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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Feb 10. 2017

리마커블, 종이를 사랑해서 만든 전자 잉크 노트

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크레마 카르타'나 '리디 페이퍼' 같은 이북 리더기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전자 잉크를 사용해 가볍고, 싸고, 눈이 편하다. 그리고... 느리다.


전자 잉크는 그렇다. IT 업계의 계륵 같은 존재랄까. 분명히 쓸 곳이 보이는 데, 막상 써보면 쓸만하지 않다. 장점과 단점이 너무 분명한 탓이다.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데, 누군가는 한번 만져보더니 다시 쳐다보지 않는다.


전자 잉크 모니터, 전자 잉크 포스트잇, 전자 잉크 팔찌, 전자 잉크 손목시계, 전자 잉크 벽지, 전자 잉크 시계. 그동안 진짜로 개발이 진행됐던 전자 잉크 기기의 목록이다.


숱한 실패의 무덤에 또 하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일까? 이번엔 전자 잉크 노트-가 등장했다. 이름은 리마커블. 10.3인치 화면에 1872x1404 해상도의 화면을 가진, 펜으로 필기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https://youtu.be/34I27KPZM6g


리마커블을 만든 사람들은, 종이의 감성을 재현하면서도 디지털의 편리함을 가지고 오길 원했다. 그래서 종이 같은 감촉을 느끼고 쓰고 읽을 수 있는 리마커블을 만들었다.


실제로 리마커블은 우리가 사용하는 노트와 비슷하다. 무게는 350g으로 100여 페이지의 잡지 무게다. 펜은 기울기를 감지하면서 2048 레벨의 압력을 감지한다.


무엇보다... (주장에 따르면) 이 제품은 반응 속도가 빠르다. 즉시 반응한다. 그동안 전자 잉크 제품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느린 반응 속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제품을 만든 셈이다.



이런 콘셉트의 제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소니에서 만든 '소니 디지털 페이퍼'란 제품이 이미 존재한다. 크기는 13.3인치로 좀 더 크면서 무게는 비슷하지만, 해상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800달러가 넘는다.


이 제품은 현재 379 달러에 선주문을 받고 있다. 정상가는 529 달러가 넘어갈 예정이지만, 그 가격이라면 과연 팔릴까 싶다. 출시는 올해 여름 예정이다.


이 제품이 정말, 개발하는 사람들 말대로 레티나급 디스플레이에 350g의 무게, 제로 레이턴시의 반응 속도를 가지고 출시될까? 그렇다면, 우리가 들고 다니는 종이 노트와 다를 바 없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제대로 카피한 셈이다.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 제품들이 그렇듯, 이 제품도 나와봐야 안다. 굉장히 기대하면서도, 전자 잉크가 즉각 반응한다는 것은 조금 못 미덥다.


결국 선주문을 하려다 말고, 일단 출시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정말 제로 레이턴시 구현을 성공했다면, 앞으로 전자 잉크를 활용한 꽤 많은 제품들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종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제품 개발은 환영하지만, 그동안 너무 뒤통수를 맞아, 이젠 웬만하면 안 믿게 된 것이 조금 서글프다.


* 아참, 쓸 수만 있는 것은 아니고 PDF와 ePub 파일 읽기도 지원한다고 한다. 지원 언어는 아쉽게도 only 영어. 노트 필기야 상관없지만, PDF 파일은 폰트가 없으면 한글 파일 읽기가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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