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호놀눌루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뒤 첫 주말이 MLK Holiday long weekend 라서 근처의 섬인 Big Island 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Maui 와 Big Island 를 놓고 알아보다가 가격이 조금 더 맞는 (...)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날씨가 안 좋아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하지는 못 했으나 숙소가 너무 좋았고,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고 왔습니다. :)
Big Island 에는 공항이 두 곳이 있다. Kona 의 공항이랑, Hilo 의 공항인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양쪽을 알아보고 둘 중 더 저렴한 Hilo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항공권, 렌터카, 숙박 모두 Hilo 가 저렴해서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Big Island 는 꽤나 큰 섬이라서 동쪽에 위치한 Hilo 에서 서쪽에 위치한 Kona 나 북쪽으로 가려면 편도 2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야했다. 결국 Kona 는 딱 한번만 가고, 북쪽은 가보지도 못함. ㅋㅋㅋ 하지만 계획하지 않은 여행에서는 잘 즐기고 오면 이긴거(!)니까 잘 먹고 온 것들 위주로.
사실 에어비엔비로 잡은 이 숙소가 정말 사기캐였다. 1박에 $60 정도고, 금요일 새벽 비행기로 들어가서 금요일 하루만 일하면 되고, 여행 중에는 부엌을 쓸 일이 크게 없을듯 하여 Entire home 이 아닌 private room 으로 빌렸다. 5-6 베드룸에 3-4 베스가 있는 3층짜리 큰 저택의 3층에 있는 마스터 베드룸을 빌렸는데 이 방이랑 화장실 크기가 내가 샌프란에서 혼자 살던 스튜디오 보다 넓었다 (...)
방 크기만 500 sqft. 이라 하고, 딸려있는 화장실에는 자쿠지가 있었다. 방 전체를 넓찍한 테라스가 두르고 있어서 뷰도 햇살도 넉넉하고 너무 좋았다. 팡팡터지는 와이파이는 기본 :)
그리고 집에 들어오려면 입구에서 집까지 차를 타고 이만큼을 들어와야한다. 고프로 드론으로 찍은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pts-kf4M_o
조금 더 저렴한 비행기를 찾느라 금요일 새벽에 호놀눌루를 출발해서 힐로 공항에 도착했고, 렌터카를 픽업해서 아침은 근처 24 시간 팬케이크 집에서 정말 traditional 한 미국 분위기를 느끼며 아침을 먹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있어서 근처 스타벅스에서 일을 했고,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체크인을 하고 오후 근무는 숙소에서 마쳤다.
저녁은 호스트에게 추천 받은 몇개의 레스토랑 중에서 프라임 립(!)을 주말에만 판다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프라임립과 코나 맥주를 폭풍 흡입했다. 하와이에는 코나, 마우이 브루어리 등이 있는데, 코나는 커피와 맥주가 모두 유명하다.
프라임립은 보통 매우 비싼데, 여기서는 적당히 비싼 정도라서 폭풍흡입하고 가성비 만족도가 매우 높았음. :) 저녁을 먹은 뒤에는 첫날이니 무리하지 말고 근처에 있는 마우나케아에 야경을 보러 다녀왔다. 마우나케아는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주셨고, 꼭 패팅에 최대한 꽁꽁 싸매고 가라고 알려주셨는데 진짜 감사한 조언이었다. 캐리어에 완전 겨울 풀셋을 챙겨갔는데 완전 도움이 됐음.
이곳은 천문대가 위치해있고, 정말 온전하고 맑은 자연에서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냥 보기만해도 별들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팽팽 돌아다닌다. 그만큼 불빛을 통제하고 있기도 하고. 첫날부터 자연에서 힐링. 고프로나 핸드폰 카메라로는 잡지를 못해서 사진이 없다. 하하하.
토요일에 일찍 일어나려 했으나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숙소에서 드론 한판 날려주고 근처에서 호스트가 추천해준 집들 중에 하나인 Fresh fish and chips 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꼭 Ono 을 먹으라고 Cod 는 냉동이라 별로고, 코울슬로는 다른 소스로 바꿔서 먹으라고, 그리고 5 piece 짜리 하나면 둘이 충분히 먹는다고 잘 챙겨주신 호스트님의 말씀을 따라 그대로 먹었는데 꿀맛.
정말 바로 앞에서 바로바로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서 내주신다. 생선 튀김 하나가 큰건 손바닥 정도 크기. 대식가인 내가 두개 먹고 배불러서 싸옴. 웻지감자도 바로 튀겨줘서 완전 바삭바삭. 그리고 빅아일랜드에 관광객 많을텐데도 불구하고 만나는 현지분들이 하나같이 너무 친절하고 좋았다.
흡입을 하고 나서는 근처 kapho tide pools 에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늦장을 부릴대로 부려서 ㅋㅋㅋ 오후 네시쯤에 도착했는데 싱가폴에 래쉬가드를 두고와서 아직 하와이에서 사지 못한 상태로는 물이 너무 차가웠다. ㅎㅎㅎ 스노클링 장비는 사갔는데 그래서 잠깐만 몸을 담그고, 눈만 호강하고 철수. 사진은 어디갔지 (...)
아, 그리고 이 날이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니 호놀눌루에서 대피하라는 잘못된 경고 문자가 왔었던 날이다. 너무 아침에 와서 제대로 못 보고 못 피했는데 하와이 전체가 굉장한 두려움에 떨었었다고 한다. 뒤에 만나는 현지인들 대부분이 이 이야기를 했을 정도.
스노클링은 실패했고, 비도 추적 추적 내리기 시작해서 근처에 유명한 폭포를 보러 출발. 사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데 다행히 닫기 전에 어두워지기 직전에 도착해서 폭포를 구경 할 수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조용하게 폭포 소리 들으면서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웠음.
해가 지기 직전에 나와서 숙소쪽으로 돌아가려는데, 폭포를 구경하다 마주쳤던 한국인 커플이 차창을 두드렸다.
"저기 죄송한데, 혹시 어디쪽으로 가시나요?"
힐로쪽으로 가면 라이드를 부탁 할 수 있겠냐고 해서, 마침 힐로로 가는 길이라 해당 커플을 태웠다. 이 부부는 정말 갓 결혼한 신혼부부로 하와이에 신혼여행을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렌터카도 찾지 못하고 몇몇 투어도 취소한 상태로 여행 중인 부부였다.
우버로 폭포까지는 왔는데, 폭포에서 나가려고 우버를 부르려니 우버가 없어서 당황하고 있었다고 한다. 뭔가 타이밍이 딱 잘 맞아서 다행. 두분 다 굉장히 예의바르고 순하신 분들 같아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남자분은 제약회사 쪽에 계신다고 하셨고, 내리실 때 감사하다며 비용을 주려고 하셔서 간신히 정중하게 거절. 나머지 여행 잘하고 지금쯤 한국에 계시려나 싶음. :)
한국인 부부를 힐로에 내려드리고 (숙소까지 태워드리겠다고 했는데 근처를 걸어서 좀 보고 가겠다고 하셨다) 그분들께 추천 받은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갔다. Pineapple Restaurant. 이름부터 파인애플. 분위기 좋고 라이브 음악에 파인애플이 테마인 음료가 있어서 마셨다. 그리고 하와이는 아시아 문화권 (특히 일본) 이랑 미국 문화권의 중간 정도의 느낌인데 아시아 음식 내지는 퓨전 음식들이 많다. 뜬금없이 한국식 LA 갈비를 먹음 (...)
코나 맥주를 또 한 세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서 자쿠지에서 스파를 하고 골아 떨어짐. ㅎㅎㅎ
일요일은 그래도 조금 일찍 일어나져서(!) 코나를 향해 달려갔다. 코나에는 맥주 브루어리가 있고, 만타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스노클링 투어가 있어서 둘 다 예약을 해둔 상태. 사실 헬기 투어가 좋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헬기 투어는 너무 비쌌다.
코나로 룰루랄라 출발한지 20여분만에 ... 맙소사 엔진과열등이 들어왔음. 음... 뭐지? 하면서 일단 노견으로 차를 세웠는데 냉각수 온도가 너무 높다고 나옴. 일단 잠시 세워서 온도를 낮춘 다음에 다시 출발을 해봤는데 금방 다시 온도가 올라옴. 다시 세우고 자세히 보니 본넷에서 연기가 (...)
세우고 검색을 해보고 본넷을 열어보니 냉각수를 다 쓴 듯 했다. 흐... 하필이면 지금. ㅠ_ㅠ 문득 지난 겨울 바르셀로나에서 겨울 휴가 때 하필이면 딱 산에 있는 성당(?) 구경가는 날 짚카 타이어가 펑크났던 기억이 들었다. 잽싸게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해서 로드 어시스턴트를 부르긴 했는데, 이런거 한번하면 오후가 통채로 날아 갈 것 같아서 급 우울.
그러나 다행히 한국 같은 스피드(!)로 견인차가 왔고, 친절한 견인차 아저씨랑 수다 떨면서 그리고 다행이 최초로 렌터카를 했던 공항이 20분거리라 잽싸게 새차로 바꿔서 렌트를 해서 다시 출발함. 한시간 반 정도 버렸으나 그래도 예상보다는 무난하게 잘 처리가 됨. 불행 중 다행.
밥도 못 먹고 코나에 도착해서는 추천 받은 유명한 포케 집에 감. 오후 네시쯤 됐나?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라 진짜 배고팠는데, 그걸 감안하고서도 먹은 포케는 진짜 핵맛이었다. 포케 네종류를 하나씩 올리고, 밥 두개, 사이드 메뉴 두개를 얹어먹었는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이런거구나 싶었음. 폭풍 흡입.
브루어리 투어는 시간에 맞춰서 못 갈 것 같아서 예약을 취소하고, 바로 two steps 에 예약한 스노클링으로 가려는 찰나 걸려온 전화 - 오늘은 파고가 높아서 만타 투어 취소라고 ㅠ_ㅠ 내일 이 시간에 그대로 하면 올 수 있냐고 했는데 우리는 내일 점심에 호놀눌루로 돌아가야 함. 만타 못 봄. 엉엉. 전액 환불 ㅠ_ㅠ
아쉬운 마음에 만타 투어가 시작된다는 Two step 에 자체 스노클링이라도 하려고 고고. 하지만 시간도 늦었고, 역시나 물이 너무 차가워서 (...) 스노클링은 못하고 눈 호강만 함. 물에 잠깐만 들어갔다가 드론도 한타 날려보고.
브루어리 투어는 못 했지만 브루어리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 Kona Brewary 를 갔는데 대기시간 1시간 반 뙇!! 그래도 해가 진 상태라 맥주 시켜서 마시면서 기다렸는데 그 와중에 4종 Sampler 로 8종을 마심. ㅋㅋㅋㅋ
자리가 나서 테이블에서 피자, 윙과 함께 다시 4종 더 ㅋㅋㅋ
자동차도 고장나서 바꾸고, 브루어리 투어도 못 했고, 만타도 못 봤지만 ㅠ_ㅠ 그래도 엄청 잘 먹음. 중간에 코나 가는 길에 거대한 평원(?)이 있어서 드론도 날림.
이렇게 일요일이 저물어서 숙소에 돌아오니 열두시. 뻗어서 쿨쿨자고,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집에 갈 시간. 너무나도 좋았던 숙소에 작별을 고하고, 호스트에게도 인사를 하고 렌터카 반납 후 호놀눌루로 귀환. 매우 알차게 보낸 첫 연휴 주말이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