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귤

제주가 귤을 닮았다

by 스마킨

제주 하면 떠오르는 게 귤이다.

귤 하면 제주가 생각이 난다.

육지에서 사 먹던 귤이 입맛에 그닥일 때쯤 제주살이가 시작된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초입에 길가 농장에서 파는 귤을 제주살이 시작여행을 하며 아이들과 차 안에서 내내 까먹는다.

육지에서 사 먹는 귤은 귤이 아니다.

선명한 주홍빛에 적당한 당도와 산도,

중성지방이 많은 노란 과일을 피하라는 의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까먹는다.

제주 살면서 내 돈 주고 귤 사 먹는 일은 없을 거라던 제주살이 선배의 말이 무색하게 박스째로 사 먹는다.


그러다 미용실 원장님과 대화에서 재미난 생각을 같이 해본다.


“제주가 귤을 닮았다”


제주살이에서 가장 힘든 건 아마 대부분의 육지 것들이 느끼는 ‘괸당’ 이리라.

그 안에 속하느냐 따돌림당하느냐의 문제는 이웃과 더불어 살면 된다는 쉬운 말로 위로가 안된다.

나름 육지에서 생긴 나름의 합리적 사고가 제주에서는 뻑뻑한 자동차 기어마냥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원하게 달릴 줄 알았던 새 삶은 그렇게 덜커덩 거리기도 한다.

혈연 지연 학연 온갖 연으로 이어진 곳이 제주다.

게다가 탐라국이라 불리던 것처럼 해외 다른 독립된 어느 곳같다.

4.3의 아픔 또한 한몫했으리라.


제주의 기대했던 행복한 삶이 잘 익은 귤의 과육과 같다면, 그 과육은 괸당이라는 거칠고 나름 단단한 껍데기에 싸여 있다.

국제도시 제주의 이미지와도 같은 주황빛 귤피는 상큼한 향을 내는 듯하지만, 어느 관광도시에 가도 느끼지 못할 톡 쏘아붙이는 시큼함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제주살이를 시작하는 이들은 눈물 꽤나 흘리지 않을까.

맛있는 귤을 먹으려면 손톱에 귤피의 귤 물이 들고 귤락의 하얀 섬유질의 흔적이 덕지덕지해져야 하듯, 내 마음에 괸당 생체기가 어느 정도 생기고 나야 달콤한 일상을 맛본다.


귤은 하나의 덩어리이지만 그 속은 여러 개의 조각이 뭉쳐있다. 마치 하나인 듯이…

그러나 나의 괸당은 분명하다. 괜찮은 상품처럼 보이거나 한 덩어리로 있어야 탐라국 너머의 세상에서 가치가 생겨나서 그런지 따로이지만 뭉쳐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미묘한 얇은 막으로 자신의 괸당을 나누고 보호한다.


그러한 귤 종류가 참 많다.


그렇게 제주는 귤을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