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늑한 포구, 망장포

by 리모


까만 모래와 자갈이 섞인 작은 해변이 좋아 공천포라는 동네 속에 자주 스며들곤 했다. 해가 저물어 푸르게 물들어가던 저녁 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남쪽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나지막히 마음을 두드리는 곳이었다.


공천포를 세번째 방문했던 날이었던가. 마을 옆으로 흐르는 신례천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바라보니, 썰물이라 갯바위들이 수면 위로 시커멓게 드러나 있었다. 어찌나 너르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는지 문득 그 위를 걷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고 말았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서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 지 십여분. 이 근방을 몇 차례 다녀오면서도 마주칠 수 없었던 작은 포구 하나가 거짓말처럼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이 나와 망장포의 첫만남이었다.



제주의 포구들은 거친 파도를 막아내기 위해 보통은 제방이 2중, 3중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 망장포는 단 한 겹만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포구의 제방과는 달리 그 높이가 무척 높아 보였는데, 태평양으로부터 밀려오는 거친 파도를 한 겹의 몸으로 막아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책이었으리라.


높고 길게 이어진 제방은 마치 어머니의 두 팔처럼 포구를 다정하게 감싸고 있었다. 거친 파도도 조용히 쉬어가는 곳. 작고 소박한 포구였지만, 그 품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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