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계획은 '메멘토 모리'

by 재숙

새해가 되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갈지도 모를 야심 찬 계획을 세우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곧 실현될 것만 같은 희망에 가슴 설레한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기특해한다.

보통 독서, 운동, 여행, 투자 등 가시적이고 손에 잘힙 듯한 카테고리가 계획의 범주에 들아가고 나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작은(?) 한 사건을 겪으면서 내가 매번 세우는 계획에 무언가 크게 비어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이러한 계획들을 추동함에 있어 방향을 잃지 않고 단단히 설 수 있게 해주는 삶에 대한 자세다. 계량적인 것들에만 치중했지 정작 한 해를 잘 살아내게 해줄 마음가짐, 태도에 대해서는 간과했던 것이다.


오토바이 여행을 했다. 사막의 모래 언덕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한없이 자유로움을 느끼고, 돌아오는 길에 바다 위에 형형색색 불을 밝힌 수백 척의 배를 보며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행복감을 느꼈다. 다음날, 오토바이를 타고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릴 때는 그야말로 망아지경이었다. 그렇게 행복감과 삶에의 의지를 가슴에 가득 담고 안전하게 숙소 앞에 도착. '이제 오토바이를 반납하고(사실 살짝 겁나기도 했었다) 진하게 커피를 한잔 마셔야지.'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 앞 턱-대리석 재질의 반들반들한 45도 경사-을 오르기 위해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는 순간, 갑자기 방금 전과는 다른 이유로 망아지경의 상태에 빠졌다.


오토바이 앞바퀴가 미끄러지면서 핸들이 방향을 잃고 사정없이 갈지자를 그리며 도로 한가운데로 밀려갔다. 그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고 결국 비틀댈 만큼 비틀댄 오토바이가 힘을 잃는 순간 나는 머리, 얼굴, 턱을 도로 바닥에 사정없이 짓찧으며 쓰려졌다. 철퍼덕!


그 다음은 병원, 붕대, 조기 귀국, 또 병원 등 우울하고 번거로운 일들이 이어졌다. 짜증스러울법한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신기하게도 마음 한편으로 삶의 소중함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삶을, 나를 어떻게 대해 왔는가, 하고 찬찬히 돌아보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답 없는 허무에 빠져 시간을 말 그대로 흘려보내고, 그 허무 속에 나를 방치해 두었다. 그런데 이번의 작지만 크게 될 수도 있었을 사건을 겪고 나니 '배부른 아이 투정하듯 살았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커피 한 잔도 못 마시고 떠나버릴 수 있는 게 사람의 운명일진대, 그 유한하고도 불확실한 삶 속에서 무에 그리 힘들어 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막연한 '카르페 디엠'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을 대면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메멘토 모리'가 이처럼 실제적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다. 올해의 나의 계획은 '메멘토 모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