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다움은 소니 스마트폰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운이 좋았다. 브랙시트가 가결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브랙시트 가결 이후 소니 스마트폰이 출시됐다면, 76만원에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해외에서도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원망을 듣던 폰이었다. 덧붙여 예전 '소니 프라이스'를 생각해 보면, 괜찮게 가격이 나온 셈이다.
출시 시기도 나쁘지 않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LG G5가 맥없이 패퇴하면서 삼성 독점 시장이나 비슷한 꼴이 된 모양새라, 팬텍이나 소니 같은 예전의 용사(?)들이 돌아오기 딱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선택 여지가 줄어든 시장이 곱게 보일 소비자는 없으니까.
아무튼, 소니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돌아왔다. 2014년 Z3를 내놓은지 2년만이다. 브랜드 이름도 X로 바뀌었다. MWC에서 발표된 모델은 X, XA, X퍼포먼스 3가지였는데, 한국에 출시되는 것은 상위 기종인X 퍼포먼스 한 종류다. 5인치 풀 HD 디스플레이에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 3GB 램, 32GB 저장 용량, 후면 2300만 화소, 전면 1300만 화소의 카메라를 갖췄다.
발표 행사장에서 만져본 엑스페리아 X의 첫인상은 좋았다. 깔끔하게 모난데 없는, 일체감이 느껴지도록 진화한 디자인도 좋았고, 빠르게 찍히는 카메라나 깔끔한 사운드의 오디오는 예전 폰보다 완성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풀 HD 디스플레이가 스펙상으론 아쉬웠지만 실 사용에선 솔직히 이 쪽이 더 낫고, 퀵차지 2.0도 이젠 지원한다. 방수/방진 기능은 여전히 기본이고. 소니는 소리를 가장 잘 다루는 스마트폰 회사 중 하나다.
자- 그럼 이쯤에서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잘 팔릴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것, 기술적인 상향 평준화가 이뤄져서 왠만한 스마트폰을 사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 사람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등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소니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를 내놨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갤럭시S7랑 비교하기는 민망하고 G5 정도도 절대 팔 수 없을 것이다. 팬택 중저가형 스마트폰 IM-100의 목표 판매댓수가 30만대라면, 소니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10만대 정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실은 그보다도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 소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닌, 어떤 '소니-다움'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사진이 잘 찍힌다. 하지만 다른 플래그쉽 스마트폰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지는 않다.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하지만 다른 플래그쉽 스마트폰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지는 않다. 분명히 보조금도 적다. 20% 약정 할인을 받는 것이 더 쌀 것이다. 마케팅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바로, 어떤 '소니 다움' 때문이다.
소니는 하나의 제품을 계속 갈고 닦는다. 노트북도 그랬고, TV도 그랬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부분까지 계속 제품을 갈고 닦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기 보다는, 본인들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밀어부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런 소니 다움을 이번에도 여전히, 소니는 질리도록 구사했다.
그러니까 소니는, 스마트폰을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는 기기'로 생각한다는 철학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소니 다움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다. 승부는 거기에서 난다. 사람들은 과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매치되는 스마트폰으로 소니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를 선택할까? 소니는 자신의 소니 다움을 한국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까?
당분간 소니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