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왜 디스코를 불태웠나?

Can't Stop The Music / Village People

by 지브라 베타

Disco와 Rock’n Roll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음악씬은 두 갈래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거칠고 반항적인 기타 리프를 앞세운 록(Rock)의 순혈주의자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은 화려한 미러볼 아래 4-on-the-floor (4박이 모두 같은 강세로 울리는 댄스음악 리듬)에 몸을 실은 디스코(Disco)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있었습니다.


뉴욕의 흑인, 라틴계,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에서 탄생한 디스코가 1977년 영화 <Saturday Night Fever>의 공전의 히트로 미국의 음악 시장과 라디오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록의 진정성을 내세우던 백인 남성 중심의 음악 팬들은 상업주의와 향락을 추구하는 디스코의 주류 진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두 진영의 갈등은 1979년 7월 1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 코미스키 파크에서 벌어진 '디스코 데몰리션 나이트(Disco Demolition Night)'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폭발했습니다.


Disco Sucks

당시 록 음악 팬들 사이에서 번진 "Disco Sucks (디스코는 쓰레기)"라는 구호는 단순한 음악적 취향의 차이를 넘어선 공격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록이 백인 남성 중심의 저항 정신과 '진정성'을 상징했다면 디스코는 흑인과 라틴계 그리고 성소수자 커뮤니티라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탄생한 명백한 '타자의 문화' 였기 때문입니다.


라디오 DJ 스티브 달(Steve Dahl)이 주도한 이 행사는 자신이 몸담았던 방송국이 디스코 포맷으로 전환되며 해고당한 개인적 분노와 집단적 혐오가 결합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는 메이저리그 더블헤더(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일정) 경기 사이 이벤트로 대규모 디스코 레코드 폭파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수천 장의 레코드가 폭파되는 광경에 열광한 수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으로 난입하였고 이 사건을 기점으로 디스코는 메인스트림에서 급속하게 밀려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빌리지 피플

이 시기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은 디스코가 가진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아이콘이었습니다. 건설 노동자, 경찰, 카우보이 등 미국 사회가 숭배해 온 마초 남성성의 상징을 하이캠프(High Camp) 스타일로 과장되게 패러디한 그들의 존재는 주류 사회에 대한 도발이기도 하였습니다.


사건 직후인 1980년 개봉한 영화 Can't Stop the Music 은 디스코의 황혼기에 제작된 야심작이었습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음악을 멈출 수 없다"고 외치며 디스코의 생명력을 낙관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영화의 상업적 참패와 디스코 데몰리션 나이트의 여파는 디스코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Village People


혐오와 차별에서 피어난 현대 음악의 DNA

"Disco Sucks" 운동으로 인해 디스코는 주류 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이는 음악사적으로 오히려 거대한 진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갈 곳을 잃은 디스코는 다시 시카고, 뉴욕, 디트로이트의 언더그라운드로 숨어들었고 그곳에서 전자음악과 결합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하우스(House) 음악이 탄생되었고, 디트로이트에서는 테크노(Techno)가 잉태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팝 음악의 DNA에는 디스코의 유산이 깊게 스며 있습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부터 두아 리파(Dua Lipa)에 이르기까지 세련된 베이스라인과 댄서블한 비트는 모두 그 시절 '차별의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유산입니다.

Daft Punk / Random Access Memory

Can’t Stop the Music

디스코 데몰리션 나이트는 특정 문화를 배척하려는 폭력적인 시도였으나 결과적으로 음악은 파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록과 디스코의 대립은 이제 구시대의 이야기가 되었고 현대 음악은 그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진보하고 있습니다.


빌리지 피플이 노래하듯 결국 음악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Can't stop the music / Village People


이 글은 음악 큐레이션 프로젝트 '지브라 베타'의 큐레이터 데스크에 먼저 소개된 글입니다.

지브라 베타는 매주 1-2회 음악을 큐레이션 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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