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귀엽고 따뜻한 글이었어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긴장감이 있는 장면이 없어서 좀 심심한 느낌이 있었어요.”
“앞부분은 너무 재미있었는데, 마지막 문단은 빼도 될 것 같아요.”
멤버들의 내 글에 대한 합평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는 재미있었다는 평이었지만, 고치면 좋겠다는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덧붙여진다. 쩝... 이번 글도 엄.청. 좋지는 않았구나...
멤버들의 평이 끝나면 선생님이 평을 한다. 그는 평소 좋은 글이 나오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준다. “와,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이다~~”,“지금까지 읽은 OO 님 글 중에 가장 좋았어요!” 순수한 감탄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종류의 평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오늘도...
솔직히 이번 글은 좀 기대를 했었다. 치과 수련을 받을 때의 에피소드를 썼는데, 흔한 소재가 아니라 신선할 것 같았다. 그리고 평소에는 뭘 써야 할지 몰라 머리를 쥐어뜯다가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인데, 웬일로 술술 잘 써졌던 거다. ‘이번에는 좀 괜찮은데?’ 솔직히 칭찬이 좀 듣고 싶었다. 나도 다른 멤버들처럼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를 들어보고 싶다고!!!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와! 정말 좋다~~ 할 만한 글은 아닌가 보다. 흑...
9개월째 글 모임을 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주어진 주제에 대한 글을 써서 올렸다가, 줌으로 만나 돌아가면서 합평을 한다. 모임에 합류한 초반에는 머리를 벽에 쿵쿵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독자를 고려해서 완결된 한 편의 글을 쓰는 건 블로그 포스팅과는 또 다른 얘기였다. 초보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글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게다가 어찌나 능력자들이 많은지, 다른 멤버들 글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내가 가장 부족한 것 같았다. ‘내가 여기서 바닥을 까는구나...’ 남루한 자존심은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남모를 맘고생을 했다. 몇 달쯤 지나고 나니, 잘 쓰겠다는 욕심도 놓아졌다. 한 달에 두 편, 글을 ‘쓰는 것’에 의의를 두게 됐다. ‘부족한 게 많으면 어때~~ 칭찬보다는 지적에서 배울 것이 많지. 많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지 뭐~~', '빵꾸만 안내면 다행이지 뭐~~’라며 웃어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마감 일주일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미루다 미루다가 마감 당일이 되어서야 쓴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면서 흐흐.
부담을 내려놓았다고 해도 여전히 쉽지는 않았다. 주제는 받았지만 도무지 쓸 거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뼈저린 후회를 했다. “내가 왜 수업료를 입금했던가....ㅠㅠ 그냥 이번 한 달은 쉴걸...” 글 안 써지니 환불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돈이 아까워서라도 써야 했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끝을 내야 한다고 끙끙거렸다.
지난 9개월을 돌아보니, 그나마 글 모임이라도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 했으면 진작에 글쓰기를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남편을 붙잡고 “나 글 써야되에에에~~ 오늘 마감이야아아아~~ㅠㅠ” 울부짖던 날들. 그렇게라도 하는 동안 실핏줄 같은 글 근육이 붙고, 독자의 시선에 대한 감이 생겨난 것 같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글 모임을 안 했다면 내가 엄청 잘 쓰는 줄 알았을 거다 하하하하핫^^;;;
꾸준히 쓰면서 초반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긴 하다. 글 모임에 임하는 마음. 예전에는 ‘입금을 했으니 써야 한다’였는데, 요즘은 ‘이 모임에 계속 나오려면 써야 한다’로 바뀌었다. 여기서 버티기 위해 쓰는 셈이다. 이렇게 결이 비슷하고, 재미있는 글들이 넘치는 모임을 어디에서 찾겠나... 글 모임은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또 후회를 하고 있겠지.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라면서 ㅎㅎ . 술술 쓰든 울면서 쓰든, 문장들은 쌓이고, 나의 필력도 나아갈 거다. 거북이 같은 걸음으로나마. 설마 녀석이 꼼짝 않고 버티기야 하겠나! 그냥 2주에 한 편 쓸 뿐이다. 그럼 내년이 되고 후 내년이 되겠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선생님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할 날이 오지 않을까.
“솜사탕!! 이번 글 너무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