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빠 머니의 추억

그 시절의 인도 여행: 2005년 뭄바이

by 비주류여행자

인도를 여섯 번 다녀왔다고 하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난처한 질문이 있다. “인도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나요?”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참 어렵다. 광활한 인도, 도시 저마다의 매력이 다르고, 여행했던 시기나 당시의 기분에 따라 같은 장소도 때로는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나의 도시를 꼽아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뭄바이’를 선택할 것이다. 여섯 차례의 인도 여행 중 다섯 번 방문했던 곳은 뭄바이가 유일했다. 왜 그토록 뭄바이에 마음이 끌렸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인도가 내 여행의 ‘첫사랑’이라면, 뭄바이는 그 첫사랑의 시작, 말하자면 ‘첫 키스’와도 같은 도시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016년의 뭄바이 언제 보아도 반가운 뭄바이의 빨간 시내버스


2005년 1월. 스마트폰도 없고 와이파이란 말조차 낯설던,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시대였다. 당시의 여행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두툼한 여행 가이드북 한 권에 의지해 숙소를 찾고, 종이 지도에서 거리 이름 하나씩 더듬으며 낯선 도시를 헤맸다. 최신 정보는 간신히 마주친 여행자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나 얻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 시절의 인도 여행을 누군가는 ‘낭만’이라 말하고, 또 누 군가는 지금도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젓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낯설고도 황홀했던 첫 인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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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의 첫 숙소였던 뭄바이 구세군 하우스의 2005년과 2016년 모습


뭄바이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나는 꼴라바의 허름한 숙소를 나와 게이트 오브 인디아로 향했다. 그곳은 아 직 인도 사상 최악의 테러로 불리는 2008년 뭄바이 테러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타지마할 호텔을 비롯해 게이트 오브 인디아 주변은 지금과 달리 삼엄한 경비도 없었고, 바리케이드도 설치되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혼잡하고, 복잡했던 혼돈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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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혼돈의 뭄바이



광장에는 커다란 풍선을 파는 사람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사람들을 비롯해 온갖 호객꾼들로 뒤엉켜 있었다. 그 틈에 섞여 돈을 구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들이 다가와 쉴 새 없이 손을 내밀었다. 1루피, 2루피 동전을 건네도 그들은 좀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계속 외쳤다.

“빼빠 머니~ 빼빠 머니~”


'빼빠 머니? 머니는 대충 알겠는데, 빼빠는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던 이 단어의 정체는 바로 페이퍼 머니 ‘Paper Money’, 즉 지폐를 달라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동전은 받지 않겠다는 거였다.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고, 당황스러웠다. 구걸을 하면서도 동전은 사양하다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 뭄바이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노숙자들과 구걸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때문에 그것도 치열한 생존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뭄바이를 떠올리면 귓가에 맴도는 그 음성, “빼빠 머니~ 빼빠 머니~” 낯설고도 낭만적이었던, 인도 여행의 첫 장면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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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2016년의 뭄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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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과 2016년 뭄바이의 빨간 시내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