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가 자본이 되는 시대, SNS의 정치경제학을 중심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sites, SNS)가 현재 사회적 교호의 상당 부분을 매개하고 있기에, 이의 사회적 함의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동시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다. SNS는 사회적 교호를 매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는 점에서 더욱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 과정에 개입하거나 기존 언론의 대안적 채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과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함께 논란이 되어온 것은 네트워크 중심주의인데, 예를 들어, 디지털 격차 해소와 같은 정책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함으로써 네트워크의 참여가 이상적이며 정상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한다. 과연 네트워크에의 참여가 이상적이고 정상적인가? 와 같은 질문과 SNS는 강제적이라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이외에도 네트워크의 자본화, SNS의 일상화・보편화에 따른 논쟁거리는 다양하다. 가령 소셜 소프트웨어의 ‘나’에 대한 기술적 규정과 그로 인해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는 ‘보기의 과잉’현상을 노출증과 나르시시즘이라는 정신병리의 상업적 전유로 간주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의 민주주의와 SNS 간의 관계를 살피고, 미디어 매체에 의한 정치 경제학적 영향을 주체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관련 자료
1.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정치경제학의 위치
(임영호, 「한국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한계와 가능성 탐색」, 『한국언론정보학보』, 2015.)
임영호의 논문은 국내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이론적 한계를 검토하며 지향해야 할 방향과 연구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과 모바일 기반의 융합 환경으로 옮아가고 산업 간, 국가 간의 인위적 경계가 소멸하면서 자본의 논리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미디어 안팎의 환경 자체가 급격한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변화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미디어 정치경제학이 기여해야 할 부분은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본주의 경제가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 체제로 옮아가면서 무형의 정보재 비중이 급격하게 커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또 기술 발전으로 매체 간의 장벽은 점차 무너지고, 산업적으로도 시장 통합이 가속화하는 등 매체 융합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 미디어 산업 전체를 총체적으로 서로 연계해서 파악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아가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업자 외에도 유튜브처럼 이용자가 주도하여 일종의 정보 지대 형태로 자본에 수익을 창출해 주는 패턴의 확산에 주목하며, 이러한 추이 역시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적 진화형태로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자본의 구체적 작동 양식 규명을 통해 넓게는 자본주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 ‘네트워크 경제’와 같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적 추세와 미래 징후를 보여주는 개념들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의 미래를 진단하고, 정치경제학 연구의 과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로 파악된다.
2. 소셜 미디어와 동시대 문화 논리
(박미영, 「포스트-시네마적 미학과 신자유주의 시대의 포스트휴먼」, 『인문학연구』제59집, 2020.
이진로, 「소셜 미디어 소통의 정치경제학」, 『한국소통학회 학술대회』, 2012.)
이진로의 논문에서는 소셜 미디어 현상을 정치경제학적 접근 방법으로 분석하면 사회의 중심 주체인 시민, 기업, 정부와 관련하여 구조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소셜 미디어는 시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시민의 강화된 네트워크는 다시 소셜 미디어의 가치를 높이는 점에서 상호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소셜 미디어는 시민 중심의 미디어로 자리매김한다. 우선, 기업이 소셜 미디어의 활용에 의해 영향을 받고, 소셜미디어 역시 기업의 활용에 의해 가치가 증가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므로 소셜 미디어는 기업 중심의 미디어 성격을 띤다. 그리고 정부의 여론 수렴, 홍보, 그리고 효과적인 선거 미디어로 활용되어 행정을 원활하게 하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 정부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소셜 미디어 역시 정부와 더불어 그 역할이 확대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는 정부 중심의 미디어로 자리 잡는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긍정적인 소셜 미디어 기능은 어디까지나 특정한 주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시민의 입장에 설 때 가능하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소셜 미디어는 현대 사회에서 시민, 기업, 정부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 축(hub)의 성격을 지니며, 시민-기업-정부의 소통 촉진과 갈등 예방・해소에 기여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보고 있다.
박미영의 논문은 사회적 측면보다 개인적 측면에서의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컴퓨터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확장된 인지 능력과 더불어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 수집능력을 증대시키면서 육체로 대변되는 기존의 사회문화적 한계를 뛰어넘는 포스트 휴먼적 감각과 삶의 양식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페이스북의 예를 들고 있는데, 페이스북 사용자가 자기 자신을 페이스북 담벼락(Facebook Wall, 지금의 Timeline)이라는 평면적 공간 위에 탈중심화된 주체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보기의 방식으로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부유하는 포스트휴먼적 시선/응시(posthuman gaze)를 유발하는 디지털화된 평면적 스크린을 통해, 끊임없이 쇼핑하고 소비하는 주체로서 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들을 다룬 영화로 <언프렌디드>와 <서치>를 제시하며, 두 영화에 반영 되어있는 네트워크적 삶이 주는 비연결(disconnection)의 불가능성에 의한 공포감, 네트워크적 삶에서 자기 자신의 인정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와 타자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동시대의 문화적 무의식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소셜 미디어와 동시대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단면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바이러스가 세계사의 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자본주의 시대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변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논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임영호와 이진로의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경제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 모두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도 그렇고, 근본적으로 SNS에 잠식된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이 모여 한 사회의 경제, 정치에 참여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그 개인의 문제는 박미영의 논문을 통해 우려되는 지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비록 SNS의 발달이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견인하고 있다 할지라도, 텔레그램이라는 SNS 플랫폼을 통해 성 착취로 불법적인 수익을 거둔 ‘N번방’ 사건 등을 접할 때면 SNS의 영향력을 사회에 호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연구와 전환적 발전은 시급해 보인다. 덧붙여, 정치적 영역에서의 SNS 활성화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최근의 문제의식 중 하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와 같은 것이다. SNS 계정만 있다면 누구나 간단히 로그인해 해당 사건에 대한 청원 동의를 표할 수 있다. SNS를 통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매개・공유된 문제의식, 즉 청와대를 향한 무수한 ‘청’들은 실제로 많은 것들을 바꾸기도 했고 주체적인 정치 참여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권력자의 영향을 갈망할 뿐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권력자가 무엇인가 ‘해 주길’ 바라는 상상력이 아닌 공론장에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사회구성원들의 공통감각을 바꾸는 나의 실천일 것이 아닐까. 한국 사회의 더 나은 정치・경제 발전의 미래를 생각해보아도 그렇다. SNS와 자본화된 네트워크가 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