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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Nov 20. 2016

그리기 좋아하는 당신에게, 레노버 요가북

IFA에서 발표됐단 소식을 듣자마자 내 눈을 잡아끌었던 제품이 있다. 바로 레노버의 '요가북'이다. 얇고, 가볍고, 키보드도 가지고 있는 데다 필기도 완벽하게 인식한다. 게다가 배터리도 오래간다. 와우, 어디서 이런 재미있는 녀석이 만들어졌담? 

그런 내가 '요가북' 정식 발매 소식에 기분이 좋아진 것은 당연하다. 만사 제치고 보러 갔다. 이런, 90점은 줄 것으로 여겼던 내 마음이 고개를 조금 가로저었다. 90점 짜리는 아니네. 그래도 80점은 줄 수 있겠어. A는 아니고 B. B냐 B+ 이냐는 조금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물론 누군가에게는, 98점짜리 투인원 노트북이 될 수 있겠지.


아티스트를 위한 노트북

레노버에선 이 제품을 쓰리-인-원(3-in-1) 제품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태블릿도 되고, 노트북도 되고, 필기 입력도 되기 때문이다. 기존 요가- 시리즈처럼 뒤집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자면, 기존 태블릿 PC에 터치 입력이 가능한 판을 하나 더 달아놓은 제품이다. 

물론 터치 입력이 가능한 판을 하나 더 달아 놓음으로써, 물리적인 키보드를 필기 입력이 되는 터치 패널(일명 크리에이트 패드)로 바꿈으로써 얻는 것도 많다. 첫째는 당연히 필기 입력. 아이패드 프로를 제외한다면, 2,048레벨의 압력과 100도의 기울기를 감지하는 필기 입력이 가능한 제품은 거의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리얼 펜'. 그냥 스타일러스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스타일러스 촉과 실제 잉크촉을 교체해 가면서 종이와 크리에이트 패드에 모두 사용 가능할 수가 있다. 예전처럼 종이에 그리면, 따로 스캔받을 필요 없이 그냥 그대로 PC에 입력된다.

...종이에 직접 그린다는 것은, 태블릿PC 화면에 대고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대충 그려도 그대로 화면에 입력된다.



터치 키보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 잃어버린 것도 있다. 크리에이트 패드와 터치 키보드(일명 사일런트 키보드)로 번갈아 가면서 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불편하다. 감촉이 태블릿 가상 키보드를 터치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이걸로 키보드를 안 보고 칠 수 있는 사람? 아마 드물 것이다. 오래 타이핑하면 손가락이 아픈 것은 덤이다. 

누군가가 타이핑했던 내용을 찍었다.


물론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입력이 수월해지기는 한다. 위 사진에서 맨 밑 줄이 내가 쓴 글이다. 이것과 비슷한 방식의 '위키(Wekey)' 키보드를 예전에 사용해서, 대충 어떻게 타이핑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키보드처럼 때리듯- 타이핑하면 절대 오래 입력 못한다.


가상 키보드의 키 배치도 일단 칭찬해 주고 싶다. 백스페이스키를 아주 크게 만들어놨다. 오타가 자주 나기 때문에 실제로 스페이스바만큼이나 많이 쓰이는 키인데, 다른 비슷한 형태의 키보드들은 물리 키보드를 따라 한다고 저 부분을 물리 키보드와 비슷한 사이즈로 만들어 놓는 바보짓을 한다. 

매력적인 만듦새

이런저런 말을 쓰긴 했지만, 만듦새 자체는 좋다. 힌지를 새롭게 디자인 한 것도 고급스럽게 보이고, 상당히 얇고 가볍다. 노트북 형태인 것을 감안하면. 단순 태블릿PC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지만. 무게(690g)나 두께(최저 4.06mm/최고 9.6mm) 이런 것들은, 노트북 형태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10.1인치에 풀 HD 해상도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역시 보기 좋았다.


윈도우와 안드로이드,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독특하게 생긴 힌지


노트북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얇고 가볍다


리얼펜은 요가북 옆에 붙여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확장 포트는 많이 아쉽다. 미니 HDMI 단자와 마이크로 USB, 마이크로 SD카드 슬롯, 헤드폰 잭이 전부다. 여기에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12월에 나올 제품에서는 LTE USIM 슬롯이 추가된다. 버전은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버전, 두 가지로 나왔다. 가격도 60만 원과 70만 원으로 차이가 난다. 배터리는 8500mAh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버전은 최대 15시간, 윈도우 버전은 최대 13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안드로이드 버전 VS 윈도우 버전, 어떤 것을 택할까?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발표 현장에서 써본 경험으론, 태블릿 모드에선 안드로이드가 편하고, 여러 가지 작업을 원할 때는 윈도 모드가 나았다. 안드로이드 OS를 커스터마이징한 북 UI를 제공하는데, 특정 앱에서만 작동되고 진행 요원들도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를 정도로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다.

요가북 안드로이드 버전의 북 UI.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일 난다.


반면 발표회장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준다던가, 손글씨를 써주시는 분들이 활용하는 요가북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버전이었다.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일들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무리가 없고, 리얼펜을 이용한 작업 특성상 안드로이드가 더 나아 보였다. 

캐리커처 작업 시 이용되는 것은 안드로이드 버전 요가북



어차피 사양은 인텔 아톰 쿼드코어 프로세서(Z8550), 4GB 램, 64GB 저장공간으로 같다. 마이크로 SD 카드는 최대 128GB까지 지원한다. 늘 지원하던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도 역시 둘 다 지원한다. 색상만 안드로이드 버전은 샴페인 골드와 건메탈 그레이, 윈도우 버전은 카본 블랙-으로 차이가 난다.

간단히 말해, 굳이 윈도우로 써야 할 SW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안드로이드 버전을 사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업무상 많은 입력이 필요하다면, 윈도 버전을 사서 간단한 작업은 사일런트 키보드를 이용하되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


캠핑 모드로 놓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사용하면 편하다.


저널 + 노트북 컴퓨터 + 스케치북 = 레노버 요가북

이 제품은 단순한 노트북 또는 태블릿 PC라기보다는, 필기 입력에 가치를 둬야 한다. CPU를 봐도 알겠지만 무거운 작업을 하기에는 사양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태블릿으로도 쓰고, 간단한 메모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싶은 사람, 아티스트 지향의 사람들에겐 이 제품이 잘 어울릴 것이다.

이런 낭만을 꿈꿨던 사람이 정말 나 혼자였을까?



이 제품은 오래전, LG Xnote C1을 샀던 때의 낭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들어 줬다.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 200만 원이 넘는 터치 패널을 가진 노트북을 굳이 샀던 그때를. 정말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멋지게 결합된,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꿈꿨었다. ... 현실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오래전에 사용했던 Xnote C1



그보다 나은 제품을 이젠, 60만 원이면 살 수가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세상이 참 변해도 많이 변했다. CPU 성능을 생각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필기 성능을 생각하면 어디 가서 이런 제품을 이 가격에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함께 든다. 

우린 나름, 멋진 시대에 살고 있다. ... 이런 노트북을 쓴다고 멋진 사람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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