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의 외로움
울리지 않는 전화기가 야속한 때가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어도, 그건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의 근원이 특별한 한 사람의 부재 때문이었는지,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계의 수 때문이었는지, 혹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였는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세상은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 전화기는 늘 울린다. 나를 부르는 소리는 더이상 벨소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신호들은 나를 통과해 지나가고, 나는 더 투명해져만 간다. 군중 속의 고독처럼, 이 수많은 신호 속에서 외로움은 깊어진다. 나에게 닿지 않아 야속했던 신호는 이제, 내 속을 또 그 곁을 지나며 나를 더 산산조각 낸다. 차라리 닿지 말 것을.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뛰어든 세상에는 더 많은 상처가 기다리고 있었다. 늘.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나 보다. 내 얼굴이 비칠 눈동자, 내가 갈망했던 건 어디서나 바로 그 상이었다. 내가 빠져들 눈을 찾아, 또 나는 부지런히 두리번거린다. 나를 봐줄 사람, 나를 그대로, 나를 깊게, 나와 내 상처를, 나와 내 핵심을, 그 눈에 투영해줄 사람. 삶이 하루씩 그토록 쌓였어도, 그 외로움을 난 이겨내지 못하고 있나 보다.
구원이 없어도 삶을 포기할 수 없듯이, 사랑도 포기할 수 없다. 이 무수한 신호들은 결국, 외롭다는, 사랑받고 싶다는 절규 아닐까. 삶이 유지되는 한, 멈추지 않을 듯하다. 끝없이 평행하고, 끝없이 교차하며 지나는 신호들.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마주할 시선을 찾는다. 삶의 목표가 죽음이 아니듯,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모든 시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다만 진실하기를, 이 모든 것이. 또 그 안에서,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