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여행을 한다. 그래서 그 특별함을 잠시 잊기도 한다. 그럼에도 떠나는 순간의 두근거림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시작의 설렘이 그림 속에 가장 많이 묻어나는 장소, 공항에 도착했다.
여정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기에 여행 속에서 공항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이전 시절의 여행을 들춰보니, 어쩐 일인지 그 흔한 핸드폰 사진 속에서도 공항의 풍경을 담은 기록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여행의 여러 순간 중 가장 긴장되고 바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일까. 서둘러 탑승 수속을 밟고, 정신없이 탑승 게이트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된 후, 공항에서 우연히 주어지는 느슨한 시간들이 좋아졌다. 항공편 지연 또는 환승으로 인해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무료한 시간들이 이제는 이 공간을 여유롭게 기록할 수 있는 소중한 창작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카메라가 아닌 손 끝으로 남긴 작고 촘촘한 기록들로 인해 여행의 추억이 더욱 풍부해지는 경험을 해보자. 남들과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그 누구보다 밀도 높은 여행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