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결에 실린 마늘향처럼 낯설고도 정겨운 –
끝없이 이어진 사막을 달려 도착한 곳,
그곳은 ‘길로이(Gilroy)’.
미국에서도 ‘마늘의 도시’로 불리는 이 작은 도시는,
오랜 긴장의 여정을 지나 마침내 마주한
작고 따스한 쉼표 같았다.
LA에서의 혼란스러운 마지막 밤을 지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긴 여정이 시작됐다.
차창 밖 풍경은 점점
거칠고 푸석하던 사막에서
녹음이 감도는 들판으로 바뀌어갔고,
마치 내 마음도 함께 이완되는 듯했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거리마다
섬세하게 조성된 조경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마치
동화 속 어느 마을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국의 낯선 도시가 이렇게
순식간에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착한 미영의 집은
언덕에 자리 잡은 탁 트인 구조였다.
넓은 거실 창 너머로 펼쳐진
길로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막과 초목이 조화롭게 뒤섞인 풍경,
멀리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포근한 정적이
지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그 순간,
이 모든 풍경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좀 쉬어도 괜찮아.”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리고,
나는 어느새 소파에 몸을 맡긴 채
길고 고단했던 여정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내일의 일정을 조용히 떠올려본다.
지금 이 순간,
길로이라는 이 작은 도시는
단지 ‘마늘의 도시’가 아니라,
나의 회복이 시작되는 첫 장면이 되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