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실리콘밸리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온 기회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준비가 되었더라도 그 기회를 알아볼 안목이 없다면 그 역시 지나가기 마련이다. 기회를 알아볼 안목도 없었고, 준비도 안 되있었던 나에게 지나갔던 큰 기회에 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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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 꽤나 진부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실재하고 있는, 현재진행중인 일이다. 스타트업에 조인해서 일하다가, 해당 스타트업이 대박이 나서 크게 M&A (ex. Facebook 의 Instagram 인수, WhatsApp 인수 등) 가 되거나 그대로 크게 성장해서 IPO 를 하거나 하는 경우, 창업자들은 물론이고 초기에 조인해서 함께 위험을 나눠지고 성공을 만든 사람들은 함께 대박이 난다.
그리고 이게 ~카더라, 하고 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알고 같이 놀던 친구들이 그렇게 된다. 며칠전에 같이 술마시고 놀던 내 친구가, 오늘 뉴스로 100억대 이상 자산가가 된다. 대부분 한국인들하고만 놀았던 나도 그런 친구가 있고, 그런 지인들이 있다.
최근 Lyft 가 상장했다. Uber 에 이어 두번째로 큰 Ride Share 업체로 어마어마한 적자 상태에서도 성공적으로 IPO 를 마무리하여 25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나한테도 100억대 자산가가 될 기회가 있었을까?
2013년도에 Uber 에 들어갔고, 3-4년만 안 짤리고 열심히 일을 잘했으면 아마 100억대는 넘는 자산가가 됐을 것이다. (Uber 역시 IPO 가 예정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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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이메일은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으면 거의 매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정도는 정말 '뿌리는' 메일이 내 메일함에 꽂힌 정도였고, 나에게 가장 가까웠던 기회는 2013년도의 Lyft 였다.
당시의 Lyft 는 이제 갓 Series C 를 raise 한 상태였고, 전체 직원이 50명도 안 될 때였다. 사무실도 아주 조촐했고, 내가 합격해서 입사를 했으면 사원번호 45번에 14번째 엔지니어가 되는 경우였다. 이게 큰 기회였던 이유는 당시에 내가 연락을 받고 Lyft 와 면접을 진행하게 된 과정에 있었다.
같은 팀에서 일하다 Lyft 로 이직한 친구 하나가 나를 Lyft 에 추천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꽂아넣는 수준의 추천이었다. 이유인즉슨 이 친구가 나와 같은 팀에서 하던 업무를 Lyft 에 가서 그대로 하는데, 그 친구의 counter party 가 되는 engineer 자리를 뽑고 있었고, 이 친구랑 내가 같은 팀에서 하던 업무가 그 업무였다. 그리고 해당 업무를 Lyft 에서 처음으로 자리를 만들어서 하는지라 이 친구는 그 업무의 Head 였고, 나 역시 해당 업무를 하는 첫 engineer 가 되는 자리였다. "나 얘랑 일하다 왔는데 얘 일 잘해. 얘 우리 회사 오면 같이 일 잘 할 수 있을꺼야." 이런 느낌. 같이 일하던 사람이 이렇게 추천하는건 거의 제일 좋은 추천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쥬니어로 시작해서 갓 1년이 다 되어가는 내가 이게 얼마나 큰 기회였는지, 이렇게 '꽂아주는' 수준의 추천이었는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눈물) 다만 한때 같이 룸메로 살려고 집을 함께 보러다닐 정도로 한국인이 아닌 사람 중에서는 손에 꼽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그래도 이름도 알고 서비스가 돌고 있는 스타트업에 조인해서 같이 일하자고 하는게 신기하고 재밌어보였다.
그래서 한번 Lyft 사무실에 놀러갔었고, 그 이후로 바로 면접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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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터뷰부터 바로 온싸이트. 마침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전화 면접은 건너 뛰고 바로 사무실로 만나러 갔다. 기술 면접 준비도 덜 되어 있고, 일 시작한지 갓 1년이라 영어도 (지금도 그렇지 하지만) 편하지 않은 상태로 가서 이번 IPO 로 이제는 1000억대 자산가가 된 Lyft 의 founder 인 Logan Green 과도 1:1 로 한시간을 이야기를 나눴다.
Logan 의 경우 나를 면접 본다기 보다는 Lyft 라는 회사를 나에게 설명하고, 자신들이 가진 data 와 vision 에 대해서, 앞으로 Lyft 를 어떤 방향을 어떻게 나가게 할지 selling 을 했다. 외부 비공개인 data 로 만들어진 visualization 을 보여주며 무려 6년전에도 Lyft 가 이미 샌프란시스코의 교통 체증 상황을 (물론 당시의 Uber 나 Google 도 알았겠지만) 얼마나 실시간으로 잘 tracking 하고 있으며 이 data 들을 어떻게 쓰려는지 공유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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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어버버버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피드백이 좋았던 것 같았다. 사흘만에 다음 단계로 진행하자는 연락이 왔다.
다시 사흘 뒤, 이번에는 CTO 와 1:1 면접이 잡혔다. 첫 면접에서도 두명을 봤고, 이번에 가면 조금 더 여러명을 볼 것 같았다. 여전히 별 생각도 감도 없어서 기본적인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갔던 내 자신이 지금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당시의 CTO 와의 1:1 한시간, 다른 팀 엔지니어와 한시간 (사실 이걸 쪽팔릴 정도로 겁나 망쳤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Founding CEO 인 (이분도 이번 IPO로 1000억대 자산가가 되신) John Zimmer 도 사무실에 들려 시간이 되는지 John 하고도 1:1 인터뷰를 한시간가량 했다. Logan 과 John 모두 와 얘네 둘 다 진짜 똑똑하다... 라는 생각을 했고, Logan 은 따뜻한 느낌, John 는 냉철한 느낌이어서 둘의 케미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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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였다. 다음 단계로 진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고, 세번의 방문 동안 co-founder 두명 포함, 총 여섯명을 만났다. 그때는 아쉽네, 정도로 끝났었는데 Lyft IPO 소식을 듣고 나니 와 정말 큰 기회가 내 곁을 스쳐지나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는 만약에 잘 되서 Lyft 에 조인을 했었더라도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당시 50명도 안되던 회사가 지금은 5천명에 가깝다고 알고 있으니 어마무시한 성장 과정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오래 버텼다면 많은 것을 배웠을테고, 즐거운 과실을 함께 누리고 있었지 싶기도 하고.
개인적인 결론은 이거였다. 어떤 것이 기회인지 알아볼 수 있는 insight 와 언제든 그런 것이 주변에 왔을 때 take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것, 그리고 저런 타이밍 / 운이 겹칠 때 잘 잡아야 한다는 것. 나한테 그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코앞까지 와도 그냥 지나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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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찾아오면 그것을 알아볼 안목,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가 된 내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