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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Apr 07. 2020

삶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

이 맛에 원격근무하지

재택근무를 시작하기는 전이었던 어느날 (현재 5주째 재택근무중이다) 약속이 있어 여섯시쯤 퇴근하고 지하철을 타고 강남으로 가고 있었다. 노마딩 때의 습관이기도 해서 맥북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데 (그래서 성능 좋은 프로보다 가벼운 에어를 선호한다 개발자임에도) 보통 퇴근 이후로는 연락이 잘 오지 않는 개인 메시지로 슬랙이 왔다. 혹시 퇴근하셨냐고.


일단 어떤 일이냐고 여쭤보니 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급한 일은 아니라 내일 출근 후에 해도 되는 상황. 슬쩍보니 내가 5분-10분만 손대도 될 것 같은 느낌. 잠시만요 한번 볼께요, 라고 답을 하고 퇴근길의 신분당선에서 마침 자리에도 앉아서 맥북을 꺼냈다.


모바일 셀룰러로 테더링을 하고 VPN 에 연결, 필요한 작업을 집중해서 5분만에 후딱 마치고 커밋. 맥북을 덮고 슬랙으로 답장. 아마 이제 되실거에요. 그리고 다행히 이제 된다고 감사하다는 메시지.


내 입장에서는 퇴근하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동료를 언블락해주는 순간. 이 맛에 원격을 하고 노마딩을 했었지, 하는 묘한 순간의 짜릿한 맛. 내가 판단하고 내가 선택해서 시간을 최적으로 활용 할 때 짜릿하다. 내 삶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쓸모가 있었다는 유용감. 결과로는 별거 아닌 일이지만 과정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그 감정. #이맛이지 #캬아


*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저주가 되었고 (비행기에서도 일하겠군)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많은 옵션이 주어졌다. 그 차이가 "내 삶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 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4년전에도 기내에서 간단한 일을 처리 할 정도의 속도는 제공되고 있었다. 


https://brunch.co.kr/@zechery/23


내 삶을 내가 컨트롤 해나가면서도 충분히 유용감을 느낄 수 있는 일과 환경을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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