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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Mar 21. 2020

원격근무의 장단점

(feat. 풀타임 원격근무 1년 시점)

(2016년 3월 21일, 3년전 오늘 썼던 글)


원격 근무를 하면서 진짜 너무 좋아서 이제 출근 다시 어떻게 하나 싶은 점들:


1. 통근을 안 한다

통근에 들어가는 시간도 물론이고, 통근을 하느라 드는 피로도도 줄어든다. 따라서 퇴근 후의 시간을 훨씬 더 잘 계획해서 쓸 수 있다. 2번의 시간을 자유로이 쓰는 것과 합치면, 약속에 맞춰서 차 막히는 시간 피해서 미리 이동해서 일 할 수도 있다. 역시나, 내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로도를 낮추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한다.


2. 시간을 자유로이 쓴다 

내 업무를 내 뒤에 누가 "바로" 이어서 할 일이 있는 업무와 당장 그렇지 않은 업무로 나누어 전자를 먼저 빠르게 처리하고 나면, 후자는 내 시간에 맞춰서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쉬었다가 남들 퇴근하고 나서 일해도 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일 할 수도 있다. 집중이 안 될 때 앉아있어봐야 일 안된다. 차라리 두시간 대놓고 놀거나 자고, 어머 젠장 (...) 하면서 벼락치기 하는게 집중력에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 코딩이 안 되면 팔굽혀펴기 10회 (...) 같은 것도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이럴수 없잖음 (...)


3. 먹고 싶은 것, 먹고 싶은 시간이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

양날의 검이라 식사를 잘 안 챙겨먹게 될 수도 있는데, 스스로 잘 조절하면 매우 편하다. 맥주를 마시면서 일해도 상관이 없고, 점심에 찐하게 고기에 마늘을 먹어도 된다. 왜냐고? 화상으로 하는 미팅에 냄새는 전달이 안 되거든.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시간을 내가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쓸 수 있다. 밥 먹을 시간인데 집중이 잘 되면 그대로 일하면 되고, 집중이 끊기면 그때 밥 먹으면서 fresh air 를 마셔주면 된다.


4. (월급을 충분히 받는다는 전제하에) 통근을 하지 않으니 통근을 고려해서 집 위치를 잡을 필요가 없다 

물론 역세권이거나 교통이 편하면 좋지만, 이런 편의 요소는 집값과 직결된다. 다양한 요소 중에 통근 시간이나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고정 비용 요소 중에 큰 요소 하나를 줄일 수 있다.


장점을 열거했으니 단점들:


1. 분위기 파악이 어렵다

혼자 원격으로 일하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이 어렵다. 레이오프가 있다던지, 아니면 무슨 좋은 일이 있다던지 하는 바이브 파악이 어렵다. 엔지니어인 나도 이런 부분이 업무에 조금은 영향을 주는지라, 사람을 주로 상대하는 role 은 이런 부분이 어려울 것 같다.


2.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같이 있으니 거리감이 있다

나도 노력하고, 또 배려를 받는 부분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내가 오피스에 있어서 별로 친해지지 않는다는건 함정. 그래서 원격이 나는 상대적으로 덜 불편한 것 같기도 함. I don't social at work. (아, don't 이 아니라 can't 이구나. 난 하고 싶은데 못 함.)


3. 장단이 있는데, 일처리를 진짜 매우 깔끔하게 해야한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할 때 확실히 하고, 두번 세번 cross-checking 을 해서 내 결과물의 내용이 그 누구에게도 surprise 가 되서는 안 된다. (quality 나 speed 로 surprise 하는건 좋음!) 원격에 있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여러번 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면 (나는 괜찮지만) 내 동료들이 피곤해지고, 그건 내가 같이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로 인해 다른 동료들이 피곤해지면 이것을 계속 할 수 없다. (배려와 피곤의 경계를 잘 파악해야한다.)


*


이 원격의 끝이 언제가 될지 조마조마(?)해 하면서 일한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미국을 떠나서 떠돌아다닌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고. 이제 언제 그만 두게 된다고 해도 아쉽기는 하겠지만, 너무 실망하지 않게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다니고 있다. 어서 더 많은 회사가 원격을 도입하고, 원격 도입으로 인한 생산량 향상과 이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 시스템이 자리 잡길. (계속 원격하고 싶은 1인)


...


라고 글을 썼던 것이 3년전이고, 팀은 샌프란시스코에 둔 채로 혼자 원격근무를 2년 정도 했었다. 무려 한국으로 돌아와서 출근을 하기 시작한지가 1년이 넘었고, 코로나 사태로 (저때와는 다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난 뒤에 한국 회사들의 근무, 출퇴근, 회의에 대한 인식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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