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국과 일본에서 받은 긴급재난문자들
긴급재난문자를 공지용으로 쓰는 정부와 지자체 덕분에 코로나 관련 긴급재난문자를 하루에도 몇번씩 받고 있다. 최근에는 폰으로 화상회의를 하다가 긴급재난문자를 받으면 Zoom 에서 음성이 먹통이 되는 버그로 인해 몇번 당황과 분노를 했고, 그래도 긴급재난문자 알림 자체를 꺼버리기는 꺼림칙해서 방법을 찾던 중 iOS 에서도 한국의 긴급재난문자 레벨 설정이 생겼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업데이트하고 설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에서는 공지로, '관악구청' 역시 공지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관악구에 살지도 않고 심지어 인접한 구에 살고 있지도 않은데. 이런 문자들은 받고 싶지 않음.
iOS 업데이트 이전의 iPhone 사용자라면 Settings (설정) - Notification (알림) 에 들어가 최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려보면 아래와 같은 단일 옵션이 있다.
이 옵션은 긴급재난문자 전체에 대한 설정이라 끄는 것이 망설여졌었다. 원래의 긴급재난문자는 레벨을 설정 가능하게 해두었는데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의 규격을 따르지 않아서 아이폰이 그 레벨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 "긴급재난문자"에 관한 몇 가지 토막 상식: https://www.facebook.com/unifiedh/posts/642855836525819)
다행히도 이번 iOS 업데이트에서 한국의 긴급재난문자에도 2단계나마 분리해서 설정을 바꿀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지자체와 정부에서 긴급재난문자를 남발하다보니, 알림 전체를 꺼버리는 사용자들을 위해 급하게 변경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아이폰의 Settings (설정) - General (일반) - Software Update 에 들어가면 아마 이런 업데이트가 가능하다고 나올 것이다.
(다른 업데이트 내용은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Download and Install 을 누르면 인터넷 속도에 따라 다운로드 및 설치가 되고 알아서 꺼졌다 켜진다.
그리고 다시 Settings (설정) - Notification (알림) 에 들어가보면... 짜잔!
아직 두개가 정확히 어떤 레벨의 긴급재난문자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아래 옵션이 "공지성" 문자가 올 것으로 예측되어 아랫쪽 옵션을 꺼두었다.
며칠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일단 공지성 문자가 지난 이틀간 오지 않아서 만족 중. 부디 용도에 맞는 긴급재난문자 사용으로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내용은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길.
덤으로, 어쩌다보니 미국과 일본에서도 긴급재난문자를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내용의 레벨(?) 비교.
미국에 있을 때 가장 자주 받은 긴급재난문자는 AMBER Alert 였다. 미성년자들의 유괴나 납치 등 실종 사건이 있을 때 해당 지역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는 긴급문자이다. 아래처럼 지역, 수배된 차량 정보가 바로 보이도록 나온다. 사안의 즉시성이 매우 높고 "특정 지역" 기지국 네트워크에 접속된 모든 스마트폰에 "쏘는" 긴급재난문자의 특성상, 해당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발생 중인 경우에만 받는다.
AMBER Alert 이외의 긴급재난문자를 받아본 적은 딱 한번있는데, 2018년 1월에 하와이에서 한달을 살고 있었을 때다. 다행히 오보였으나 내용이 매우 심각해서 오보라는 메시지가 오기 전까지 실제로 하와이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럴만한 내용.
실제로 내용이 매우 위급했는데
"하와이로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당장 방공호로 대피하세요. 훈련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으로 오인 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오보였다. 그리고 이 오보가 나게 된 원인은 꽤나 어이가 없는데, 웹브라우저에서 클릭으로 이 긴급재난문자 전송이 되는 시스템이었고 test 용과 실제용이 아래처럼 구분되어 있어서 실수로 발생한 사고였다.
사실 다른 버튼들도 심각한 애들이 많아서 누가 이따위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상태로 그대로 썼다는 것도 어이없다. 바로 아래는 쓰나미 경보 알림.
그 다음은 일본.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이다보니 긴급재난경보를 실제로 사용하는 일이 잦고 중요해서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자연재해 알림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일본에서도 삿포로에서 2주간 머무는 동안 역대급의 긴급재난문자를 받았으니...
여기도 위급한데 그래도 미국 보다는 톤이 점잖은 느낌. 문화차이로 보여서 일본에서는 이게 매우 급박한 말투인듯.
"정부 발표 2017년 9월 15일 오전 7시.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 같습니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하시기 바랍니다. (총무성소방청)"
"정부 발표 2017년 9월 15일 오전 7시 7분. 미사일 통과. 미사일 통과. 방금 전 미사일은 홋카이도 지역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통과한 것 같습니다. 의심스러운 물건을 발견하셨다면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마시고 바로 경찰 또는 소방서 등으로 연락 바랍니다. (총무성 소방청)"
자다가 깨서 깜짝 놀랐는데 아무래도 미사일이다보니 금방 지나갔다. 이 알람은 실제 긴급재난문자가 발동된 케이스로 실제로 북한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미사일을 발사, 실제로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했다. 이쯤되면 실제로 전쟁 일보 직전에 가까운 위협이었고, 일본의 재난경보문자는 효과적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대피하지 못했지만...)
코로나도 분명 중요한 국가 위기 상황이나 즉시성을 따져보면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 한참 뒤떨어진다. 당장 내가 있는 지역에서 납치나 유괴가 일어나는 상황, 내가 있는 지역으로 미사일이 날아오는 상황 등에 긴급하게 써야 할 긴급재난문자가 공지의 용도로 쓰이는 일이 없길 바라며. 이번 iOS 업데이트로 정말 중요한 알람들은 받으면서도 공지성 문자는 꺼둘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갔는데, 한국의 긴급 재난 문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시길. (한국 "긴급재난문자"에 관한 몇 가지 토막 상식: https://www.facebook.com/unifiedh/posts/642855836525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