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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가루 Oct 18. 2021

자전거를 탑시다

어쩌다 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신문을 돌렸다.


'어쩌다 보니'라고 말하게 되는 것은 위로 큰 형과 작은 형이 이미 신문을 돌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큰 고민 없이 나 또한 배달 소년이 되었다. 당시에는 고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당시 내 또래의 요즘 아이들을 보면 '참 어린 나이였구나'하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가끔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종종 눈물바람을 하시곤 한다. 


처음에는 걷거나 뛰며 신문을 배달했는데, 나중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배웠다. 그것이 나와 자전거의 첫 만남이었다. 고2 때까지 신문을 돌렸으니, 새벽에 자전거를 타는 일은 꽤나 오래된 나의 습관이 되었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일은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에게 물린 적도 있고, 두 손을 놓고 까불며 자전거를 타다 아스팔트에 얼굴을 문지른 적이 두어 번. 씨름을 하다 다쳐 어깨를 거의 쓸 수 없는 상태일 때도, 엄마에게 숨기고 자전거에 올랐던 적도 있었다. 배달을 마치고, 학교에 가기까지 비는 한 시간 가량은 신문 서너 종류를 읽었다.  처음엔 복잡다단한 신문 속 세상은 어린 나이에 알 수 없는 일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꾸준히 쌓이다 보니 하나, 둘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일이 늘어갔다. 친구들 사이에서 '애어른' 또는 '영감' 같다는 소리를 듣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처럼 내 몫의 일에 대해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은 나를 좀 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별다른 준비와 단련 없이 자전거 전국일주에 나서, 완주할 수 있었던 체력은 이미 그 시절에 비축된 내공(?)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여전히 자전거를 타는 일은 즐겁다. 


페달도 열심히 굴려야 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도 훨씬 더 걸리지만 웬만한 일은 차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려고 한다. 딱히 무슨 용무가 있지 않아도 가끔 머리가 무거울 때,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온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주변의 풍경들, 적당한 속도감, 속도를 감당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긴장감. 이런 몇 가지 감각들을 통해 살.아.있.다.는 울림이 팔과 다리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전거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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