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위치한 SK D&D 미디어센터, 기획부터 공사까지 모두 다
2006년 봄부터 여름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방황의 시기였다. 앞날은 불투명했고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실패했었고 취업을 하자니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 당시 막연하게 동경했던 음대 진학을 위해, 나름대로 레슨도 받아보고 몇 달을 도전했었지만 예술은 열정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깨닫고 포기했던 찰나였다. 뜨거운 여름에 집에서 멀기도 한 회기동까지 가면서 레슨을 받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초라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것도 없던 터라 졸업반인 상황에서 어떠한 일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의 시기였다.
돈도 없는 대학생이라 할 수 있었던 건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읽는 일 정도였는데, 당시 나는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집과 일대기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난다. 르 꼬르브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램 쿨하스 등등 외국 건축가는 물론 김중업, 김수근 등 우리나라 건축가와 건축물을 보면서 막연한 동경을 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제니하우스였나 아무튼 마천루 전문 커뮤니티에도 가입하면서 건물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다양한 세계 마천루를 동경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계속해서 책을 접하면서, 유학에 대한 로망이 컸던지라 전공을 바꾸고 준비했던 것이 북유럽이었고 실내건축이었다. 그리고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독일과 같은 외국 유학을 꿈꿨다.
물론 유학은 실현되지 못했다. 집안 사정도 있었고 개인 사정도 있어서 실내건축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 상담까지만 받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사정에 맞춰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그 순간 내가 실내건축업을 선택해다면 지금 나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을까?
지난날의 기억은 미화되어 당시의 작은 사건도 계기를 만들어 확대된다. 가난했지만 시간이 많아 일 년 내내 영화 보고 도서관에서 살았던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정신적을 풍요로웠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집을 수시로 바꾸어가면서 배치와 구조를 수치를 재고 구조를 바꾸어가면서 이리저리 움직였던 것이 시작이 되어 공간을 보면 매번 이러한 쓰임세를 더하면서 생각했던 습관이 지금 공간사업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 믿는다. 여하튼 잡다한 지식과 티끌 같은 경험이 새로운 사업을 도전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줄 몰랐다.
콘텐츠업을 본업으로 삼지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나의 일이라 정의했다. 틀 안에 가두어놓고 생각하기보다 틀을 깨는 일을 하면서 업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고 싶었다.
그러한 일중에 하나가 바로 스튜디오 사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스튜디오 대관 업이다.
나의 스튜디오 사업은 공간의 쓰임 세부 터 생각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그릇이랄까 여하튼 주어진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필요했다. 우연한 계기로 콘텐츠 사업 중 스튜디오 대관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는 과거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의 총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이제 7년을 넘어가는 시점이다. 공간 대여업은 매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대관으로는 수익성이 낮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규모 있게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한정적이다. 대기업이 참여하기에는 스튜디오만 가지고는 매력적이진 않다. 하지만 몇 년을 운영하다 보니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바로 다른 회사의 스튜디오를 만들게 된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맡게 된 건 그간 콘텐츠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줘야 하는 산업에서, 공간을 잘 이해하고 사업화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나만을 위한 공간보다 타인을 위한, 돈을 벌어주는 공간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부분에서 근 7년간 운영했던 스튜디오 비즈니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래서 누적된 역사의 힘은 무시 못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타인의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염원하던 대학로에 말이다.
처음 공간을 소개받았을 땐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하지만 뒤이어 전달된 말에 납득이 갔다. 앞으로 업무환경도 새롭게 변화할 텐데, 크고 넓은 오피스 공간이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면 비대면 시대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공간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며, 이럴수록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미디어자몽과 함께하는 이유는 콘텐츠를 위한 공간에 대해 누구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 했다. 돌이 켜봤을 때 나의 경험을 너무 겸손하게 아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상황을 겪고 나니 진심으로 나의 지금까지의 경험이 충분한 경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른 회사의 스튜디오를 만들어주는 것은 나에겐 리스크 있는 일이다. 현재 스튜디오 렌털을 하고 있으니, 경쟁자가 많아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전한 것은 새로운 사업 영역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대해서 기록을 해두기로 마음먹었다.
인테리어 사업과 경험은 한 번도 없는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떠한 것을 경험했고 이루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공간을 기획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결과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쓰임세가 되어야 한다. 공간을 구성했던 내입장에선 언제나 쓰임세가 중요했고, 이에 따른 활용도가 더해져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었다. 9월부터 사전 논의가 길었던 이유도 상호가 사용목적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단순한 인테리어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에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했던 활용도까지 제안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공간의 구분이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공간은 정형화되면 안 된다. 언제 어떻게 상황과 쓰임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사전에 너무 힘을 주어 공간을 확정해버리면 향후에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제작이 어려워진다.
처음 논의했던 공간이 중간에 구조가 바뀌는 상황도 있어서 구분하기 애를 먹기도 했다. 구역을 구분하고 쓰임세에 따라 공간을 배치하면서, 향후 만들어질 콘텐츠에 대한 상상력을 더했다. 기존에 우리가 운영하는 방식의 스튜디오 모델도 참고했다.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거의 전체에 절반은 차지했다고 본다. 일단 시작은 구조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구분된 공간 위에 디자인을 입혀나갔다. 자재와 재질 그리고 영상 기재자등의 위치를 잡아나갔다. 디자인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비주얼적으로 활용도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인데, 디자인과 모델링 논의가 몇 차례 오고 간 끝에 겨우 컨펌이 났다. 이 작업에서는 디테일이 생명인데, 이에 따라 견적 차이가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자재가 확정되고 전체 컬러와 톤 앤 매너를 결정해야 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기업이 요구하는 아이덴티티와 다른 공간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밸런스도 유지해야 한다. 너무 이질감 느껴지지 안되며 동시에 기능적 우수함도 보여줘야 한다. 덧붙여 시공하는 우리의 아이덴티티도 담기도록 노력했다. 딱 봐도 우리가 작업했구나 하는 느낌을 심어줄 수 있는 최적의 밸런스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모든 것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적합하도록 맞추지만, 우리만의 컬러는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처음으로 대기업과 공사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초기에 준비해야 하는 자료와 구성요소들, 그리고 절차와 과정에 대한 상호작용 등은 너무나 큰 가르침이었다. 그전까지 컨설팅 위주로 사업하던 것과는 게임이 안될 정도로 정말 큰 경험이었다. 이전 소소한 프로젝트를 위해 CGV에 있는 우리 스튜디오 작업은 해본 적이 있었지만, 직접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던 것은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다 거치고 결국 마무리를 지었는데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다.
공사업체는 비딩을 통해 결정했다. 디자인 시안과 설계도를 전달하고 이에 따른 업체 선정에 신중을 가했다. 시간을 계속 흘러갔지만 원하는 업체를 만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번에 작업한 곳은 우리가 원하는 와우 포인트의 핵심을 제안해서 결정했는데, 전체 견적도 한몫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납기가 핵심이어서 역순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시공과 함께 장비 설정과 세팅 등은 치수를 맞추면서 동시에 디지털 장비작업을 위한 사전 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가장 중요했다.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이번에 만들어주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인원과 구성요소가 들어가는 것을 처음 진행해보았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공사는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중간중간 반성할 것도 많았다. 컨펌 과정의 미스로 인한 납기일 정의 딜레이와 자재에 대한 문제 발견 등 마이너 한 이슈가 발생했던 것은 차후 공사 시에 다잡아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우리는 매일 현장에 있었고 감독하며 관리했다. 그때그때 문제를 바로 발견해서 조치했고 큰 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는데, 현장감독은 역시 필수라고 판단했다.
준공을 마친 후 전체 공사는 끝났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 일단 준공검사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행정적 준비작업이 꽤 많았다. 몇몇은 대체했지만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것들도 있었다. 다행히 시공사에서 도움을 주어 완성할 수 있었는데, 향후 사전 준비작업으로서 우리가 갖추고 보완해야 할 영역이라 판단했다. 장비 구성과 세팅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우리가 쓰면 모를까 잘 모르는 상대가 시스템을 익히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이에 대한 운영 매뉴얼 구성과 교육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행정적 절차와 검사과정을 거치면서 이에 대한 매뉴얼을 준비하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은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스튜디오 공사를 모두 마무리했지만 이제 이에 대한 활용 방안을 함께 논의가 남았다. 공간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쓰이는 시간이 되었다. 더 중요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차례다. 콘텐츠 기업으로서 이에 대한 활용방안이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처음 생각한 것을 펼쳐낼 시간이다.
우리 것만 하다가 남의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하다고 요청이 온 이상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었다. 관련성 높은 일이 어떻게 파생되는지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우려가 컸지만 그래도 잘 해낸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분야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잘 마무리된 덕분에 이번 계기로 새로운 일이 이어질 것 같다. 순간순간 우리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했다.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자몽 대표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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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 빠져 살고 있고, 음악을 좋아해 아이디는 20년째 위니스밴드 입니다. 2017년 <1인미디어 당신의 콘텐츠를 캐스팅하라>를 집필했으며,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조직의 울타리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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