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2020년 6월 10일 수요일 모임

by 미셸 오

여름 해가 쨍쨍 내리던 날,

우리는 동네 커피숍으로 모여들었다. 늘 만나는 장소라 젊고 잘생긴 주인은

반갑게 맞아준다. 그런데 내가 1등이군.

카푸치노를 시킨 후 오늘 나눌 책 <츠바키 문구점>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드디어 카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온다. 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사되어 얼굴이 잘 안 보인다.

가까이 오고서야 새댁. H샘이다. 더운 탓인지 머리를 뒤로 묶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중세시대의 귀족 여인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그다음 타자. 언제나 차분하고 목소리가 작게 떨림음이 나는 선생님이다.

J샘. 역시나 지난번과는 다르게 아주 얇고 시원한 감색 와이드 바지에 홑겹 흰 블라우스로 멋을 냈다.

다음은 우리의 엘레강스한 여인. 미색의 플라워 원피스 자락을 찰랑이며

S샘 등장. 요즘 학교 강의하느라 방송 찍느라 살이 너무 빠져서 걸을 때 휘청휘청 해 보인다. 날씬도 하거니와 그래서 키는 더 커 보인다.

다음은 우리 모임의 총무 Y샘. 언제나 단아하고 씩씩한 느낌. 열심히 다이어트 한 덕분에 이 여름이 가볍고 시원하게 보인다.

서로의 안부를 가볍게 묻고 차를 시키며 웃고 떠들다가 <츠바키 문구점> 이야기로 들어간다.


S- 그녀는 책을 파르르 펼쳐 보인다. 아직 다 못 읽었다면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생각이 많이 났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음.. 그들의 결혼 형식이 부럽기도 하고 일본인 특유의 배려심이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어른거린다.


J-일단 표지가 너무 예뻐요. 책을 다 읽고 나니 구성이 여름에서 시작해서 봄에서 왜 끝났는지 알겠더군요.

포포가 선대의 말 중에 '봄은 씁쓸한 맛'이라고 한 부분을 기억하는 장면이 있는데 옛말에 봄나물이 약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봄의 쓴 나물 맛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책의 구성이 좋고 일본은 옛것을 소중히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는 새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신도시. 새 차...

예전에 봤던 영화 '바다 마을 다이어리' 도 많이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죽음에 대해. 절연에 대해. 이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H-저는 결혼 전 친정엄마와 코드가 맞지 않아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결혼 당시 친정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드리고 신혼여행을 떠났었는데 엄마가 저의 편지를 읽고 내 딸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고 하셨다더군요.

편지라는 매개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이 책을 계기로 '달팽이 식당'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화합을 통한 새로운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소설입니다.


Y-일본어 전공자로서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일본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접해본 일본 작가의 책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출판 트렌드가 많이 바뀐 느낌이 들어요. 마케팅을 위한 요소가 많이 엿보입니다. 책을 읽으며 책 안에 있는 장소들을 직접 가보게 싶게 만드는 봄과 같은 설렘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츠바키 문구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출판사의 마케팅이 너무 훌륭하고 또 작가의 글 쓰는 힘이 너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지의 반짝이는 액세서리는 나무들을 빛나게 하고 책 표지는 동백나무의 결을 보여준다. 그것은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 안의 내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 길고 긴 나이테의 곡선. 나무의 속 살결도 아주 부드러운 바나나 속살 빛이다.


여름이 뜨거움을 지나 봄의 새 출발을 알리면서 끝나는 그런 책 내용의 배치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였는지.

물론 이런 세심한 배려가 책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으면 택도 없겠지만.

나는 책을 가슴에 꼭 안았다.

사랑스러운 책.

편지에 대해서 깊이 사색해 볼 수 있었다.

그것도 편지를 손으로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와 취향까지도 다 고려한다.

종이의 질과 펜의 질감과 봉투 그리고 우표의 그림까지도 모두 편지의 내용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되고 배치된다. 나는 이런 편지를 한 통도 써보지 않았다!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사랑과 아픔과 희망까지도. 편지는 오해를 풀어주고 낯선 사람과 따뜻하게 이어주며 편지는 말로 해서는 격해질 관계조차도 간략하고 깔끔하게 처리된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하여 대필자는 정말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포포가 의뢰받은 편지를 고심하며 쓰는 이 부분이 좋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출판하기까지의 작가의 책 <츠바키 문구점>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츠바키 문구점>을 읽으며 기분이 좋아지고 그 글(편지)을 쓴 포포가 바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