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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아이 Nov 29. 2024

[출간소식]이런 내용으로 두번 다시 책 쓸 수 있을까요

최고 조회수 17만, 브런치 스토리의 책

브런치 최고 조회수 17만  <나는 마흔에 K-장녀를 그만두기로 했다>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림 그리고 디자인하던 제가 출간 제안을 받고 글로써 작가가 되었다니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감사하게도 투고도 몇 군데 성공했습니다만, 제안해 주신 보석 같은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출산(?) 출간을 하고 나니, 이런 내용으로 책을 2번은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까? 글 쓰다가 내가 죽게 생겼더라고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 만큼 가족 에세이입니다.

K-장녀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원가족 즉 부모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속한 가족과 집단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건 굉장한 치명타로 여겨지잖아요.

심지어 '나'는 건드려도 '가족'은 건드리지 므르~~(말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가족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건, 곧 내 삶이 송두리 째 사라지는 일로 치부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밖으로는 '나는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기를 원합니다. 우물 안의 우리끼리는 감히 인지 조차 하지 못하는 비교 경쟁의 문화 속 당연한 생존전략이지 않겠습니까. 안으로는 닿을 수 없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향해 나와 가족을 채찍질하며 달리고요. 밖으로는 '나'(=가족)를 드러내지 않고 꽁꽁 억누르는 것으로 나와 동일 시 여기는 가족을 긍정적으로 승화하려고 하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물론, 재밌고 행복한 기억, 감사한 점은 누구나에게 있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분리하여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내 안에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을 나도 모르게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할 노릇인 겁니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하고 답답한 일이 많았을까요?

과거의 부정성을 끄집어내어 민낯을 확인하고 도장 깨기를 해왔습니다. 냄새만 안 났지, 딱 무기력한 노숙자의 체력과 마음으로요. (노숙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됨)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인 제게는 힘들었던 과거를 두 번 경험하는 일과 다름없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울고 있는 어린 '나' 앞에 곧바로 하차해 지난한 과정을 또 한 번 겪고 감정을 해석하고 다독여 주어야 했으니까요. 더 이상 외면하기엔 저는 이미 벼랑 끝에 와 있었습니다. 더 이상 미치기 전에 해결해야 했어요. 그 사이 내 아이들은 저의 감정을 먹고 빠르게 자라는 속도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가장 빠른 길은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길이더군요. 그 기승전결을 글에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각 장의 끝마다 '심리 상담 편'으로 구성되어 실제 상담 이야기가 대본으로 나와있고요. 그 외 상당수 목차 글들이 유머러스하고 재밌기도 해요. '남의 집도 저러고 사는구나' 혹은 '휴, 우리 집이 낫네~' 하고 웃으시기도 할 겁니다. 책이 출간되면 세상을 향해 알을 깨고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그 후로 무의식에 있던 불안, 두려움, 우울 등에서 싹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러나 그 기분은요. 딱 이 느낌이에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아담과 하와가 몸을 가릴 나뭇잎 하나 없이 까발려진 느낌입니다. 모든 것이 주저되고 다시 알로 되돌아가고 싶기도 한, 딱 그런 출간 시즌이에요. 태초에 다시 태어나는 그런 기분으로요.

욕을 먹는 것보다 두려운 건, 자책하는 습관으로 스스로를 갉고 탓하는 게 가장 힘든 거더군요. 글에도 나와 있듯이 죄책감은 당연한 감정이라 여기기로 마음먹었던 마음을 상기시키려고 해요.


이 감정 또한 지나가고 나면 저는 분명히 또 한 겹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고요. 저마다 모양은 다르지만 깊이는 같은 경험을 하신 세상의 딸들에게 공감과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의 에세이를 통해 한국의 K장녀 (딸, 어머니, 둘째 모두 K 장녀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가족으로 두어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간 소식을 먼저 알렸고요. 다음 글은 브런치 어딘가에 흙 묻은 알로 박혀 있던 알을 발견해 주셨던 귀인 이야기 등이 담긴 간결한 출간 이야기로 이어볼 생각입니다.


* 한 사람의 K-장녀를 이해한다는 건 한국의 절반인 여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책과 함께 해주세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꾸벅~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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