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인도 여행: 2005년 뭄바이
인도를 여섯 번 다녀왔다고 하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난처한 질문이 있다. “인도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나요?”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참 어렵다. 광활한 인도, 도시 저마다의 매력이 다르고, 여행했던 시기나 당시의 기분에 따라 같은 장소도 때로는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나의 도시를 꼽아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뭄바이’를 선택할 것이다. 여섯 차례의 인도 여행 중 다섯 번 방문했던 곳은 뭄바이가 유일했다. 왜 그토록 뭄바이에 마음이 끌렸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인도가 내 여행의 ‘첫사랑’이라면, 뭄바이는 그 첫사랑의 시작, 말하자면 ‘첫 키스’와도 같은 도시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005년 1월. 스마트폰도 없고 와이파이란 말조차 낯설던,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시대였다. 당시의 여행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두툼한 여행 가이드북 한 권에 의지해 숙소를 찾고, 종이 지도에서 거리 이름 하나씩 더듬으며 낯선 도시를 헤맸다. 최신 정보는 간신히 마주친 여행자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나 얻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 시절의 인도 여행을 누군가는 ‘낭만’이라 말하고, 또 누 군가는 지금도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젓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낯설고도 황홀했던 첫 인도 여행이었다.
뭄바이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나는 꼴라바의 허름한 숙소를 나와 게이트 오브 인디아로 향했다. 그곳은 아 직 인도 사상 최악의 테러로 불리는 2008년 뭄바이 테러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타지마할 호텔을 비롯해 게이트 오브 인디아 주변은 지금과 달리 삼엄한 경비도 없었고, 바리케이드도 설치되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혼잡하고, 복잡했던 혼돈 그 자체였다.
광장에는 커다란 풍선을 파는 사람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사람들을 비롯해 온갖 호객꾼들로 뒤엉켜 있었다. 그 틈에 섞여 돈을 구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들이 다가와 쉴 새 없이 손을 내밀었다. 1루피, 2루피 동전을 건네도 그들은 좀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계속 외쳤다.
“빼빠 머니~ 빼빠 머니~”
'빼빠 머니? 머니는 대충 알겠는데, 빼빠는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던 이 단어의 정체는 바로 페이퍼 머니 ‘Paper Money’, 즉 지폐를 달라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동전은 받지 않겠다는 거였다.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고, 당황스러웠다. 구걸을 하면서도 동전은 사양하다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 뭄바이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노숙자들과 구걸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때문에 그것도 치열한 생존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뭄바이를 떠올리면 귓가에 맴도는 그 음성, “빼빠 머니~ 빼빠 머니~” 낯설고도 낭만적이었던, 인도 여행의 첫 장면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