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모 Mar 12. 2024

2월의 제주, 아라동에서

@카페블루하우스

2월의 한라산


제주도가 이렇게 눈이 많은 곳이었던가. 겨울 내내 내리던 눈이 2월 말에도 끈질기게 흩날렸다. 날이 조금 따뜻해져 도로에 눈이 쌓아지는 않았지만, 슈가 파우더를 뿌린 놓은 듯 하얀 한라산 정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다가올 이 너무 요원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겨울학기 수업 종강날. 제주시에서 그림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분들과 종강 파티 겸 근처 아라동의 한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제주도민이 되기 전 2018년 가을에 서귀포 보목동에서 아내와 함께 한달살이를 했다. 그 기간 중에 서귀포 시민을 대상으로 4주간의 짧은 특강을 진행하게 되어 이리저리 강의 공간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작은 세미나실이 있는 카페 블루하우스를 알게 되었다. 사장님 내외는 한국 남자-홍콩 여자분이었는데, 아내 분의 레시피로 서귀포에서 홍콩식 밀크티 전문점을 열게 되었다고 했다. 소중한 공간을 흔쾌히 나누어준 사장님이 고마워 당시 카페 건물의 모습을 작게 그려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우연히 방문한 아라동 카페에서 그 그림의 원본을 만나게 되었다.


2018년에 그린 카페 블루하우스


문 밖으로 나가 가게 간판을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 그 카페 블루하우스가 맞았다. 카운터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앗, 작가님 안녕하세요!"


카페 여사장님이 나를 바로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그간의 근황을 전해주었다. 서귀포에서는 여전히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제주시로 이사하여 지금은 이곳 아라동이 본점이 되었다고 한다. 서글서글한 표정과 열정적인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고,  본 사이 한국말이 엄청 었다.


함께 그린 그림들


제주에 이주하기 전 여행하며 만났던 분들을 도민이 된 후에 다시 만나면 무척 반갑다. 철들기 전 만났던 옛 친구를 재회하는 느낌이랄까. 우중충한 겨울의 하루가 이 짧은 만남으로 특별해지는 경험을 했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밀크티를 음미하며 오늘을 담은 기록 하나를 종이 위에 남겼다.


카페 블루하우스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는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