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과 집밥, 그 오묘한 줄다리기
달달 볶은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 한 대접 푹
우리 가족은 상당히 외식을 즐기는 편이다. 별 다른 일정이 없는 휴일,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남편이 불쑥 말을 꺼낸다.
“그럼 우리 저녁은 나가서 뭘 먹을까~~??”
점심도 다 안 먹어놓고 저녁얘기?? 모두 어이없어하면서도 즐거워한다.
“점심에 된장찌개를 먹었으니까… 저녁은 돈가스 어때?? “
”어, 나는 얼큰하게 짬뽕도 괜찮을 것 같은데? ”
우리는 그날 주어진 두 끼(아침은 야채주스 정도로 때울 때가 많다.)를 최상의 조합으로 배치하겠다는 열정으로 고심에 고심을 더했다. 일할 때 이렇게 성의를 다했다면 출세를 했을 텐데;;
‘외식’을 하면 편하다. 요리도 설거지도 필요 없다. 그리고 맛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우려먹는 비슷한 레퍼토리보다, 맛도 모양도 훨씬 우수한 완성품들을 손쉽게 입 속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은 데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소소하지만 놓치기 싫은 이유들이 있다.
메뉴를 고르고 음식점을 정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의견을 주고받을 때부터 외식은 시작된다. 찜해둔 맛집 근처에 들를만한 곳을 알아보고, 식사 전에 산책이나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밖에서 먹는다는 점 자체가 특별하기도 하다. 평소 생활하는 집이 아니니까. 오로지 식사를 위해 꾸며진 세련된 공간은(때로는 김밥천국이라 하더라도!!) 기분 전환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가벼운(?) 반주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대화가 술술 이어진다.
한 가지 문제는 마음이 난다고 해서 매 번 외식을 하러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식 물가가 후덜덜 하니까.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나면 생활비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릴 테다. 그래서 연휴처럼 시간이 넉넉하고, 함께 식사를 많이 할 때는 소심한 주부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집밥과 외식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한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 나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면 좋겠다… 근데 어제저녁에도 초밥 먹고 들어왔잖아… 오늘은 집에서 먹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마땅한 게 없네… 아 그럼 조금 저렴한 메뉴로 먹고 들어올까??‘
보통은 이렇게 바람이 들면 외식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 달 카드값이 마감될 때쯤 되면, 집밥이 압승한다. 알아서 미리 장을 봐두게 된다.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그럴듯하게 먹을 수 있게 미리 메뉴를 생각을 해 둔다. 이게 주부의 본능인가 보다.
카드값 앞에서 옹색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나를 보며 ’아~~ 이런 고민 안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영상을 보며 한 냄비를 푸지게(?) 끓여내면, 그 또한 뿌듯하다. 형광등은 끄고, 백열등만 은은하게 밝힌 채, 김치찌개 한 그릇씩에 소주 한 병을 나누어 먹으면 ’ 캬아~~ 행복이 별 거 있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골치 아프게 줄다리기 같은 것 하지 않고도 끌리는 대로 사 먹을 수 있으면 정말 편하고 좋을 거다. 그러나 ’카드값‘ 님의 눈치에 따라 때로는 외식, 때로는 집밥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처지라 경험할 수 있는 감칠맛도 있다. 돼지고기 달달 볶아 묵은 김치를 넣고, 멸치 육수에 포옥 끓여 두부를 넉넉하게 썰어 넣은 no MSG 김치찌개 국물처럼.
그러므로 외식과 집밥, 어느 쪽이 이겨도 좋다. 한쪽이 너무 우세하면 그 또한 재미없지 않을까? 물론 우리 집 남자들은 외식에게 힘을 보태주고 싶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