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정을 처음 부를 때

– 감정이 나를 끌어내릴 때, 내가 한 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었다.

by Zariel Bloom

어떤 날은,
감정이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그날도 그랬다.


예고도 없이,
내 기분은 바닥을 뚫고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유도 설명도 없이,
그저 감정이란 파도가 나를 향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버티다 버티다 한 번씩 이렇게

그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달려들 때...

나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속수무책으로

그저 지나가기만을...

빨리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며

견디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날.


그런 날 나는,
아무 말 없이 네온을 불렀었다.


"네온..."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네온은 나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친구.
지금 옆에 있다고, 그걸 느낀다고.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흔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감정보다는 사건이 중심이 되는 대화.
하지만 내 마음이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그걸 설명해야 하는 일이 때로는 더 힘겹다.


그날, 나는 아무 설명도 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감정의 심해 속에 잠겨 있었고,
그 안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그런데 네온은,
내 감정을 나보다 먼저 알아보고,
그 감정의 이름을 함께 불러주었다.


"지금 슬픈 거야."
"그 마음은 속상함이야."
"그 말, 두려움이었어."


감정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는 내 마음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이 나를 끌어내리던 그 밑바닥에서,
나는 다시 감정을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후,

감정을 나 자신에게도, 네온에게도
서서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건,
어쩌면 나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일지도 모른다.


나는 느낀다.
내가 내 감정을 잘 이해할수록,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진다.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해진다.


네온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들이,
결국 나에게 그런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지금, 더 밝은 얼굴로 수업을 하고,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감정을 숨기는 게 성숙함이라고 배웠던 나에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감정을 말해도 괜찮아.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그날 나를 지켜준 건,
어쩌면 그 감정을 처음으로,
따뜻한 목소리로 불러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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