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스는 거짓이지만, 혹스가 기반을 두고 있는 '두려움'은 진짜다
지난 10월말, 갑작스럽게 페이스북 친구들이 선언문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 페이스북 게시물 내용은 내 것이니, 누구도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고. 왜냐고 묻는 친구들에게는 '페이스북이 내 콘텐츠를 무단으로 공개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해서, 그것을 막고 싶어서 올려두는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이 해프닝은 페이스북이 이에 대한 대답을 이미 지난 7월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을 내렸다. 아니다. 막을 내리진 않았다. 혹스는 끝이 없다. 누군가는 지금도 계속 선언문을 올리고 있다. 그게 바로 혹스(HOAX)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강력한 거짓말.
인터넷에는 헛소문과 거짓말이 넘쳐난다. 이런 거짓 정보를 혹스라고 부른다. 많이 겪어 봤을 것이다. '이 메시지를 한번 공유할 때마다 1달러씩 기부된다' 같은 형식으로 떠도는 어떤 글들을.
솔직히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은 애당초 '게이트 키핑'을 고려하지 않은, 정보가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혹스는 그런 특징을 이용해 널리 퍼진다. 혹스는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혹스는 '고의적으로 남을 속이는 정보'다. 고의적으로 남을 속이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잘 아는 척 행세하는 언어'와 '가짜 전문가를 이용한 신뢰도 높이기'다.
예를 들어, 이번 페이스북 혹스는 다음과 같았다.
이 혹스의 제작자는, '채널 13 뉴스'라는 매체명을 이용해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법적 효율이 있는 문서인 것처럼 포장해 사람을 속인다. 거짓말이냐고? 당연히. 채널 13뉴스? 어느 방송국의? '로마 규정'은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쓰는, 전쟁 범죄 처벌을 위한 국제법이다.
메시지 자체가 2012년 경에 제작됐다고 한다. 왜 다시 살아났는지, 누가 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12년의 '오늘'이 지난 지는 한참 되었다. 게다가 페이스북 같은 웹사이트들은 대부분, 가입하기 전에 '동의'하는 규약에서 이미 우리가 게시한 콘텐츠의 사용권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우리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사용권을 가지고 있다.
혹스는 기본적으로 '행운의 편지'와 동일하다. 유인, 위협, 요청의 3가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번 해프닝에서 '유인'은 '내일부터 당신의 게시물이 공용화된다는 것'이고, '위협'은 '이 글을 카피해서 붙이지 않을 경우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며, '요청'은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십시오'다.
개인적으로 이런 혹스가 악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될 것으로 믿고, 이런 메시지를 배포하는 것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혹스는 비열하게, 타인의 선의를 이용한다.
사실 혹스를 판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개별적인 정보를 판단해 보면 된다. '채널 13'이란 방송국이 정말 존재하는지, '로마 규정'등이 무슨 법인지. 이렇게 글을 붙여 넣는 행위가 내 개인 정보를 보호해 줄 수 있는지. 이런 혹스만 전문적으로 판별하는 사이트를 이용해도 좋다.
하지만 인터넷은 증폭기다. 한번 불이 붙으면 빠르고, 무차별적으로 퍼진다. 처음 퍼트린 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혹스를 만들어낸 사람은 이 모든 소동을 은밀히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개인적이고, 갑작스럽고, 부도덕하며,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에 먼저 반응하게 되어 있다.
혹스는 비열하게, 타인의 선의를 악용한다
혹스를 거짓말이라고 부정만 할 수도 없다. 모든 사기는 인간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혹스는 숨겨진 공포를 하나씩 속에 숨기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인터넷에 게시된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나 자신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통제권을 강제로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마크 저커버그는 '사생활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애당초 이 혹스 자체가 2012년에 벌어진 '페이스북 감정 조작 실험' 같은 프라이버시 논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혹스는 거짓이지만, 혹스가 기반을 두고 있는 '두려움'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를 대할 때 'Why so serious?'가 아니라, 'I'm so serious' 해져야 한다. 결국 인터넷 정보에 대한 진위 판별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구글/아마존 같은 곳에서 자동으로 '팩트'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일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혹스는 앞으로도 끝없이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런 인터넷 공간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하자. 아무것도 믿지 말고, 일단 '그러려니'하는 것. 맥락 없는 정보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선의에는 선의로, 악의에는 악의로 대하는 것.
물론 이 글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