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마음을 찍다
요즘 예린이는 엄마를 따라 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머리를 묶는 것도, 손을 씻는 것도, 심지어 엄마가 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유심히 지켜보다 어느새 따라 하더라고요.
어제저녁에는 늘 그러듯
예린이는 엄마의 스마트폰을 들고
엄마는 당연히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카메라 앱이 켜지고,
예린이의 작은 손이 동생 서린이를 향했어요.
“서… 린…”
아직 또박또박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 말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어설프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렌즈를 맞추고
예린이는 “찰칵” 하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서린이는 낯설고 신기한 듯한 얼굴로 언니를 바라보았고,
예린이는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번엔 엄마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찰칵.
작은 눈 너머로 마주한 그 시선 속엔
“엄마도 찍어줄게요.
항상 우리 찍어줘서 고마워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어요.
예린이는 아직 ‘사랑해’라는 말도,
‘고마워’라는 인사도 또렷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손끝에서, 눈빛에서, 행동 하나하나에서 말이지요.
엄마가 늘 손에 쥐고 있는 그것.
그 속에 무언가 특별한 게 담겨 있다는 걸,
어린 예린이도 어렴풋이 느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저 매일 보는 엄마의 행동을 통해
사랑이 어떤 건지, 따뜻함이 뭔지를
천천히 배워가는 중인 아이.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배우는구나.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함께 겪으며
저도 그 마음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같이 자라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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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순간:
예린이의 첫 셔터 소리.
그 순간, 제 마음도 함께 찍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