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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May 01. 2019

연예기자와 향응 ①: 해외출장은 왜 자취를 감췄을까?

BTS, 트와이스 활약에도 김영란법 시행 이전보다 현지 취재 관심 ↓

김영란법 시행 이전 너도 나도 가려고 하던 해외 출장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해외 현지 취재 여건은 더 좋아졌는데 왜 취재하려는 기자는 줄었을까?



“선배 아이돌 그룹 해외공연 출장 잡혔는데, 선배네 (매체)도 가세요?”



연예 기자 시절 타 매체 동료 기자들과 자주 주고받던 정보 중 하나는 해외 출장에 대한 정보였다. 연예 기자들 사이에선 해외 출장이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왜 중요했을까? 국위 선양하는 민간외교관 취재 때문에? K-POP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러?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다. 그런데, 자비출장이라면 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겠지만 항공료 숙박비 등을 제공받았다면, 다시 말해 ‘향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에 가장 반발이 심한 집단은 바로 언론계와 기자들이었다. 기자들은 취재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한 술 더 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연일 날 선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자들이 우려했던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굳이 권언유착 경언유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기자와 관련한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향응이다. 그렇다면 연예 기자는 어떨까? 타 분야 기자들에 비해 덜하지만 연예 기자와 관련된 향응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해외 출장이 대표적이다. 해외 출장은 주로 연예 기획사가 자사 소속 연예인의 해외 공연에 기자들을 동행시키는 것이다.



연예 매체와 기자들에게 있어 해외 출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취재를 가장한 ‘해외 여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에서 기사를 전송하지만 출장 일정 전체가 업무 스케줄로 가득 차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아이돌그룹의 일본 콘서트를 동행 취재했다고 가정할 경우, 취재시간은 콘서트가 열리는 날 반나절 정도다. 그런데 출장은 2박 3일 혹은 3박 4일 일정으로 잡힌다.



2박 3일 출장의 경우 일정은 대략 이렇다. 첫 날 오전 비행기로 일본에 건너간 뒤 호텔 체크인을 마친다. 그리고 오후 반나절 자유 시간을 갖고 저녁에 소속사에서 마련한 만찬에 참석하거나 계속 자유시간을 이어간다.



다음 날 오전 역시 ‘피로’와 ‘숙취’에 시달릴지도 모를 기자들을 위해 휴식 및 자유시간이 제공된다. 이후 소속사에서 제공한 점심식사 후 콘서트장으로 이동한다. 콘서트장에서 공연 시작 전 간단한 기자회견을 하고 콘서트 관람을 한 뒤 기사를 작성한다. 물론 소속사에서는 보도자료와 콘서트 큐시트, 사진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만큼 취재를 열심히 안해도 크게 티가 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은 뒤 다음날 오전 반나절 현지에서 마지막 자유시간을 갖고, 오후 비행기로 귀국한다.



이처럼 콘서트 취재 이외의 시간은 사실상 업무와 상관없는 자유시간이나 다름없다. 또한, 현지에서 본인들이 자유시간에 쇼핑하고 술 한 잔 하고 출장지 시내에서 이동하는 비용 정도만 환전해가면 나머지는 돈 쓸 일이 없으니 남는 장사다. 특히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항공, 숙박을 출장 주최측이 전액 부담하니 이 보다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비용상의 문제로 모든 연예 매체를 출장에 데려갈 수는 없기 때문에, 출장단에 자신의 매체가 들어가 있느냐 빠졌냐도 기자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공짜 여행은 차치하고서라도, 출장이 소속 매체가 대접받는 매체냐 무시당하는 매체냐를 가르는 기준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해외 출장에서 제외된 일부 매체는 해당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 내기도 한다. ‘노래가 별로다’, ‘안무가 뒤쳐진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면 소속사는 어쩔 도리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노래가 좋다/아니다는 정답 없는 철저히 개인 취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므로, 연예인 소속사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급적 거의 모든 매체를 데려가려 한다.



반대로, 일부 소속사에서는 이런 속성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출장으로 매체와 기자들을 다스리는 것이다. 공짜로 대접을 받았으니 보은 차원에서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것은 당연할 터. 실제로, 해외 출장에 동행한 기자들은 해당 아이돌그룹과 콘서트 내용에 대해 찬양 일색의 기사를 내보낸다. 그나마도 자유시간에 발품을 팔아서 현지 K-POP 동향을 취재하거나 콘서트장에서 현지 팬을 인터뷰해서 기사를 내보내는 건 양반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소속사에서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와 사진을 이용해 손쉽게 해당 소속사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쓴다.



물론, 연예 기자들은 취재 목적이었고 우리가 먼저 출장을 보내 달라고 제안한 게 아니라 소속사에서 먼저 출장에 초대했고, 취재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소속사에서 경비를 지원한 것이니 향응을 받은 게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가요 출장에 가요 담당 기자가 아닌 방송 담당, 영화 담당 기자가 가는가? 일부 매체에서는 기자들 사이에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해외 출장을 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일을 하러 간 것인데 왜 한국에 남아있는 동료들은 부러워하는가?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면, ‘향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연예 기자들의 해외 출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기자들 주장대로, 향응이 아니라 취재가 목적이었다면 김영란법 이후 해외 출장이 사라진 것은 의아하기만 하다.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회사 경비로 충분히 갈 수 있는데 말이다.



현지에서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슈도 별로 없는 신인 그룹의 해외 공연 출장(물론 소속사에서 경비 일체를 지원한 공짜 출장이다)엔 수 십개의 매체가 몰렸지만, 전 세계를 누비는 월드스타이자 민간외교관인 BTS,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는 트와이스의 해외 현지 취재가 거의 없는 이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Copyright(C) May Day.2019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연예기자와 향응 ②: 그 매체는 왜 입을 다물었을까?’로 이어집니다. ②편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새로 등장한 연예 매체와 소속사 간의 신 향응 관계, 그리고 연예 기자와 홍보인들 간의 갑을 관계에 대해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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