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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룩말 Nov 01. 2020

초등학생을 위한 좋은 영화 (1) 빅 미라클

1988년 10월, 미국 알래스카에 있는 항구도시 배로에서 일하던 기자 애덤은 우연히 얼어붙은 빙하 한가운데 얼음구멍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회색고래 가족 세 마리를 발견합니다. 고래라는 동물은 바다에 살지만 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어린이들도 잘 알고 있지요. 그러나 겨울로 접어드는 알래스카에서 점점 넓어져가는 빙하 때문에 회색고래들은 얼음구멍에 갇힌 신세가 된 겁니다. 애덤은 멕시코까지 긴 겨울여행을 떠나야 하는 고래 가족이 갇혀버린 현장을 보고 기자로서의 직감으로, 나쁘지 않은 뉴스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에 지방 텔레비전 뉴스에 고래가족의 모습을 보도합니다. 이 작은 뉴스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야 하는 백악관과, 알래스카의 석유 시추사업 때문에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고 싶은 개발회사 회장 등의 이해관계와 얽혀서 전국을 넘어 세계의 관심을 받는 대형 뉴스가 되어버립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들의 경쟁 속에 세계의 이목이 알래스카 작은 마을에 집중됩니다. 그러나 점점 떨어지는 알래스카의 기온에 그나마 열려있던 얼음구멍까지 점점 얼어붙고 회색고래들의 상태는 점점 나빠집니다. 고래를 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백악관은 급기야 냉전 중이었던 소련에게 쇄빙선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보내게 되고, 소련은 쇄빙선을 출동시켜 회색고래의 바다 귀환을 위한 빙산 깨기에 뛰어듭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진짜 이야기


위기에 빠진 동물을 사람들이 구출해 내는 이야기는 많지만, <빅 미라클>은 거의 실화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만큼 생생한 긴장감을 줄 뿐 아니라, 생각해볼 점도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회색 고래(Gray Whale)는 여름이면 북극에서 다양하고 풍족한 먹이를 잡아먹고 지내다가 겨울이 되면 멕시코 바하까지 내려와 따뜻한 겨울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너무 멀리 가거나 시기를 놓쳐 북극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빙하 한가운데 갇혀 남하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하네요.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실제로 알래스카에서 1988년 10월 벌어진 일이 20년이 훌쩍 지난 2012년에 영화화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레이철(드류 베리모어 분)은 그린피스의 환경운동가로 이 고래가족을 바다로 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요. 레이철은 이 사건에서 큰 역할을 했던 실제 인물 신디 로리를 연기한 것이고요. 당시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레이건 대통령과 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도 그대로 영화에 등장하지요. 풍부한 자연의 보고인 북극에서 석유 시추사업을 벌이는 기업 회장과 미국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소련의 쇄빙선 이야기도 모두 사실이라고 하니,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이지요.


이쯤 되면 짐작하시겠지만, <빅 미라클>은 동물이 나오는 가족영화 또는 어린이 영화에서 예상되는 다소 단순한 선악의 대결이나 뻔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안타까운 처지에 처한 고래를 구출해내는 일에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와 속셈이 얽혀있을 수 있구나라는 조금은 냉정한 시선이 잘 드러난 영화여서 어른인 제가 보면서도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이 외에도 특종을 통해 지방 뉴스 채널에서 대형 뉴스 채널로 발탁되거나 스타 기자가 되기를 꿈꾸는 기자들의 경쟁 등 숨은 이야기도 생각해볼거리를 던져 줍니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에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원개발의 이면과 환경파괴 문제 등에 대해 인터넷과 책을 통해 알아보거나 이야기를 나누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기에 아무래도 초등 6학년에서 중학생의 수준에 적합할 것 같고요. 해외 검색사이트에서 1988 회색고래 (Gray Whale)로 검색하면 당시 텔레비전에 보도된 실제 고래 구출 영상들도 볼 수 있어서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쉬운 점도 있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없을 순 없겠지요?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기자 애덤이 처음 사건을 발굴해 보도하는데, 사실은 애덤이 아니라 이누이트(알래스카의 원주민)들이 이 고래가족을 발견하고 얼음 깨기 등 구조활동을 먼저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당시 이누이트족 사람들은 이 고래들이 빙하에 갇혀 살 가망이 점점 없어지고 힘들어하자 이들을 사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이누이트 사람들이 고래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여주긴 하지만, 생계를 위해 고래를 잡겠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적인 갈등구조를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영화에서 사람들은 세 마리의 고래가족에게 이름을 붙여주는데, 윌마와 프레드, 뱀뱀입니다. (윌마와 프레드는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에 나오는 유명한 캐릭터 이름) 하지만 실제로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붙여준 이름이 따로 있었는데 푸투, 시쿠 그리고 카니크였다고 합니다. 원주민 말로 각각 얼음구멍, 얼음, 눈송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영화엔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지요. 아무래도 백인 기자인 애덤과 레이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 남는 아쉬움인 것 같습니다.



관람가: 전체관람가

개봉: 2012년

감독: 존 콰피스

주연: 드류 베리모어, 존 크래신스키, 더못 멀로니

장르: 드라마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107분


권장 관람나이 : 초등학교 6학년 이상

#북극고래 #환경보호 #석유 #그린피스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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