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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집
Oct 13. 2024
마음의 풍경화 2
감나무에게 묻다
봄에 메마른 감나무에 솟아나는 여린 잎을 보면 탄성이 터진다. 감탄은 거기까지다.
우리집 입구 왼편에 서 있는 아랫집 감나무에 잎이 자라기 시작하면 한숨이 나온다. 키가 족히 5미터는 넘을 듯하고 사방팔방 가지를 뻗은 오래된 감나무는 나를 고달프게 한다.
집앞에 감꽃이 떨어지면서부터 매일 비질을 하지않으면 안된다. 무성해진 잎은 여름에도 언제나 파란 잎을 무수히 떨구곤 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막다른 우리집 앞뜰은 오갈 데없는 감나무잎들의 거처가 되어버린다.
가을이 되면 낙엽과 함께 떨어진 감들이 폭죽처럼 터져 널부러져서 집앞은 지저분하기 이를 데가 없다. 너무 높아 대부분의 감은 따지도 못하면서 나즈막히 달린 감을 즐겁게 따고있는 그네들을 보면 죽을 때까지 나무를 베어낼 생각은 없어보여 야속해지곤 한다.
그 산더미같은 잎들이 다 떨어지고 겨울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게되면, 이번에는
잔
가지들이 꺾여 수시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언젠가
바람에 까치집이 떨어져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번 비질을 하다보면 화가 치민다. 절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삼가는 우리 가족에게 그들의 천연덕스러운 성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이 그 문제를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당부하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바라볼 뿐이었다.
속터지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이젠 마음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웃을 만난 것도 전생의 인연이 아닐까. 지금부터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생각하자. 우리집앞이 아니라 마을을 예쁘게 하는거라고 여기자. 마음이 바뀌니 콧노래가 나왔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자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오전에 아랫집 남자가 찾아왔다. 담장을 보수하느라 포크레인을 부른 김에 감나무를 잘라야겠다고 전기톱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천지가 개벽했나?
내 마음이 바뀌니
십여
년간 꿈쩍도 않던 상대가 달라졌다. 그럼 이제껏 나를 괴롭힌 건
감나무
가 아니라 나였던 것일까?
감나무 가지가 하나씩 잘려지고
꺾여지
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시원함과 동시에
애먼
감나무에게 눈총을 준 것이
미안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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