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음주에 관한 고언

다산의 술에 관한 2번째 이야기. 작은 술잔으로 주량을 조절하라.

by 장경


무릇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집안을 파탄내는 흉하고 패악스러운 행동은 대개 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고(觚, 고대부터 제사에 쓰던 작은 술잔)라는 술잔을 만들어서 술을 절제했다. 고라는 술잔을 쓴다고 해도 절제하지 않는다면, 공자는 말씀하시길 ‘그것은 고라고 해도 어찌 고라고 할 수 있겠느냐’ 라고 말씀하셨다.

고(觚)는 중국 은나라 때 제사에 사용하던 청동으로 만든 술잔이다. 길쭉하고 우아한 모양으로 잔의 윗부분은 나팔 모양으로 넓고, 중간은 잘록하게 들어가 있다. 풀어보자면, 패가망신하고 나라까지 망치는 주범이 모두 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안의 어른이 그랬던 것처럼 작은 술잔으로 주량을 조절할 수 없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다.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하는데, 잔의 70%를 채우면 술이 저절로 잔밑으로 흘러내려버리는 술잔이다. 고대 중국에서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잔이다.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곁에두고 자신의 욕망을 경계하며 거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너처럼 배운 것도 없이 폐족의 한 사람인데 거기에 더하여, 고주망태로 이름을 얻는다면, 장차 어떤 품질의 인간이 될 것이냐? 경계하고 절대 입에 가까이 하지 말라. 부디 저 먼변방에 외로이 있는 이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라. 술병이 한 번 나기 시작하면, 등에 염증이 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뇌저(腦疽),치루(痔漏),황달(黃疸) 등등 별의 별 기괴한 질병들이 일어난다. 백가지 약이 듣지 않으니, 바라고 또 바라건데 술을 끊고 마시지 말라.

천애일각은 절벽 끝에 몰려 있는 신세를 말한다. 뇌저는 목덜미 쪽의 종기를 말한다. 풀어보면, 몰락한 집안의 출신으로, 술주정뱅이까지 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또한, 술은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되니, 술을 결단코 끊도록 하라는 말이다.


폐족은 당쟁으로 몰락한 자신의 집안 일족을 낮춰 부른 말이다. 다산은 학문을 닦는 자식에게 빌고 빈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술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술을 들었는데, 담배나 과식이나 게임과 같은 당장 즐겁지만 몸과 정신을 망치는 나쁜 습벽들은 공부의 큰 장해요인이다. 악습과 공부, 일상에서 정진함은 병행할 수 없는 것이니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으면 정체하거나 낙오되는 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악습은 당장 끊어야 한다. <맹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마을에 닭도둑이 있었다. 그는 매일 닭을 훔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사람이었다. 그의 도둑질을 알아챈 군자가 그에게 충고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 두게나.”

그 말을 듣고 닭도둑은 잠깐 생각하다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소. 이제 내가 잘못을 반성하고, 그 습관을 바꾸겠소. 하지만 내가 닭을 훔치는 버릇은 워낙 오래 된 것이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소. 그러니 오늘 부터는 한 달에 한 마리씩만 훔치겠소. 그러다 보면 내년 정도 되면 훔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요.”

도둑질 같은 악습은 단칼에 끊어내야 한다. 이 핑계 저 핑계 되면서 줄여나가겠다느니 다음에 끊겠다느니 하는 사람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악습을 끊어내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큰 일을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나쁜 습관에 사로잡혀 있다 하더라도 누구나 가슴 속에는 큰 꿈이 있는 법이다. 가슴 속에 웅지(雄志)가 있다면 언제든 떨쳐내고 날개를 펼칠 수 있으니, 다시 꿈을 되찾아 과거와 결연히 절연하고, 분연히 몸을 일으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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