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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타 May 29. 2016

OSX와 키보드가 탑재된 iPad Pro?

2016 뉴맥북 로즈골드

나는 회사에서 Window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주로 사용하고, 집에서는 아이맥 27을 쓴다. 아이폰6를 사용하며, 업무상 테스트폰으로 넥서스를 함께 쓴다.


예전부터 이런 노트북을 원했다.


- 얇고, 가벼운, 약 1kg

- 10 - 13 인치

- 글쓰기, 웹서핑, 오피스 업무

- 약 7시간 이상


이 항목들이 필수적이었고 디자인은 이쁠수록, 가격은 저렴할수록 좋았겠지만..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기기는 보통 가격이 비쌌다. (예전 VAIO처럼)


그간 이 요소를 가장 만족시키는 노트북은 Macbook Air 11인치 였다.

2011 버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의 것은 배터리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5 맥북에어는 위의 요소들을 대부분 만족시켰는데..


같은 해 뉴맥북이 출시되었다.

12인치의 더구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기까지.


뉴맥북은 위의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바로 내가 원하던 그 노트북이었다.

가격이 자비가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불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였다.


당시 리뷰들을 보니

조금이라도 무거운 작업을 하면 금세 느려지는 성능,

확장성에 자비없는 단 1개밖에 없는 USB-C 포트,

바닥을 두드리는 것 같다던 키보드,

그리고 대단히 나쁜 가성비 등

악평들이 많았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는 그럭저럭 쓸만한 맥북에어 11이 있어서 일단 두고 보았던 것 같다.

이 에어를 와이프에게 회사에서 사용할 가벼운 타이핑머신으로 넘기고 나서 조금씩 마음을 두고 있던 그때..


조용히 뉴맥북의 2세대가 출시되었다.

남자의 색(?), 로즈 골드와 함께



이거다, 하고 구매했다.

가격은 비싸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이번 맥북은 정말 만족스럽다.


회사에서도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작업하기가 참 좋다.

카페에도 야외에도 자연스레 가지고 다니게 된다.


이 노트북이 마음에 드는 이유가 명확한 컨셉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서브로 활용하는 생활 포터블 노트북


게임용, 고성능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 큰 화면, 다양한 포트를 지원하는 확장성을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 될 수가 있을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 아톰 CPU로 전 세계를 강타했었던 저렴한 가격대의 넷북.

사용하면서 바로 그 컨셉과 포지션이 생각났다.


이에 더해,

다만 화면이 12인치다.

다만 LED 발광을 지원하는 풀사이즈 키보드를 갖추었다.

다만 1kg 가 안된다.

다만 맥OS가 돌아간다. (문득 당시 델에서 출시한 델 미니9에 해킨토시를 설치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8g 램에 256g SSD를 갖추었다. (기본형 기준)

그래서(!) 가격이 당시 넷북의 약 4배는 되는 것 같다.


이 컨셉이 맞는 사람에겐 축복이겠지만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 정도의 성능을 기대하고 구매한 사람에게는 후회만을 남길 것 같다.


약 일주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 가볍다. 920g. 가볍다는 것이 이렇게 쓸모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고민 없이 들고 다닌다.


- 조용하다. 팬이 없다. 무거운 작업을 돌리면 하판의 위쪽이 살짝 따뜻해지는 정도다.


- 키보드. 뉴맥북의 키감은 호불호가 있으나 개인적으로 얕고 경쾌한 느낌이 점점 적응되고 좋아진다. 키보드 옆으로 빛 샘 없이 깔끔하게 적용되는 LED 백라이트는 훌륭하게 마감해 주는 듯. 조금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구매의사가 있다면 꼭 체크해 보는 게 좋겠다. (빠르게 타이핑할 때 들리는 두두두둑 하는 소리가 마음에 든다)


- 12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훌륭하다. 야외에서도 60-70%의 밝기로도 충분히 잘 보인다. 자신의 활용도와 화면 크기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 더 이상 빛나지 않는 상판의 애플 로고. 구매 전에는 빛나지 않는 로고가 이상해 보였는데 쓰다 보니 무덤덤. 너무나 얇아진 상판 때문에 구멍을 뚫게 되면 강성이 약해져서 그렇다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뭐 사용 중인 나에게는 보이지 않으니까 라고 세뇌.


- 스피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하다. 경첩+스피커+무선모듈을 함께 넣었다고 하는데 엔지니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 터치패드. 뉴맥북부터 본체대비 꽤 커졌다. 마우스를 필요 없게 만드는 바로 그 맥의 터치패드 거의 그대로다. 마치 실제로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탭틱엔진은 참 놀랍다. 맥을 사용하게 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


- 단 1개의 USB-C 포트. 많은 분들이 2세대에는 2개의 포트를 기대했으나 그 기대를 훌륭하게 저버린 그 확장포트.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활용 스타일에 비추어 잘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대부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고 USB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HDMI 등의 외장 디스플레이는 자주 쓴다. 용도에 맞추어 확장 포트를 구매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일반 USB 메모리라도 쓸라치면 USB-C to USB2변환젠더를 사야 한다. USB 2/HDMI/이더넷/충전포트 등을 한 번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꽤 든다. 정품은 언제나 그렇듯 자비는 없다. 평소에 외부 확장 포트를 정말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구매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일명 주렁주렁이 된다.


- 힌지. 뒤쪽으로 약 45도가 조금 못 미치게 열린다. 이 부분도 구매 전에 꼭 체크가 필요. 내가 사용하는 각도에서는 전혀 문제 없었다.


- 웹서핑. 주로 크롬 브라우저를 쓴다. 탭을 평균 6-8개 정도 열어두고 사용하는데 성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유튜브, 넷플릭스도 전혀 문제없이 돌아간다. 오래 틀어두면 로직보드가 들어있는 하판 위쪽이 뜨뜻.


- 배터리. 홈페이지에서는 웹서핑 시 11시간이라고 한다. 한 시간에 약 10% 언더로 빠지는 느낌은 든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


- 충전. 일전의 자석으로 딱딱 붙는 맥세이프는 없어지고 USB-C 하나로 충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충전기가 작아진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맥북 특유의 척척 붙여 충전하는 단자가 없어져서 이상했는데 쓰다보니 아이폰, 아이패드 충전하듯 꼽아 쓰게 되었다. 맥을 처음 쓰시는 분이라면 별 느낌없이 사용하실 수 있을 듯.


- 그리고 하나의 소리. 충전잭을 끼우면 들리는 소리가 만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문득 깨닫게 해 주었다. USB-C 충전잭을 끼우면 이때 친숙한 소리가 들린다. 바로 아이폰, 아이패드를 충전할 때 들리는 바로 그 '띙' 소리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외부 포트가 두 개다.


1. 충전 겸 통신용 - 라이트닝 포트

2. 이어폰 잭


뉴맥북에도 바로 이 문법을 적용한 것이 아닐까?


1. 충전 겸 통신용 - USB-C 포트

2. 이어폰 잭


아이폰-아이패드-맥북을 묶는 포터블 라인업을 구성하려 한 걸까. 물론 PC는 기존 스마트폰, 태블릿 류의 포터블 기기와는 사용성이 다르다지만 컨셉이 흥미롭다. 물론 충전소리로 부터 문득 든 생각일 뿐이지만, 점차 iOS와 OSX의 UX를 가깝게 가져가려 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1세대 뉴맥북 이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는 내부 직원들까지도 그랬으리라) 말했겠지만 2세대에도 우직하니 유지하고 이유가 있는 것도 같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야! 아이패드같은 포터블맥으로 생각해줘!


하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것


물론 뉴맥북은 맥이다. 다만 쓰다보니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패드 프로로 가져오던 포터블 라인업을 이제 맥까지도 연결하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물론 그 상위의 기존 컴퓨팅은 맥북프로들이 계속 가져갈 듯하다.


한 개의 확장 포트. 제거해 버린 쿨링팬. 적정한 성능의 CPU.


뉴맥북은 'OSX 가 구동되고 키보드가 장착된 아이패드프로' 라는 정도의 컨셉을 지향하는 것 같다. MacPad 정도의 느낌이랄까.


아이패드프로 12.9인치 256g 가 140만원, 전용키보드가 24만원 합치니 164만원. 터치가 안되니 5만원 빼자. 해서 159만원입니까.


메인 데스크탑이 있고 서브 용도로 쓰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다만 하드한 작업이 필요한 개발자, 디자이너는 미리 꼭 체크해 볼 필요가 있겠다.


12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부담 없는 배터리, 차분한 백라이트의 키보드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참 글 쓰고 싶은 느낌마저 준다. 외부에서 문서작업을 주로 하시는 분께는 좋은 선택이 될 듯.


개인적으로는 내가 필요로 하는 컨셉을 극단적으로 맞추어주는 제품은 그 가치에 대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편이다. 이번 뉴맥북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잘 맞았기에 서피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였다. 하지만 내 지갑은 패배.


아이패드도 프로도, 시류에 휩쓸려 샀다가 서랍에 박아둔 분들도 많았으리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잘 쓰는 분들은 정말 칭송하고.


뉴맥북도 딱 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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