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황선우 <여자 둘이 삽니다>
여자 둘이 산다고?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엔 살짝 오해를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전문적인 일을 하는 직장인 두 여성이 서로 만나면서 그렇게 코드가 척척 잘 맞았다나. 마침 혼자 살면서 혼자력을 빵빵하게 채우고 있던 그녀들에게서도 채울 수 없었던 삶의 공백이 있었단다. 그럴 즈음에 만난 두 여자. 그 두 여자들이 서로 동거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행복하기만 했을까. 그녀들은 아니라고 한다.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날 땐 같이 살면 좋을 것만 같았던 그녀들은 서로 동거를 시작하면서 예상밖의 난관을 만나게 된다. 특히 그동안 자기의 삶의 방식대로 방해받지 않고 살았던 그녀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고 , 가령 한 사람은 완벽한 정리의 달인이라면 한 사람은 그저 사서 물건을 쌓아두는 편이어서 그들은 서로를 ‘타인이라는 외국’을 접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성숙해지고 더 서로에게 다정한 가족으로서 세워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담히 각자의 1인칭 시점에서 교차로 전개된다. 그들은 그들이 세운 가족의 개념을 분자가족이라고 명명한다.
분자가족이라?
예전에 –아마도 20년 전?-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가족의 개념이 재정의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 말에 매우 감동했었다.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하다니? 그런 발상이 있었구나 하는 감탄도. 시스템에 익숙해져 그 시스템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해보지 못한 인식의 한계를 느꼈던 순간이었다.
우선 이 책의 매력은 첫 장부터 눈과 마음을 쏠리게 만드는 작가들의 흡입력이 있는 문장력이다.
젊은 나이에 자신들에게 알맞은 삶을 지혜롭게 찾아서 그것을 누리는 모습이 나의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이라는 상자 안으로 다이빙해 버린.. 결혼을 인생에 반드시 거쳐야 할 의례로 여겼던 것. 그래서 아이를 낳을 때도 새로운 탄생에 대해 깊은 감사도 고민도 없었던 내 젊은 날들이 그녀들의 결혼에 대한 신중함. 본인의 삶에 대한 애착과 대비되었던 것이다.
내가 돌이켜 볼 때 이 두 사람의 삶은 정말 천국 같은. 내가 바라던 삶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혼자 사는 것 역시 많은 에너지가 드는 삶이다. 분명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는 나 외의 다른 식구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도 크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단지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려고 결혼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건 고단함의 토네이도로 돌진하는 바보짓”이라고.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이 27%를 넘고 그 가구는 원자와 같다고.
혼자 살기 위해서는‘ 혼자력’을 키워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그야말로 합당하다. 특히 여행을 혼자 하는 것은 혼밥의 최고레벨보다 한두 단계 위라니.
혼자 사는 것은 많은 용기와 자존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이 책은 같이 동거하는 김하나와 황선우가 각자 자기의 생각을 따로 펼쳐 놓기 때문에 독자는 그들의 내면의 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다.
이 책의 묘미가 바로 그것이다. 즉 김하나가 상대에게 느끼는 불평이 황선우의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되고 황선우가 상대에게 갖는 이해 못 할 점들이 김선우의 말을 들으면 또 이해가 된다.
그럼으로써 같이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 친구로서 가끔 만날 때 그렇게 죽이 잘 맞던 사람도 같은 집안에서 거주할 때 부딪히는 갈등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해서 섣불리 마음이 잘 맞는 친구라 할지라도 동거를 시작할 경우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고 저렇듯이 잘 맞는 이 두 명의 여자도 언젠가는 안 맞으면 헤어질 준비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여자 둘이 살든. 남자 둘이 살든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전통적인 가족이 붕괴된 시점에 아주 적절한 대안 같아 보인다.
앞으로 이런 분자가족들이 더 많이 생성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이제 진짜 가족의 개념이 재정의 되는 때가 온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