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제공자는 두고 엉뚱한 손가락질, 치고 빠진 연예 매체만 웃는다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의 열애설이 터졌다. 열애 소식이 전해진 이후 그녀가 속해 있는 에스파의 팬덤은 물론 SNS,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다. 연예 기사에 관심을 끊고 살던 나조차도 활동 중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소식을 알게 될 정도니 말이다.
뜨거운 만큼 격렬한 설전도 벌어지고 있다. ‘카리나가 잘못했다 vs 연애도 못하냐’로 팽팽히 의견대립을 하고 있는 것.
카리나의 연애를 비판하는 입장은 이렇다. 카리나의 부와 명예는 팬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아이돌 시장이 유사 연애감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팬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콘서트, 팬미팅, 음반, 굿즈 등 주 수입원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반면, 카리나의 연애를 지지하는 쪽은 이렇게 반박한다. 아이돌이기 이전에 사람인데 연애도 못하냐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것도 아닌데 너무 가혹한 비난이며, 한 인간을 벼랑끝까지 몰아세우고 있는데 그러다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한다.
양측 모두 일리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양측 모두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느라 정작 이 문제를 일으킨 자들에게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리나의 열애 보도는 한 매체의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비밀 데이트 현장을 촬영해 보도한 것. 이른바 파파라치 보도다. 과거에도 해당 매체는 이런 식의 취재로 여러 건의 열애설 단독 보도를 한 적이 있다.
(TMI: 해당 매체에서는 자신들은 팩트에 기반한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파파라치라는 단어에 날 선 반응을 보인다. 물론 이 매체에서는 파파라치 사진만 찍는 건 아니고, 타 매체처럼 여러 다양한 취재를 한다. 하지만 파파라치식 사진 촬영에 특화되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본인 동의 없이, 염탐하고 관음하면서 몰래 촬영한 사진으로 보도하는 게 파파라치가 아니라면 무엇이 파파라치인지 묻고 싶다)
도촬 사진을 곁들인 열애설은 점차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각인되기 시작했다. 과거 열애설 보도는 텍스트 위주였는데 당사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록 도촬이지만) 사진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기반으로 한 열애설이 보도되기 시작했고, 반박할 수 없는 물증 앞에 열애 당사자들은 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베일에 쌓인 톱스타들의 굵직한 열애설이 보도되면서 해당 매체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취재 방식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카리나를 비롯한 톱스타들은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는 없는지.
연예인은 유명인이지 공인은 아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장관이나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이 불륜을 저지르거나 성접대를 받는다면 이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감시받아야 한다. 증거를 포착하기 어려운만큼 부득이하게 파파라치식 취재도 허용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자들에게 세금을 살살 녹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예인은 다르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도 아니고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도 아니다.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가 어떤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연예인 열애설을 통해 순간적인 가쉽거리 이외에 우리가 얻는 건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현재 카리나 열애설을 두고 찬반론자들은 서로 손가락질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해야 한다면 그 임자는 따로 있다. 파파라치 취재로 불을 지핀 매체, 그리고 열애설 인정 이후 이를 확대 재생산해서 이른바 이슈팔이를 하고 있는 연예매체들이다.
자신들에게 향해야 할 손가락질을 양측이 서로 하고 있는 동안, 이슈를 던진 뒤 치고 빠진 연예 매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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