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글. 그림

by 미셸 오

지난번 데이비드 소로의 <메인 숲>을 읽어내느라 지쳤던 우리는 가볍게 이미경 씨의 책을 선별해서 읽게 되었다.


마침 책모임 회원 중에 데이비드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숫가 비슷한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그 단지 이름을

'월든'이라고 지었다는 건물주. 그 가짜 데이비드 소로도 살고 있는 주택단지로 향했다.

20채 남짓한 아담한 주택들이 여울처럼 자리잡은 그 주택의 한 채에 회원이 살고 있었다.

월든의 숲은 아니었지만 연꽃이 만발한 호수 근교에 지어진 주택은 아파트에만 갇혔던 우리에게 자유함을 주었다. K2 회원으로부터 시원한 감주와 수박, 잘 구워진 고구마로 요기를 한 뒤 가까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을 먹기도 전에 각자 직장일을 마치고 모인 터라 이전에 고구마와 과일들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하였던지 회원들은 피자 시키기를 강렬히 원하였고 월든 호숫가에 사는 회원이 값을 치러주었다.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H-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을 즐기지 못했던 나.. 무더운 여름날 싱그럽게 다가와준 구멍가게의 어릴 적 추억으로 정겹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계절의 변화를 담은 그림이 좋았어요.


S-그림이 너무 예뻐서 그림을 먼저 보았어요. 모든 그림에 꼭 있던 평상이 또 오래된 나무가 그 시간의 냄새가 나는 듯하였어요.


K-유년 시절의 질문.."너는 요즘 행복하니?"

이 질문 앞에서 아이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내 아이들은 행복할까? 며칠 전 타인의 보편적 잣대로 보면 영 아니지만 본인은 행복하다는 지인을 보며 행복의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인생에 대해서도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J-어릴 적 우리 집이 구멍가게였는데 가게 문에 붙였던 담배 스티커. 박카스. 막걸리 마시던 아저씨. 등등

과거의 현장에 가 있는 느낌. 지금 책으로 보면 정겹지만 실제 시골에 가면 이런 구멍가게보다는 편의점에 들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K-2 구멍가게를 보니 가게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춥겠단 생각이 먼저... 하하

점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되는 문화라는 것들을 어떻게 전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심하였습니다. 낡은 집들을 보니 한 우물을 파야겠다는 생각이.... 저도 학원 운영 30년 차인데 그 가치를 끄집어 내야 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회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이제 마지막 마무리를 해야 할 차례였다.

호주에 사는 동생이 페이스북 통화로 커다란 얼굴을 내민다.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지만 전화의 내용인즉슨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

한국에 있는 내가 아버지의 소식을 동생에게 듣다니.

딸아이에 전화해보니 나에게 말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당부가 있었던 것이고 외국에 사는 동생이 사실을 알고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멘붕 올 것 같아 모임에서 오면 말할라 했지. 할아버지는 이미 병원에 입원 중이고 시술까지 마친 상태래."

카페 화장실에서 전화를 하고 나온 후부턴가.

회원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미소를 짓는 나의 모습이 왠지 그들 눈에는 찌그러져 보일 것만 같았다.

일주일 내내 그림 속의 구멍가게를 감상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어딘가에 남아 있을 구멍가게를 직접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었는데.

머릿속에 구멍가게는 다 사라지고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호흡이 끊길 지도 모를 상황에서 홀로 응급실로 갔을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구멍가게의 책을 떠올릴 때면 나는 아버지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갔던 이 일을 같이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미경 씨의 그림에는 오랜 구멍가게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선 하나 색채 하나에 다 스며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이제 잊혀 버린 하나의 추억을 또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구멍가게에 담배심부름을 시키던 아버지...이게 또 뭔일인지. 담배를 끊은 지 10년도 지났건만 젊은 시절 아버지가 즐겨 피웠던 담배는 이제 아버지의 폐를 반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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