 관계라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실은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 낸 UCC의 의미는 이쪽으로 국한된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동영상, 인기 좋은 사진, 사람들이 스스로 생산해낸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들. 실제로 UCC는 단순히 이용자들이 제작한 콘텐츠만을 말하지 않는다. 보다 넓게 보자면 사람들이 그것을 찾아내 즐기고, 자신의 의견을 달고, 스크랩하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서 재조직화 되는 과정이 포함된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탈 사이트에서 UCC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정보를 사람들이 원하고 있고, 이런 정보들이 많은 곳에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광고 수입과 더 많은 투자 자금과 정보 지배력을 얻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것이 요즘들어 유행하고 있는 UCC 열풍의 본질이다. 이미 존재했던 것을 새로 태어난 것처럼 과장되게 포장해 광고하기 시작해서 만들어진 열풍. 그리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이윤에 대한 욕망.
사실 이용자들을 내 의지대로 조정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용자들은 로봇이 아니다. 이제 80%는 쓰레기 정보로 채워진다는 평가를 받는 네이버 지식인의 사례처럼, 정보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명예나 재미, 편리함등의 가치로 참여한다면 정보들은 대단히 쓸만한 것으로 변하지만, 이익에 대한 욕망이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어느새 길거리 광고판으로 변하게 된다. 누군가가 중심을 잡고 누군가가 참여하는 가에 따라서 정보의 성격은 끔찍하게 달라진다.
어차피 세계는 이미 이미지 시대로 넘어왔다. 꿈과 이미지에 의해서 움직이는, 상상력과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백일몽을 꾸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꿈이 길몽일까 악몽일까,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제 우리가 ‘누구인가’ 보다 ‘어떻게 보이는가’가 더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UCC의 대중화는 이미지 시대에 우리가 스스로 그 이미지를 컨트롤하기 시작했음을,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와 이벤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음을 알려준다. 불행하게도 이런 이미지 생산 방식과 자본의 수익 모델/사업 형태의 전략을 분리해서 파악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우리 삶의 방식은 자본의 사업 모델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권력 관계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있다. 여전히 생산 수단은 자본가에 있지만, 원료와 노동력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 물론, 그리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다.
* 컬처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